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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복숭아 네 개, 수박 하나

12 편지
14 서머 러브
15 플라스틱 플라워
16 여름 장마
18 진달래
19 산수유
20 4월은 유예 중
22 8월 5일
23 이사하는 날
24 매미
26 복숭아 네 개, 수박 하나
27 기일
28 가을약속
30 보드
30 보드 콜리
31 연애 다리 문화동
32 감자
33 오후 10시
34 사춘기
35 사과나무
36 설악초
37 에스키스
38 박

제2부 할인마트


40 성실한 답변
42 선물
43 춘복이
44 덜커덕
46 딸아
47 한아름 아파트 사람들
48 물고기 반지
50 통영 정량리 275번지
51 하르키우 정류장
52 법원장터
53 은행나무가 보이는 교실에서
54 삼산면 병산리 003번지
56 무척산 모은암
58 고성터널 1
59 지하철 3호선
60 함안 동신아파트 402호
62 시민극장
64 흥국사
65 리더스 원룸
66 한백마리나 아파트 202
67 할인마트
68 번개시장

제3부 등이 굽은 여자


72 대평1길 10 제일건재공구 상사
73 창원 임진각
74 송학리 고분군
75 신안동 현대아파트
76 상복공원에서
77 마산 공원묘지
78 새벽시장에서
80 석장동에서
81 거룩한 무덤
82 양덕동에서
84 발톱
85 서울 달팽이
86 호미의 등
88 큰오빠
90 세 번째 고민
92 12번 버스
94 아버지의 부재
96 바운스 바운스
98 등이 굽은 여자
99 도계동 할머니

제4부 동박새


102 키다리아저씨
103 요시코
104 열쇠
105 밥
106 줄서기
108 집
109 정숙이
110 훈방 조치
112 기월리 할아버지
114 망하는 일
116 타투
117 함안 기동댁
118 아버지제사 2
119 손톱
120 동박새
121 로드킬
122 수선집
123 보이스피싱 2

해설
124 일상의 날들, 시로 쓰는 편지│신상조

저자 소개 1

마산 출생. 2009년 『시에』 등단. 시집 『좌회전 화살표』 『수직의 힘』 등. 경남문인협회 회원, 고성문인협회회원, 한국디카시연구소 사무국장, 고성디카시인협회 회장, 문덕수문학관 총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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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16*187*20mm
ISBN13
9788983451750

책 속으로

시를 놓고 밥 먹었다
시는 밥 짓는 일
폼 나게 쓰는 시는 죽은 시
시를 놓고 돈가스를 먹었다
경험 시를 죽을 각오로 쓰라고
사물에 눈을 달라고
내 이름에도 눈을 달지 못하는
언어를 붙잡고
눈을 주고 코를 주고 귀를 달아주는 시간
은행나무는 제자리에서 단풍을 입혔다
마라톤만큼 오래 달려야 하는 길에 시가 달렸다
온 생, 향기로 몰아간다
--- 「은행나무가 보이는 교실에서」 중에서

통유리 바깥에서 나는 그녀를 본다

반쯤 눈을 감고 반쯤 고개 숙인
가만히 오른쪽 뺨에 갖다 대는 엄지와 검지는
업의 무게를 모두 덜어낸 듯 날렵하다
몇 세기 동안 그렇게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걸치고 앉아 있어도
척추는 유연하고 사유思惟는 자유롭다, 아니
그녀의 혼은 자유롭다

출구가 없는 통유리 안에서
시간에 갇힌 나를 그녀가 본다
--- 「천국의 계단」 중에서

아뿔싸
한숨 풀고 보니
할인마트에서 싸게 산 유통기간 짧은 물건들
간장, 김, 마요네즈 그리고 덤으로 딸려 온 그릇들이 보인다
헐레벌떡
할인된 사람들 속 나도 세로줄로 서고
가벼운 바코드 옷으로
어느 누군가에게는
유통기간이 지난 사람으로
하수구에 쏟아진 간장처럼 버려진다
버려진 자리에 검게 앉은 기억들
수돗물을 틀자 금방 따라 쓸려나가는
참 가벼운 사람들 틈 사이
나도 웅크리고 앉았다
--- 「할인마트」 중에서

누군가의 뒤에서 밑그림으로 산다
무대 밑에서 움직인다
화려한 커튼을 여는 사람
커튼을 닫는 사람 그림자놀이다
웅크리고 앉아서 세상을 비추는 그림
모두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책장 너머 대본을 읽고 있는 나를
나를 닮은 그림자가 끌고 간다
--- 「에스키스」 중에서

고마 콱 죽어뿌라

시월 칡덩쿨 같이 거친 말이 도로
남편에게 감긴다

정신 줄 놓치고
잔걸음으로 걷는
머리 하얗게 센 아내 뒤를 따라가며
넘어질까 봐 그 걸음 살피며
내뱉듯 하는,
억장 무너지는 말

제발 내 먼저 죽어뿌라

--- 「기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시, 시는 나에게, 나는 시에게 서로를 묶어 놓고 바라본다. 나는 올라갈수록 높은 산을 만나 첩첩 나를 에워싸고 내려갈 수도 없는 길에서 갈증도 느끼고, 코끝으로 바람을 넣기도 하고 긴 숨으로 속을 데우기도 한다. 터널에 갇혀 버릴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 화가 나를 키우는 방이다. 그 방을 사랑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방안에서 허우적대는 나의 모습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는 그 모든 것들이 시로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그 방에 갇혀있기를 소망한다. 시와 나는 서로를 갈망한다. 끝없는 길에서 끝을 바라보고 있는 시와 시인.

2025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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