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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다섯 아들들이 서로 말하기를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방안에서 흘러 나오는 말소리는 어찌 그리 북곽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 하고 다섯 아들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는데, 동리자가 북곽선생에게 '오랫 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삽는데 오늘 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하고 간청하매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 시를 읊었다. 이에 다섯 아들이, '북곽 선생과 같은 점잖은 어른이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진데에 여우가 사는 굴이 있다더라. 여우란 놈은 천년을 묵으면 사 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다더라. 저건 틀림 없이 그 놈이 북곽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 --- p.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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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는 양반이 환곡을 모두 갚은 것을 놀랍게 생각했다. 군수가 몸소 찾아가서 양반을 위로하고 또 환자를 갚게 된 사정을 물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 양반이 벙거지를 쓰고 짧은 잠방이를 입고 길에 엎드려 '소인'이라고 자칭하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 하고 있지 않는가. 군수가 깜짝 놀라 내려가서 부축하고,
'귀하는 어찌 이다지 스스로 낮추어 욕되게 하시는가요?'하고 말했다. 양반은 더욱 황공해서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엎드려 아뢴다. '황송하오이다. 소인이 감히 욕됨을 자청하는 것이 아니오라, 이미 제 양반을 팔아서 환곡을 갚았습지요. 동리의 부자 사람이 양반이올습니다. 소인이 이제 다시 어떻게 전의 양반을 모칭(冒稱)해서 양반 행세를 하겠습니까?' --- p.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