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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아스팔트의 경계를 걷는 북방여우들. 그들을 상징하고 있는 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실린 북방여우 사진의 대부분은 ‘A Wild Fox Chase(여우 사냥)’라는 제목을 붙인 시리즈다. ‘wild goose chase(헛된 노력)’라는 영어의 관용구를 따서 만든 것이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사진 촬영은 풍경이었다. 자연을 앞에 두고 몇 시간이고 셔터 찬스를 기다리던 나의 옆을 순식간에 달려나가고, 새하얗게 빛나는 은빛 대지로 곤두박질치거나, 때로는 나의 시야에 가만히 들어와 우아하게 앉아 있는 보송보송한 생명체가 있었다. 바로 북방여우들이었다. 결국 내가 담으려던 대상은 풍경에서 신출귀몰한 그들에게로 서서히 옮겨갔다. 가축도 아니고 반려동물도 아니라고 한다면 북방여우는 야생동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그들을 찍기 시작하다 이윽고 하나의 의문에 직면한다. ‘야생 그 자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북방여우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풍부한 자연의 이미지를 지닌 홋카이도이지만, 예를 들면 농지가 많은 편인 비에이나 후라노의 인상적인 풍경처럼, 사실 이 땅은 근대 이후의 개척과 깊이 연관된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밭을 종횡무진 달리며 쥐를 잡기도 하고, 농작물을 훔치기도 하고, 목장이나 양계장의 폐기물을 노리기도 한다. (폐기물일지라도 야생동물에게는 진수성찬이다.) 또한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여우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 빈번해졌다. 인간 사회에 의존하지 않는 동물이나, 하물며 인간과 접촉한 적 없는 동물이 지금의 홋카이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북방여우는 인간 생활 주변 아니면 자연과의 경계 위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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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인내와 순간의 포착으로 담아낸 여우들의 소중한 모습들.
그들을 쫓는 사진가의 시선을 따라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대해 던지는 철학적인 물음 “이 책은 일생의 작업으로서 오랜 시간 쫓아온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북방여우가 설원에서 살아가는 모습의 모음입니다.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설원과 겨울 하늘이 내뿜는 오묘한 색의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여우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생명의 숭고함과 자연의 위대함에 감동하는 마음은 분명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안녕, 여우』라는 열린 창을 통해 한국 독자 여러분이 일본의 북쪽 대지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사진이라는 표현의 깊이를 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페이지마다 담겨있는 여우들과의 고요한 한때를 함께 느껴주시길 바랍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