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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그림책의 현재를 만나다
북유럽을 가리켜 흔히 동화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태어난 스웨덴,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 그리고…… 아쉽지만 우리가 아는 북유럽 어린이 문학은 거기서 끝이 난다. 오늘날 동화의 본고장에서 어떤 그림책과 동화를 읽는지는 잘 모른다. 여기, 북유럽 그림책의 현재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마츠 레텐이 글을 쓰고 한나 바르톨린이 그림을 그린 〈악어는 배가 고파요〉. 2001년 덴마크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 책은 악어라는 맹수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으며, 포식자로서 악어의 습성을 숨기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핀 헤르만은 길에서 만난, 아무 잘못도 없는 남자아이를 한입에 집어삼키기까지 한다. 보통 유아 그림책에 대해 갖고 있는 금기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악어의 몸집과 함께 거대해지는 책의 공간 제목과 표지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이 책의 주인공은 악어다. 그것도 ‘핀 헤르만’이라는 고상한 이름을 가진 귀여운 악어. 그와 함께 사는 아주머니는 마치 작고 연약한 아이를 다루듯 핀 헤르만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경계한다. 마치 그들이 핀 헤르만을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 핀 헤르만은 커다란 입을 “따닥!” 하고 여닫기만 해도 무엇이든 꿀꺽 삼켜 버리는 무시무시한 존재다. 시내에서 마주치는 오리, 고양이, 개, 남자아이, 코끼리, 노란 모자를 쓴 아저씨까지 몽땅 집어삼킨 핀 헤르만은 어느새 그림책 판형 안에 담지 못할 만큼 몸집이 커지고 만다. 앞에서 삼킨 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아주머니가 차린 저녁 식탁에서는 햄과 닭 두 마리, 스테이크 3인분, 소시지 26개까지 먹어 치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은 핀 헤르만이 자그마치 4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기다란 몸집을 편안히 뉘인 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스르륵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글과 그림의 엇박자가 주는 즐거움 독자들은 누구나 앞에서 만난 동물과 사람을 삼킨 장본인이 핀 헤르만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글과 그림 어디에서도 핀 헤르만이 정확히 어떤 행동을 했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 능청스럽게 핀 헤르만이 “따닥” 하고 입을 여닫은 다음 순간, 앞 장면에 등장했던 누군가가 사라지고 없음을 보여 준다. 독자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더불어 핀 헤르만 앞에 있던 자그마한 오리가 깃털 하나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림과 달리, 오리는 무서운 동물이니 조심해야 한다느니 오리 때문에 겁먹지는 않았냐고 묻는 대사의 엇박자가 그림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대개의 어른들은 이러한 내용이 아이들에게 지나친 공포감을 줄 거라고 걱정한다. 정작 아이들은 자꾸만 동물과 사람이 사라지는 데도 핀 헤르만이 범인인 줄 모르고 핀 헤르만을 연약한 아이 취급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데 말이다. 혹시라도 핀 헤르만에게 잡아먹힌 이들을 걱정하는 독자를 위해 책의 마지막 장에는 한 가지 제안이 마련되어 있다(참고로 가위와 바늘과 실을 이용해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치 있는 제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