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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는 뜻하지 않고 늙어 죽을 그때를 생각하였다. 아직 그때까지는 삼사십 년이 남아 있는데, 지난 삼십 년 동안에도 그만치 헤아릴 수 없이 세사는 변하고 또 변했은즉 장차 앞으로 올 그 시간은 또 얼마나 한 변천을 남겨줄 것이랴. 실로 몸소름 나는 일이다.
그는 또 뜻하지 않고 관 속에 가로누운 자기를 생각하였다. 그 관 뚜껑 위에 먹으로만 쓴 글씨―민우의 약력이 나타난다. 그담에는 주묵 글씨 또 그담에는 백묵 글씨… 이렇게 수없이 바뀐다. 그러다가 이 가지가지 빛깔 글씨가 얼룩덜룩 섞여 쓰인 것이 보인다. 그는 또 한 번 몸소름을 친다. 차라리 관 뚜껑에 아무것도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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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 진영의 대표적 소설가였던 한설야가 1939년 ≪문장≫ 5월호에 발표한 ‘전향소설’이다. 전향소설은 중일전쟁 이후 일제가 군국주의로 치닫던 1930년대 후반, 사회주의를 신봉하던 지식인이 자신의 이념을 버리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 양식을 일컫는다. 비록 ‘전향소설’의 양식을 빌렸지만 ‘땅이 질어서 질퍽한 진창’이란 뜻의 ‘이녕(泥?)’이란 제목에서 그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프로문학 진영의 대표적 평론가였던 임화는 이 작품에 대해 “생활의 명석한 관찰자로서 혹은 일상성의 현명한 이해자로서 일찍이 마차의 말처럼 앞으로만 내닫던 정신을 달래어 지혜로운 의지로 승화”시킨 것으로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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