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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10 붕어빵을 사다 11 오늘이다 12 낮꿈 13 절대적 얼굴 14 고양이야 살려줘 15 기억의 무늬 16 바람을 흘리다 17 그대 가시겠다면 20 삼월 21 사랑은 물결 무늬 22 설레다 23 걸었다 24 사랑 25 몸과 꿈 사이 26 노래 27 껍질의 꿈 28 깨물린 말 30 가위질 당하다 31 겨울 달래기 제2부 36 어느 날은 37 구르는 돌 38 옷 39 로뎀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다 40 겨울 아침 41 진화 42 나의 약점 44 열려라 훨훨 46 어둠이 어둠에게 47 가히 필사적 48 당신 49 나는 가끔씩 녹는다 50 저기 저 문 51 한 여름 또 지나가다 52 노래는 다 53 잎사귀의 정맥에 붉은 빛이 돌고 54 거울 55 건방진 기도 58 그러니 나를 만지지 마라 제3부 62 밥 63 아무리 생각해도 64 여기가 거긴데 65 참하다 66 피카소를 핑계 대며 68 물방울 하나 69 시간의 틈 70 엄마의 꽃말 71 배롱나무 꽃 피우다 72 다시 장미 74 찰나 75 손익 계산서 76 기억 밖의 흉터 78 병실에서 80 잠꼬대 같은 발의 생각 82 어제와 오늘 83 새롭다는 것 제4부 86 굴비 한 마리 87 일월산 가는 길 88 자존심 90 물길 91 내 얼굴에 꽃이 피었다 92 한바탕 춤 94 냄새에 대하여 95 내 아득한 꽃잎 96 달빛 발자국 98 바람이 분다 100 이거 씨 할 거다 101 못된 딸의 핑계 102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던 소리 104 능소화 105 식은 감자 106 희망 화면 107 언제부터 108 순교와 나 113 허수아비에게 옷을 입히자 해설 116 서정의 보석으로 가득 찬 시 봉다리│김선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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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에 어깨가 시린 날
해거름 녘 붕어빵을 샀다 따뜻하고 통통한 종이봉투를 가슴에 꼭 보듬어 안고 걸으니 가슴 속에 몽실몽실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온몸이 따끈따끈해졌다 길이 환했다 --- 「붕어빵을 사다」중에서 밤이 길다 창문을 열고 캄캄한 세상 속으로 얼굴을 담근다 너만 혼자인 것 같으냐 어둠의 물결이 귓가에서 속살거린다 또한 저 물결 건너 어느 가장자리에선가 그가 내쉰 숨결이 내 귓불에 와 닿아 찰랑거린다 지금 그도 창을 열고 밤바다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가 보다 --- 「사랑은 물결 무늬」중에서 같이 나이 들어가는 한 친구가 메시지를 넣어 왔다 야야, 내 밥 맛있게 하는 데 안다 우리 싼 밥 먹고 비싼 이바구하며 놀자 어예이 폰에 찍인 문자에서 구수한 숭늉 냄새가 넘친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서쪽으로 난 창에 별이 내려앉기 시작하는데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 「설레다」중에서 나는 가끔씩 녹는다 스며들 곳을 찾지 못해 흥건하게 고였거나 어디 낮은 곳을 찾아 흘러내리기도 하다가 흙이 허락한 사랑의 깊이만큼 소리 없이 안겨들기도 하다가 또는 빛나는 날개보다 더 빛나는 날개가 되어 날아오르기도 하다가 그래도 나는 아주 가끔씩 녹는다 녹아내린다 나는 형체를 잃고 그렇게 녹아내리는 게 좋다 몸이 바뀌면 마음도 바뀐다 있음도 바뀌고 없음도 바뀐다 나는 가끔씩 녹고 또 녹아도 좋다 결국 나는 물이었던가 --- 「나는 가끔씩 녹는다」중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에게는 사람이 약이야 오늘 너랑 마주 앉아 밥을 먹었어 네 눈동자 속에 밥을 먹고 있는 내가 있더라 너도 내 눈동자 속에 있는 너를 보았겠지 지난 몇 달 동안 혼자 앉아 밥 먹는 일이 용서가 되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에게는 사람이 약이었어 --- 「아무리 생각해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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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고향은 늘 내 안에 머물고 있다. 떠나온 지 수십 년이 넘었지만 나는 늘 그 안에 있다. 경북 영양군 청기면 토구동, 그 푸르고 황홀하던 눈 내리는 밤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눈을 감으면 그 눈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어린 나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는 것인가. 지금 그 아이의 머리가 백발이다. 2024년 여름 정재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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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숙의 서정적 상상력은 깊이 묻힌 시간의 지층을 파고 내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그 추억을 지렛대로 하여 과거와 현실을 한 공간으로 이어주기도 한다. 관념의 벽을 뚫고 들어가서 세상의 이치와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면서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게 하기도 한다. 시인의 시 정신은 자신의 존재와 삶을 휩싸고 도는 시간과 공간을 시의 언어로 어루만지고자 한다. 그는 순간을 영원으로 치환하는 내공을 지닌 어린 시인이다. 아픈 몸을 일으켜 세워 시의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다. - 김선굉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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