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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새너제이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 11
여보세요, 할리우드? 34
기억의 시작 45
네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모범 73
식민 지배자와 피지배자 98
백인과 그 밖의 구원자들 120

2부


뒤섞인 감정들 131
그래서…… 진짜 고향이 어디라고요? 151
떠내려가다 164
미국의 문제 180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191
로널드 레이건 룸 208
전쟁 이야기, 혹은 너의 1980년대 : 1화 224
내 이름을 말해 봐, 혹은 너의 1980년대 : 2화 245
네 어머니의 모든 것, 혹은 너의 1980년대 : 3화 253
기억 치료 267
너의 교육 277
어느 젊고 멍청한 작가의 초상 288
너만의 기록 보관소 311
네게 남은 것들 325
순례 여행 341

3부

망각, 일부러 혹은 우연히 341
부고장 359
추도문 385
공공연한 비밀 385
나의 끝 407
베트남인들의 성지 414

감사의 말 431
인용 출처 435
인용 허가 462

저자 소개 2

비엣 타인 응우옌

관심작가 알림신청
 

Viet Thanh Nguyen

1971년에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사이공이 함락된 1975년에 해상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모들이 난민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 응우옌은 위탁 가정에 맡겨지기도 했다 고 한다. 그는 전쟁에서 패배한 남베트남 진영에 속한 부모 아래 미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면서 자랐다. 따라서 전쟁에 승리한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인의 관점도 아니고, 순수한 서구인의 관점도 아닌 독특한 위치의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관점을 장편소설로 구현한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메달 문학 부문, 팬 포크너상, 데이턴 문학 평화상, 에드거 어워드 신인 소설상, 아
1971년에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사이공이 함락된 1975년에 해상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했다. 부모들이 난민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 응우옌은 위탁 가정에 맡겨지기도 했다 고 한다. 그는 전쟁에서 패배한 남베트남 진영에 속한 부모 아래 미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면서 자랐다. 따라서 전쟁에 승리한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인의 관점도 아니고, 순수한 서구인의 관점도 아닌 독특한 위치의 시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관점을 장편소설로 구현한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메달 문학 부문, 팬 포크너상, 데이턴 문학 평화상, 에드거 어워드 신인 소설상, 아시아/태평양 미국 문학상, 캘리포니아 신인 소설상, 메 디치 북클럽상, 국제 더블린 문학상을 휩쓸었다. 현재는 교수이자 소설가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서 영문학과 미국의 소수민족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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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편집자 및 번역가로 일해왔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야생의 위로』, 『우먼 디자인』, 『맨 인 스타일』, 『여행에 나이가 어딨어?』, 『첫사랑은 블루』, 『완벽한 커피 한 잔』, 『밴 라이프』, 『사랑은 오프비트』, 『세계 예술 지도』, 『피너츠 완전판』,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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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598g | 140*210*23mm
ISBN13
9788937422812

책 속으로

모든 부모는 그들의 삶을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은 그래야 한다. 그들의 장대한 여정은 스타 배우들이 연기할 가치가 충분하다. 독립 저예산 영화라도 좋다. 전성기 무렵의 아름다운 조앤 첸이 우리 어머니를, 젊고 매력 넘쳤던 러셀 웡이 우리 아버지를 연기하면 좋겠다.

두 배우 모두 베트남인이 아니지만, 뭐 어떤가.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 ‘아시아인’이니까.
--- pp.11-12

붉은 벽돌집이었고 위층에는 백인 가족 세입자가 있었는데, 나는 그 집 딸과 함께 전 주인이 마당에 버린 소파에서 놀았다. 형과 나는 방을 같이 쓴다. 형은 「호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또래 베트남 청소년들이 달달 외워야 했던 1970년대 히트곡들을 듣는다. 나는 키친(kitchen)을 치킨(chicken)이라고 말해서 아버지를 웃긴다. 아버지의 영어 실력이 나보다 나았던 짧은 시기의 일이다.
--- p.17

이스트 샌타클래라가에 있는 우리 가게는 이 도시의 배꼽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부모님은 가게 상호를 ‘사이곤 머이(SaiGon M?i, 새로운 사이공)’로 짓는다. 서구화된 ‘사이공(Saigon)’과 원래 철자인 ‘사이곤(Sai Gon)’의 타협점이다. 영어가 아닌 베트남어 상호를 쓴 건 미국인들이 거기 왔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있게 되었다는 선언이리라. 어쩌면 심지어 저항의 표시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그저 이 가게가 우리를 위한 곳이라고 받아들일 뿐이다. 서로는 통역이 필요 없지만 우리를 둘러싼 미국인들을 만날 때면 통역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사람들.(21-22

형은 거실에서 만화영화를 보는 나를 놔두고 전화를 받으러 간다. 내가 깔깔 웃고 있는데 형이 돌아온다.
엄마 아빠가 총에 맞았대, 라고 형이 말한다.

난 아마 지금
내 아홉 살 아들이
만화영화를 볼 때처럼
웃고 있었으리라.

엄마 아빠가 총에 맞았대, 형이 다시 말한다.

너 뭐 하는 거야?

왜 아무 말도 안 해?

넌 아무 느낌도 없어?

나는
웃음을
멈춘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무감각도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 pp.30-31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1억 3천만 명의 강제 이주자(forcibly displaced) 대열에 합류하는 끔찍한 경험이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난민이 된 우크라이나인들은 백인이라는 희귀성 때문에 한결 따뜻하게 환영받는다. 남루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우며 멕시코로 피신해 미국 국경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서사시를 어쩌면 할리우드에서 앤절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백인들이 미국 국경을 통과하는 동안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앙아메리카 난민이나,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넘어가려다 폭력에 처하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지 못할 것이다.

이주자들로 이뤄진 국가. 뉴질랜드나 아일랜드, 노르웨이나 덴마크, 싱가포르나 홍콩,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이나 그리스, 벨기에나 네덜란드, 대만이나 호주, 한국이나 영국, 사우디아라비아나 스페인, 이탈리아나 프랑스, 캄보디아나 태국, 독일이나 이란보다 더 거대한 국가가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왜 너희 자신을 굳이 국가에까지 비유하려 하는가?
사람들은 너희를 미워하고 그들의 적으로 정의하며,
어느 국가의 구성원도 아니고
가정과 국가가 얼마나 침범당하기 쉬운지 떠올리게 하는,
국가의 존재를 위협하는 자들로 규정하며,
만에 하나 너희를 미워하지 않더라도
위기 신호로 간주하는데.

너희, 난민들(Refugees)이여.
--- pp.36-37

수십 년 후 나는 캘리포니아 샌게이브리얼 밸리 교외에서
모르는 사람이 주최한 파티에 있다. 호스트가
새해맞이를 한다며 AK-47 소총을 꺼내 땅바닥에 쏘아댄다.
굉음이 울리고 귀가 먹먹해진다. 탄창이 빌 때까지 사수가 총을
갈기는 동안, 땅에 부딪는 총알의 진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거기에 1000을 곱하면 날아다니던 금속의 부피와 속도를,
그리고 어머니가 느꼈을 공포를 짐작할 수 있다. 이십 대인
호스트가 AK-47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과 악수하는 동안,
너는 최대한 빨리 파티를 빠져나온다. 네가 떠날 때
호스트가 인상을 찌푸렸다고 친구들이 말하지만
상관없다. 넌 겁쟁이이고 계속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니까.
--- p.43

엘리슨이 네 살 되던 해, ■■■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그는 소위 ‘미국인 대학살’을 막겠다고 공약하며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당신은 다시는 무시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당신’에, 유일한 하느님 아래
미미한 존재인 너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으며, 아마 네 아들도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의 나라에서 아시아인인 너는 타자, 아무도 아무것도 아닌 자, 보이지 않다가 이제는 어디서나 보인다며 성토당하는 자다. 하지만 아직까지 ■■■와 그 추종자들이 생각하는 ‘타자(Others)’의 1순위는 아니다. 곧 네 차례도 오겠지만, 괴롭힘과 선동은 가장 약한 사람들, 아메리카TM의 그림자에 가려진 다른 미 대륙 국가들을 떠나 북쪽으로 오는 미등록 이민자들에게서 시작된다. 이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다가 이제는 지나치게 잘 보이는 존재가 되었다. ■■■는 이런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여 수용소에 구금한다.

일부 이민자와 난민, 즉
피부색이 짙은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잔혹 행위는
대통령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일어나지만,
■■■는 관료제의 잔인성을
정치적, 연극적 스펙터클로 바꾸는 데 집착한다.
--- pp.62-63

바와 마는 너를 새너제이 최고의 엘리트 사립 고등학교에 보냈다. 너는 지원한 대학 중 한 곳만 빼고 모든 대학에 불합격하는 걸로 보답한다. 정말 가기 싫었던 대학에 입학한 첫날 밤,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우울하게 쳐다보며 넌 뭘 잘못해서 여기 왔느냐고 묻는다.

한마디로 너는 망했다
‘망했다’는 건 상대적인 표현이다.
너는 평균 B+를 받았으니까!
B+는 아시아인의 F라고도 한다.
F는 ‘망했다(fuckup)’, A는 ‘아시아인(Asian)’의 약자다.
--- pp.73-74

너는 영화의 당혹스러운 마지막 장면까지 시청한다. 캄보디아를 배경으로 말런 브랜도가 원주민이자 야만인이 된 백인 커츠 역을 연기한다. 야만인일지라도 그는 여전히 백인이다. 원주민의 왕이다. 대머리를 문지르며 “공포, 공포…….”라고 중얼거리는 그를 윌러드가 마체테로 난도질해 죽인다. 커츠가 죽어 가는 동안 캄보디아 원주민들(영화 촬영지인 필리핀의 이고로트족이 연기했다.)은 물소 한 마리를 잡는다. 불쌍한 물소를 실제로 도살한 것이다! 마체테로 물소의 살덩이를 저며 내는 장면도 시발 존나 진짜다. 이런 영화는 더 이상 안 만들어진다. 진보주의 동물 애호가들을 탓하라.
--- p.86

너는 작가이지 영화감독이 아니다. 그래서 망할 놈의 『동조자』를 썼다. 이 책에는 재능만큼 자의식도 강하고 코폴라를 미묘하게 닮았지만 어쨌든 코폴라는 아닌 영화감독이 등장한다. 그 영화감독이 누구든 간에 많은 할리우드 인사들이 네 책을 읽었고 아무도 그의 성격 묘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또 다른 전쟁 흥행작을 찍은 또 다른 유명한 영화감독일 수도 있다. 너는 그 영화감독을 안다는 친구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퓰리처상 한정판 『동조자』에 사인하고 그를 향한 헌사도 적어 주었지만, 이후 그 사인본이 이베이에서 499달러에 팔리는 꼴을 보게 된다.
--- p.91

베트남에 온 미군은 그들의 발사 기지 외부를 ‘인디언 나라’라고 불렀다. 미국인 식민 지배자의 상상 속에선 모든 원주민이 인디언이다. 1869년 인디언에게 포위된 필립 셰리던 장군은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라고 말했다. 너는 좋은 인디언과 백인들을 포위한 나쁜 인디언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훗날 대통령이 된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886년에 좀 더 관대한 말을 남긴다. “나는 죽은 인디언만이 좋은 인디언이라고 믿진 않지만, 십중팔구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 pp.122-123

출판사 리뷰

“두 나라에 속하는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한 남자의 이야기

비엣 타인 응우옌은 1971년 베트남 북부에서 태어났고, 1975년, 지금은 호찌민시로 불리는 옛 사이공시가 함락되면서 베트남을 탈출하여 미국으로 온 이민자 가정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현재는 두 나라,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로부터 이뤄진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착각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그의 가족은 ‘미국이 먼저 베트남을 찾아갔기에’ 미국으로 왔다. 그들이 거기 왔었기에, 이들이 여기 있는 것이다. 이는 응우옌 가족뿐 아니라 현재 많은 미국 내 이민자들과 난민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베트남 북부에서 사업을 하던 응우옌 일가는 북베트남이 공산화되면서 먼저 남부 사이공으로 피난한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디아스포라는 이미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군의 철수가 확정되고, 베트남을 떠날 때 응우옌 일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산과 집을 지키기 위해 십 대였던 수양딸을 베트남에 놓아두고 두 친 아들만 데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그 험난한 여정의 자세한 기억은 작가에게 거의 남아 있지 않으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당도한 그들은 난민 캠프에 정착한다. 하지만 이후 이들 가족은 온전한 구성원으로 캠프를 떠날 수 없다. 부모가 캠프에서 떠나 자립하기 위해선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임시 입양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비엣과 그의 형 아인뚱은 각자 다른 백인 가정에 맡겨진다. 그나마 어린 비엣은 몇 달 후 부모와 재회하지만, 형은 2년 동안이나 부모와 헤어져 있어야 했다.

그들이 다시 온전한 가족으로 만나 정착한 곳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다. 부모님은 이곳에 ‘사이곤 머이’라는 이름의 식료품 가게를 차린다. 베트남에서 이미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던 그들은 미국에 올 때도 완전히 빈손은 아니었고, 그 덕분에 가족은 가게를 꾸리고 집을 장만하여 점차 정착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시작한다.

베트남과 미국, 두 나라의 피 맺힌 역사와 식민의 기억

대부분의 ‘모범적 소수자’인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이 그렇듯, 이들의 삶엔 ‘아메리칸드림’의 공식이 있다. 이민 1세대인 부모는 휴일도 없이 헌신적으로 일을 하고, 자식이 의사가 되거나 교수가 되어서 이민 2세대에 계급이 상승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응우옌 일가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형인 아인뚱은 오바마 대통령의 주치의 경력을 지닌 의사가 되었고, 비엣은 USC의 미국 문학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이 겪은 모든 일들이 비엣 타인 응우옌을 소설가로 만든다.

어릴 적 어느 날, 그는 휴일에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혼자 빈 집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어린 소년들이 좋아할 법한 전쟁 영화다. 화면에 그와 같은 피부색에 같은 말을 하는 동족들이 등장하고, 그가 동일시하고 있던 백인 주인공이 그들에게 총을 난사한다. 그 순간 그는 둘로 분열된다. 나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저 사람들인가, 아니면 총을 쥔 이 백인 남자인가. 그 영화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이었고, 그의 가족을 이곳 미국으로 오게 한 바로 그 전쟁을 그리고 있었다.

휴일도 없이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자식들에게 식사를 차려주는 극진한 부모의 보살핌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소수 인종으로, 이민자로 살아가며 겪는 갖가지 차별과 모욕과 부조리를 전부 막을 수는 없다. 부모님의 가게엔 ‘베트남인들 때문에 또 다른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다’ 같은 낙서가 붙고, 총을 든 강도가 가게와 집에 침입하고, 청소년기에 접하는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백인들이다. 만약 그와 그의 형이 방송에 등장한다면, 그건 재미있는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라 모범적 소수 인종의 성공을 그리는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비엣은 미국 대중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침략적이며 배타적인 백인 중심 서사 속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어디인지를 민감하고 예민하게 성찰하는 성장기를 보낸다.

자유로운 학풍의 버클리 대학교에 입학한 후, 그는 소수 인종의 이야기와 그들이 처한 역사적, 정치적 맥락에 귀 기울이는 영문학도가 된다. 영문학과 역시 백인 위주의 영문학사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배타적이지만, 맥신 홍 킹스턴 같은 아시아계 교수의 가르침과 근현대 미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통해 학업을 이어간 그는 소수 민족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 하지만 교수가 된 후에도 여전히 그의 숨은 갈망은 소설을 쓰는 것이었고, 그는 자신과 같이 ‘두 얼굴을 가진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동조자』를 집필함으로써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가장 사적이기에
가장 정치적인 이야기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집 안에서는 베트남인 부모의 삶을 관찰하고, 집 밖에선 미국인들을 관찰하는 이중간첩과도 같은 생활을 했기에 『동조자』를 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두 세계를 오가지만, 어디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주장할 수 없는 ‘두 얼굴의 남자’다. 학회에서 만난 베트남 학자에게 자신도 베트남인이라고 말을 건넸다가 ‘아니’라고 정면으로 부정당하고, 미국인들에겐 ‘아시아인들은 전부 똑같아 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일상이다.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저 그 양상이 다양해졌을 뿐이다. COVID로 국민들이 고통받던 시절,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이 바이러스를, 그냥 중국 바이러스도 아니고 ‘쿵푸’와 바이러스의 합성어인 ‘쿵 플루(Kung Flu)’라고 불렀다.

이민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미국 내 이민자와 난민들의 사회역사적 맥락도 복잡 다양해졌다. 미국 흑인 사회를 들끓게 한 미국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에서, 가해를 저지른 백인 경관의 망을 봐준 아시아계 경관은 베트남의 므엉족 출신인 투 타오였다. 작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사건의 가해자인 투 타오의 민족인 므엉족이 응우옌 일가가 베트남에 살던 시절 그들이 속하는 다수 민족인 낑족의 지배하에 고통받았던 소수민족이라는 기억을 떠올린다. 이처럼 가해와 피해의 역사는 뒤섞이고 교차하며 새로운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낳는다. 이 억압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을 작가는 ‘탈식민주의’라고 부른다.

또한 이 책은 이렇듯 정치적일 뿐 아니라 매우 사적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거칠 것 없는 비즈니스우먼이었던 그의 어머니는 미국에 오면서 가게와 가정 외엔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삶을 살다가, 전쟁의 상처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결국 우울증과 치매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다. 작가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기억을 되짚으며 어머니의 삶에 있었을지도 모를 다른 가능성들에 아픔을 느끼고, 또한 무감각했던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또한 아버지를 통해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지만, 끝없는 돌봄과 희생을 통해 행동으로 그것을 전하는 아시아계 이민자 가족관계의 역학과 그 숨겨진 따뜻함을 전한다. 그의 부모가 그랬듯 비엣 타인 응우옌은 자신 역시 아들인 엘리슨(흑인 작가 랠프 엘리슨의 이름을 따왔다)과 딸 시몬(가수 니나 시몬에게서 따왔다)에게 이 같은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정신적 유산를 물려 주고자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개인적인 모든 것은 정치적인 것이 되고, 이로부터 삶의 진정한 가능성이 열리기에.

이 같은 전쟁과 난민,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는 그저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과거, 현재 또는 미래의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트럼프 집권 1기에 집필되었고, 2기에 한국에서 출간되는 이 책은 현재 갖은 이념적 갈등과 테러로 얼룩진 미국의 오늘날을 진단하기에도 더없이 적절하다.

추천평

비엔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는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서면 자백서 형식으로 이뤄진 이 소설에서 살인, 배신, 기만 등 온갖 나쁜 짓을 털어놓는 일인칭 서술자에 작가 본인을 겹쳐 읽었더라도 잘못 읽은 것은 아니다. 작가 본인이 『두 얼굴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이 소설과 자기 삶에 주석을 다는 회고록을 내놓았으니까.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한쪽에서만이 아니라 이쪽저쪽에서 스테레오로. 왼쪽, 오른쪽, 혹은 가운데로 정렬된 비엣 타인 응우옌의 문장들은 때로 슬픔으로 때로 웃음으로 때로 분노로 때로 충격으로 때로 죄책감으로 나를 두들긴다. 여러 갈래로 쪼개진 목소리를 ‘합창 혹은 불협화음’으로 동시에 들려준다. 그리하여 우리가 천천히 인지하게 되는 것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면에서 소수자이고 따라서 이곳에 온전히 속할 수 없는 난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피해자이며 가해자다. 「지옥의 묵시록」을 보는 나는 학살자이면서 학살당하는 아시아인이다. 『두 얼굴의 남자』는 상처와 사랑, 동양과 서양,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등의 모순이 가득한 삶을 두 얼굴로 들려주는 충격적인 회고록이다. 기억해야 하지만 기억할 수 없는 것, 잊어야 하지만 잊히지 않는 것을 가장 아름답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낸 눈부신 문학이다. - 홍한별 (번역가, 작가)
디아스포라에 관한 가장 위대한 연대기. - [뉴요커] -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 소설가)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과 이창래 소설의 주인공 헨리 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 [뉴욕 타임스 북리뷰] - 주노 디아스 (작가, 소설가)
자기 자신과 국가의 나약함을 건드리는 동시에 맹렬함을 갖춘 작품. 모든 미국인은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_ - 캐시 박 홍 (작가)
혹독하면서도 민감한 작품. 사랑과 분노와 배려가 깃들어 있다. - 라일라 랄라미 (작가)
사적 영역을 깊숙이 다루는 동시에 강렬한 정치성을 갖춘 책. - [커커스 북리뷰]
이 책은 ‘아메리칸 드림’을 레이저처럼 예리하게 비판한 제임스 볼드윈, 맥신 홍 킹스턴 같은 작가들의 계보에 속한다. - 수전 스트레이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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