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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붉은 눈: 『피버 아이』에 관하여 / 권아람, 임수영 [작품 도판 2025]? 뒷면과 이면:?권아람의 스크린 해부학 / 전민지 구조-상처-비평 / 임수영 권아람 작가론:?스펙터클의 변주와 미디어 비판 / 채연 [작품 도판 2024~2017] 납작한/납작하지 않은 세계, 투명한/투명하지 않은 세계 / 이수정 모니터 너머를 의심하는 일 / 김미정 납작한 세계 / 권아람 [작품 도판 2016~2012]? 언어의 상실과 상실의 과정 사이에서: 권아람 비디오 영상 설치에 관한 짧은 글 / 정현 부유하는 좌표 / 권아람 말, 시간, 위치 태그의 납작함 / 추성아 불화하는 말들 / 권아람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 박덕선 [작품 도판 2011~2009] 작품 목록 작가 소개 필자 소개 도판 크레디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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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멸하는 빛이 날카롭게 뻗어나갈수록, 인간의 눈은 나날이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더 머나먼 곳을 더욱 선명하게 보겠다는 혹자의 욕망은 기계 내부로 스며들어 기어이 그와 한 몸이 된다. 영원히 추격하지 못할 연산의 속도전에 판단력이 종속될 때, 인간은 빛의 방향이나 세기를 결정할 권한을 내어주곤 한다. 우리가 감시와 학습, 복제의 대상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68 디지털 세계를 압축해 표면화하는 스크린에 손끝을 맞대고 움직일 때, 우리는 무한해 보이는 정보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얻고, 기계를 신체의 일부인 것마냥 다룬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삭제되는 것은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디지털 공간이 물질과 자본, 그리고 욕망의 토대 위에 현실의 구조를 반영하며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 p.72 심미화는 대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이 더 예민하게 감각되도록 조율하는 데 있다. 마찬가지로 권아람의 작업도 비판적 시선과 분석을 토대로 하지만, 궁극적으로 감각의 형태로 제시된다. 다만, 이 감각은 관객을 무한한 몰입으로 이끄는 대신, ‘토마스의 손’이 그러했듯, 의심과 목격의 순간으로 안내한다. --- p.74 내가 보고 있는 저 이미지는 어디서 온 것인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실재하는 것인가 혹은 반사된 이미지에 불과한가. 이런 질문들 속에서 견고하고 확실하다고 믿었던 시각과 인지능력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긴다. 「납작한 세계」라 명명하지만 실상 권아람의 작품이 환기시키는 것은 ‘납작하지 않은 세계’, ‘납작해지지 않은 세계’이며, 「투명한 사물들」 역시 오히려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사물, 즉 ‘투명하지 않은 사물’들의 존재를 환기시킨다. --- p.147 완벽하게 다듬어지고 포장되어 전달되는 세계의 이미지 속에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오롯이 나의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허상을 좇기에 숨 가쁘다. 디지털 사회가 주장하는 미디어의 ‘공유’라는 개념은 실제와 가상의 반대개념을 뜻하는 불교에서의 ‘공유’(空有)와 같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 p.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