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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007
1부 섬 … 011 2부 캔버스 … 029 3부 섬 … 389 옮긴이의 말 … 413 |
Agatha Christie,アガサ クリステ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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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지 않아요. 많은 여자가 겪는 어리석고 흔한 일이죠. 나만 특별히 불행했던 게 아니에요.”
--- p.21 그녀는 어린아이였다.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진짜 세상이지만 그녀는 일부러 어린 시절로 돌아가 가혹한 세상으로부터 숨을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 p. 24 기억을 떠올릴 때 그 기억이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이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 p.26 그녀는 똑똑하지 않았다. 똑똑하지 않은 건 끔찍한 것이었다. --- p.174~175 아빠가 살아 있을 때 가족은 부유했고,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가난해졌다. 하지만 셀리아는 달라진 상황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집과 정원, 피아노가 있었다. --- p.188~189 셀리아는 인생에 패턴이 있다고 느끼곤 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패턴에 따라 베틀에 북 나들듯 인생을 짜나간다. --- p.201 더멋에게는 영원한 소년 같은 기질이 있었다. 그 소년이 셀리아 안의 아이를 만났다. 그들은 인생의 목표, 내면세계, 성격이 전혀 달랐지만 놀이 친구를 원했고 서로에게서 그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결혼생활은 놀이였고, 그들은 열심히 놀았다. --- p.247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 어떤 일을 기억할까? 그건 사실 중요한 일들이 아니다. 작은 일, 사소한 일이다…… 그런 일이 기억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 p.247 남자들은 상냥하지 않았다…… 그들은 엄마 같지 않았다…… --- p.299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의 잘못과 단점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법이다, 사랑이 식는 게 아니라. --- p.299 셀리아는 남편에게 열정과 동지애를 얻었다. 애정까지 기대하는 것은 합당치 않았다. --- p.303 엄마가 보기에 셀리아는 완전했다…… 엄마는 그녀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셀리아 자신이기만 하면 됐다. --- p.314 셀리아는 더멋을 사랑했고 그와 살았고, 그의 아이를 낳고 함께 가난을 겪었다. 그런데 그는 태연하게 그녀를 다시 보지 않을 준비를 했다…… 맙소사, 무서웠다. 끔찍하게 무서웠다…… --- p.384 그가 자신을 구할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뿐…… 387쪽 “‘나를 모욕하는 자가 원수였다면 차라리 견디기 쉬웠을 것을, 나를 업신여기는 자가 적이었다면 그를 비키기라도 했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내 동료,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마음이 아픈 건 바로 그 구절 때문이었어요.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 p.398~399 “너무 고통스러우면 타인은 신경쓰지 않게 돼요……” --- p.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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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려는 한 여자
그녀가 안착한 ‘기억’이라는 평화의 땅 『두번째 봄』은 한 손을 잃은 젊은 초상화가인 래러비가 삶을 정리하러 떠나온 셀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형식의 액자소설이다. 래러비는 그녀에게서 과거 자신이 느꼈던 절망과 체념의 기미를 알아채고 그녀를 돕기 위해 이야기를 청한다. 셀리아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그 시절부터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했던 셀리아는 아버지를 여읜 뒤 엄마와 각별한 삶을 이어갔다. 가세가 기울었지만 그녀에게는 자상한 엄마와 혈기왕성한 할머니가 있었고, 귀여운 작은 새 ‘골디’, 멋진 정원이 딸린 아늑한 집, 상상 속 친구들인 ‘소녀들’이 있었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것이 고민이었지만 엄마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파티에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워나갔고, 열정적이고 야심만만한 더멋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남편과 꿈 같은 신혼을 보내고, 아이를 낳고, 소설가로 데뷔해 행복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셀리아는 엄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라는 충격적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애거사 실종 미스터리의 진실이 담긴 유일한 작품 “내가 멍청했기 때문이었어요. 멍청하고, 오만했죠.” 자신이 극심한 슬픔에 몸서리치는 동안 남편이 태연하게 그녀를 떠날 준비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셀리아는 충격에 휩싸여 혼자 그를 동정하고 설득하고 합리화하다가, 그의 이혼 요구가 협박으로 번지자 남편이 ‘총을 든 남자’로 변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쫓기듯 도망친다. 모든 것이 완벽하던 꿈속에서 불현듯 나타나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총을 든 남자’.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괴롭히던 이 공포의 존재는 이제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 하루하루 압박해오고, 몰아치는 고통과 괴로움을 견딜 수 없던 셀리아는 이 모든 불행을 돌릴 누군가, 자신을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려보내줄 누군가를 찾아 비에 젖은 시골길을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실린 성경 구절이 있어요. ‘나를 모욕하는 자가 원수였다면 차라리 견디기 쉬웠을 것을, 나를 업신여기는 자가 적이었다면 그를 비키기라도 했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내 동료,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마음이 아픈 건 바로 그 구절 때문이었어요.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본문 398~399쪽) 애거사 크리스티는 1926년 엄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 사건을 일으켰다. 실종 열하루 후 그녀는 요크 지방의 한 호텔에서 발견되었지만 단기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며 실종 기간의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그때의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심지어 직접 집필한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에서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실종 당시 애거사와 비슷한 입장이었을 셀리아의 행적을 따라가보면 애거사 실종 사건의 진실을 추측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고, 당시 애거사의 심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소설이라는 특성상 작가의 내밀한 감정과 욕망을 좀더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었을 테니,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애거사가 발표한 수많은 문학작품 중 가장 진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절망 끝에 맞은 애거사의 ‘두번째 봄’ 누구나 겪는 어리석고 흔한 삶이 ‘진짜’ 인생이다 굵직한 갈등과 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나약함을 고발했던 이 시리즈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 애거사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연대순으로 죽 훑어내려가며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밀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식구처럼, 친구처럼 모두 생생하다. 너무나도 순진한 딸을 위해 인간의 본성을 묘사한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을 권하는 셀리아의 엄마에게서는 딸에 대한 애정과 엄마만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고, 자기 행동에 대한 효용을 꼽아가며 농담을 던지는 할머니에게서 고지식하고도 쾌활한 면모를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셀리아, 바로 애거사 크리스티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팔십여 편이 넘는 추리소설을 발표하고 영국 왕실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명실공히 ‘추리소설의 여왕’이지만, 이 책에서 그녀는 겁이 많고 병적일 정도로 수줍음을 타며 “다른 여자에게 일어나는 일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는 순진하고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인물로 그려진다.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예리함, 명석하고 냉철한 추리작가의 이미지에 가려진 진짜 ‘애거사’의 모습을, 이 소설로 십분 추측해볼 수 있다. 셀리아는 마음이 아팠다. 모자에서 퍼덕대는 나비의 날갯짓을 느낄 수 있었다. 나비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다, 핀에 찔린 채! 셀리아는 속이 울렁거리고 괴로웠다. 눈물이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본문 84쪽) ‘두번째 봄’이라는 제목은 애거사가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고 심기일전한 이후의 생을 묘사한 애거사 자서전의 어느 장章에서 따왔다. 래러비는 셀리아의 인생을 초상화 그리듯 섬세하게 가다듬고 ‘미완의 초상’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중요한 것은 미완으로 남은 삶보다 앞으로 그녀가 살아낼 삶이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존재적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지만 애거사는 자신이 겪은 일이 그저 “많은 여자가 겪는 어리석고 흔한 일”이라고 결론짓는다. 다들 저마다의 상처를 꿰매면서 사는 게 인생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한 그 의연한 모습은, 그녀의 오랜 팬들뿐 아니라 인생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좌절을 경험했던 많은 이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추천의 글 병적일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 감정적인 성격에 대한 연구. 뉴욕 타임스 셀리아는 애거사의 초상이다. 맥스 맬러완(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