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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리_리온의 부탁 강모리_진짜 친구 강모리_8반 남학생 단톡 민재이_19금 강모리_너 괜찮아? 강모리_비공개 증거 민재이_고백 강모리_또 다른 단톡 강모리_명단 공개 민재이_유포 민재이_도와줘 강모리_추적 강모리_추격 민재이_피해자답지 않게 강모리_디지털 메모리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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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과는 별개로 리온은 인터넷에서 ‘문란한’ 여자아이로 낙인찍히고 있었다. 페인트그램 사진에 올라온 연습생의 반지가 연결고리가 되면서 이야기는 그럴 듯하게 부풀려졌다. 게다가 프롬미라는 구체적인 술집 이름도 거론됐으니. 네티즌이 시나리오를 쓸 단서는 다 나온 셈이다.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 p.38~39 「강모리_리온의 부탁」 중에서 “도와줘. 이러다 죽을 것 같아.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모리는 죽을 것 같다는 말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악플도 이겨 내지 못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 앞에 서려면 시기와 질투를 견뎌야 하고, 심심풀이 땅콩처럼 입방아에 오르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리온의 말이 자꾸 아픈 기억을 건드렸다. 첫 의뢰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죽을 것 같다’였기 때문이었다. --- p.40~41 「강모리_진짜 친구」 중에서 미톡 알림이 떴다. 8반 남학생 단톡방이었다. 단톡을 확인하자마자 모리는 숨이 막혔다. 진욱이 리온의 불법촬영물을 퍼뜨리고 있었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본 딥페이크 영상이었다. 처음 보는 영상들도 있었다. 실제 리온을 찍은 것처럼 보였다. 단톡방은 열기로 가득했다. 톡이 끝날 줄 몰랐다. 몇몇은 그만하라면서 단톡방에서 나갔고, 몇몇은 침묵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또 몇몇은 감상을 덧붙여 가며 희희낙락했다. 모리는 고개를 들어 반을 둘러봤다. 아이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단톡방에서는 낄낄거리며 즐겼다. ‘ㅋㅋㅋ’과 ‘ㅎㅎㅎ’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죄책감 따위는 없어 보였다. 모리는 계속 단톡방을 주시했다. 아이들은 곁눈질로 리온을 힐끔거리거나 대놓고 쳐다보기도 했다. 두리번거리다가 모리와 눈이 마주친 반 아이들의 눈은 마치 먹이를 문 짐승처럼 번뜩였다. --- p.62~63 「강모리_8반 남학생 단톡방」 중에서 재이는 겉으로 응원하는 척했지만 내심 ‘그렇게 큰 오디션 프로그램에 어떻게 네 따위가 붙겠어’라고 생각했다. 분명 떨어질 거라고 믿었다. 사실은 제발 떨어지길 바랐다. 위로는 오롯이 자기 몫이 될 테니 말이다. 재이는 이 세상에 리온이 속을 터놓고 슬퍼할 상대가 자신뿐이라고 확신했으니까. --- p. 111 「민재이_고백」 중에서 그것들은 좀비였다. 좀비 하나를 죽여도 새로운 좀비는 그보다 빨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원본 사진은 물론 딥페이크로 조작한 사진과 영상도 처음에는 몇 명만 내려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곳에 그것들을 게시하면 몇 배로 늘어난 사람들이 내려받게 되는 것이다. 재이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지워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아득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 p.157 「민재이_유포」 중에서 수석이 말을 더듬으며 모리를 제지했다. 하지만 모리는 멈출 수 없었다. 진욱에게 사연이 있다고 해서 잘못이 저절로 용서되지는 않았다.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온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순간을 되돌리지 못한다. --- p.175 「강모리_추적」 중에서 모리는 손가락 끝에 힘을 줬다. 딱 한 번만 눈감으면 될 일이었다. 결국 손끝에 준 힘을 뺐다. 그리고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김상욱 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던 날, 돌아서는 모리의 뒤통수에 대고 김 형사는 말했다. “혹여나 네가 잡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쉽지 않을뿐더러, 그 소굴에 잘못 들어가면 너도 똑같은 인간 되는 거야. 네가 아무리 정의로운 목적으로 행동했다 해도 성착취물을 소비한 건 사실이 되거든.” 문득 김 형사는 모리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 이미 예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칠 것 같았다. 한 발 다가갈 때마다 장애물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두꺼운 철문 같은. --- p.180 「강모리_추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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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주제 의식과 거침없는 전개!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 디지털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10대에게 인터넷은 현실 세계만큼 중요하다.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이기에 범죄가 일어나기도 쉽다는 것이 문제다. 불과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그 예다. N번방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아동과 청소년이었다. 《나를 지워줘》는 여전히 진행형인 디지털 성범죄와 그 끔직한 현실에 노출된 10대의 오늘을 그린 또 다른 N번방 이야기다. 소설은 날카로운 주제 의식과 거침없는 전개가 돋보인다. 모리는 가해자의 서사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저 “리온을 아파트 베란다 위에 서게 한 그들에게 너희가 살인자라는 사실만은 각인”시키기 위해 질주한다. 그 속에서 성착취물의 제작과 인터넷과 메신저에서 이뤄지는 유포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가해자들의 뻔뻔함,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 주변인들의 무책임한 방관과 조리돌림 등 우리 사회의 민낯 또한 가감 없이 묘사된다. 작가의 말처럼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고 잔인’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때로 현실을 마주봐야 한다.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를 내야만 그 속의 피해자도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한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