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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의 사람들
2. 계엄령 『정의의 사람들』에 부친 서평 의뢰문과 소개의 말/알베르 카뮈 『정의의 사람들』해설/일로나 쿰 『계엄령』서문/피에르 루이 레 카뮈 연보/로제 키요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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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아예프 그러나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도라 사랑하고 있지. 그 말은 맞아. 기댈 곳 없는 그저 막연한 사랑으로, 불행한 사랑으로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인민과 멀리 떨어진 방구석에 죽치고 들어앉아서 제 생각에만 골몰한 채 살고 있는 거야. 그럼 과연 인민은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인민은 말이 없어. 이 막막한 침묵, 이 막막한 침묵 …. 칼리아예프 그러나 사랑이란 바로 그런 거야. 모든 것을 다 주는 것, 보상받을 희망도 없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것 말야. 도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건 절대적인 사랑, 순수하고 고독한 기쁨이지. 과연 내 가슴을 태우고 있는 사랑은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어떤 때는 사랑이란 좀더 다른 어떤 것이 아닐까, 독백이기를 그치고 더러는 대답도 들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난 이런 상상을 해봐.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고개가 부드럽게 숙여지고 마음은 거만함에서 벗어나고 두 팔이 활짝 벌려지는 거야. 아! 아네크, 잠시 동안만이라도 세상의 이 참혹한 비참을 잊고서 몸과 마음을 푸근히 맡겨둘 수만 있다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다 잊어버리고 제 생각에만 몰두하는 것, 그런 걸 생각해볼 수 있어? 칼리아예프 물론이지, 도라.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지. 도라 너는 언제나 말을 잘 알아들어, 바로 그래.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야. 그런데 너는 그걸 정말 실감할 수 있어? 정의라는 것을 진정 가슴속에서 부드럽게 사랑하고 있어? (칼리아예프는 말이 없다) 너는 우리 인민을 그런 부드럽고 푸근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로 복수와 반항에 불타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어느 쪽이야? (칼리아예프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것 봐. (도라는 칼리아예프 쪽으로 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럼 나는 어때? 너는 나를 그런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 pp.7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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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아예프 그러나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도라 사랑하고 있지. 그 말은 맞아. 기댈 곳 없는 그저 막연한 사랑으로, 불행한 사랑으로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인민과 멀리 떨어진 방구석에 죽치고 들어앉아서 제 생각에만 골몰한 채 살고 있는 거야. 그럼 과연 인민은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인민은 말이 없어. 이 막막한 침묵, 이 막막한 침묵 …. 칼리아예프 그러나 사랑이란 바로 그런 거야. 모든 것을 다 주는 것, 보상받을 희망도 없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것 말야. 도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건 절대적인 사랑, 순수하고 고독한 기쁨이지. 과연 내 가슴을 태우고 있는 사랑은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어떤 때는 사랑이란 좀더 다른 어떤 것이 아닐까, 독백이기를 그치고 더러는 대답도 들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난 이런 상상을 해봐.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고개가 부드럽게 숙여지고 마음은 거만함에서 벗어나고 두 팔이 활짝 벌려지는 거야. 아! 아네크, 잠시 동안만이라도 세상의 이 참혹한 비참을 잊고서 몸과 마음을 푸근히 맡겨둘 수만 있다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다 잊어버리고 제 생각에만 몰두하는 것, 그런 걸 생각해볼 수 있어? 칼리아예프 물론이지, 도라.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지. 도라 너는 언제나 말을 잘 알아들어, 바로 그래.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야. 그런데 너는 그걸 정말 실감할 수 있어? 정의라는 것을 진정 가슴속에서 부드럽게 사랑하고 있어? (칼리아예프는 말이 없다) 너는 우리 인민을 그런 부드럽고 푸근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로 복수와 반항에 불타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어느 쪽이야? (칼리아예프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것 봐. (도라는 칼리아예프 쪽으로 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럼 나는 어때? 너는 나를 그런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 pp.7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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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정의의 사람들』에 대해 "이 작품의 모티브는 역사상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의 사람들』이 역사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었고 내가 말하는 바와 같이 행동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그는 주인공에게 실제 인물의 이름 - 칼리아예프 - 을 그대로 붙이기도 했다. 카뮈는 암살이라는 가장 잔혹한 과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했던 그들에 대한 "존중과 찬미의 심정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도 고백한다.
이 작품의 칼리아예프는 카뮈의 그 어떤 인물보다도 더 확실한 작가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도 있고 즐거움도 엄연히 있다"고 못박아 말하는 그는 참여적 인간과 예술가의 이중적 열망을 동시에 요약한다. 카뮈 역시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억압과 폭력에 대해 항의를 표하거나 1949년 사형 선고를 받은 그리스 공산당원들의 옹호 운동을 벌이고,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을 인정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유네스코를 탈퇴하는 등 지성과 행동을 겸비한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반항의 정신에 연민의 정신을 결합하는 섬세한 살인자들"이 등장하는 이 『정의의 사람들』은 앞서 1944년에 초연된 『칼리굴라』와 마찬가지로 100회 이상의 공연 실적을 올리며 비평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카뮈는 『전투 Combat』지에 "우리의 20세기는 공포의 세기다"라고 쓴 바 있다. 『계엄령』의 배경 또한 공포로 점철된 한 도시다. 카디스의 시민들은 갑작스럽게 출현한 혜성, 창궐하는 페스트, 그리고 새로운 통치자에게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끝까지 이에 굴복하지 않고 페스트와 정면으로 맞서는 디에고 역시 어쩌 수 없는 재앙 앞에서 공포를 느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페스트를 일시적으로나마 물리치는데, 그에 결정적으로 일조한 것은 물리적인 힘이 아닌 빅토리아의 사랑이다. 『계엄령』은 매우 스펙터클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카뮈는 '일러두는 말'에서 "서정적인 독백에서 군중극에 이르기까지 무언극, 단순한 대화, 소극, 코러스 등을 포함하는 모든 연극적 표현 양식들을 혼합"하고자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이 작품은 혜성의 출현, 강풍, 코러스의 등장, 장중하고 역동적인 대사를 구사하며 한편으로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극을 상정한다. 하지만 관객이나 비평가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어서 1948년 10월에 초연되었을 당시 23회의 공연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정의와 연민, 부조리라는 카뮈의 중심 사상을 집약적으로 보이는 동시에 극작가로서의 그의 역량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