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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갈팡질팡
결심도 타이밍 서서히, 조금씩, 천천히 도망칠 수 없는 마음 내면 아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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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적어도 〈K-아이돌스타〉에서 입상했겠어. 아깝다. 스타가 됐을 수도 있었는데.”
노래를 무사히 끝낸 나를 보며 진서노가 말했다. 칭찬으로 한 말이라는 걸 알았지만, 노래에 묻혀 있던 감정이 균열을 일으켰다. --- p.72 「서서히, 조금씩, 천천히」 중에서 노래는 나를 거절하지 않았다. 연습한 만큼 소리가 나왔다. 노래는 고민을 잊게 해 주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니 마음이 허했다.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애써 외면했지만 왜 그런지 나는 알고 있었다. --- p.90 「도망칠 수 없는 마음」 중에서 내가 회복했다고? 수석이의 말에 코웃음이 났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거겠지. 그래야 죄책감이 줄 테니까. 결국 친구들이 내 편에 서 줬던 건 그때 나를 돕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만약 내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으려 하지 않았다면, 뻔뻔하게 학교에 다녔다면, 피폐한 채로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을 봐 줬을까? --- p.108 「도망칠 수 없는 마음」 중에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내 영상이 다시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몸이 얼어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진서노는 왜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 생각을 하니 아찔했던 정신이 금방 제자리로 돌아왔다. 눈앞이 흐리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 p.122 「도망칠 수 없는 마음」 중에서 “난 네 팬이니까. 그리고 네가 유피토에서 연주해 준 곡이 나를 위로해 줬으니까. 너도 그랬잖아. 내 팬이어서 내가 중간에 하차한 게 안타까웠다고. 그래서 내가 기획사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막았잖아. 나도 네 팬으로서 똑같이 하려고.” --- p.140 「내면 아이」 중에서 “윤리온! 윤리온!” 진서노가 나를 불렀다. 뒤를 돌아봤다. 진서노는 숨을 헐떡이며 내 앞에 성큼 다가오더니 말했다. “정말 내 편이 되어서 날 도와줄 수 있어?” --- p.142 「내면 아이」 중에서 나는 버려지는 게 두려웠다. 불안해하지 않으면, 절망스럽지 않으면, 더는 나를 쳐다보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도 친구들도. 혼자 잘 지내면 친구들이 나를 외면할 듯했다. 미움과 분노를 터트리지 못하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 줘야만 나를 지켜 주리라 믿었다. --- p.152 「내면 아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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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외면할 수 없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처한 위험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며 우리는 불과 십수 년 전보다 훨씬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빛이 만든 그림자 역시 우리 사회 전반에 드리워 있다. 온갖 범죄가 온라인 공간으로 옮아가 많은 피해를 낳고 있다. 이런 사이버 범죄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용해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철저히 고립시키고 매장하기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점은 청소년도 사이버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도 온라인 공간의 범죄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많은 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 도박, 심지어 마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청소년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사회적인 차원의 인식과 노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애를 구하라》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위협을 더는 외면할 수 없어 나온 외침과 같은 소설이다. 주인공 리온의 1인칭 시점으로, 만약 이런 일을 나 또는 주변 사람이 겪는다면 어떨지 가슴이 답답할 만큼 실감 나게 묘사하며 경각심을 깨운다. 이제 손을 내밀어 네 편이 되어 줄게 《최애를 구하라》는 저자 이담의 전작 《나를 지워줘》의 뒷이야기다. 독립된 이야기기에 전작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전작을 먼저 읽고 이어서 읽는다면 리온의 심정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또한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느끼게 된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사건의 자극적인 면과 가해자가 받는 처벌에 주목하지, 앞으로 피해자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최애를 구하라》는 《나를 지워줘》를 읽고 ‘사건 이후 리온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한 독자의 리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한 피해 생존자 청소년의 회복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자,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을 향한 범죄에 대한 고발과 기록이자, 부디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또한 우리 모두 외면하지 말고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자는 저자의 제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