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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Hye-seok ,晶月 羅蕙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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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 앞에는 지금 두 길이 있다. 그 길은 희미하지도 않고 또렷한 두 길이다. 한 길은 쌀이 곳간에 쌓이고 돈이 많고 귀염도 받고 사랑도 받고 밟기도 쉬울 황토요, 가기도 쉽고 찾기도 어렵지 않은 탄탄대로이다. 그러나 한 길에는 제 팔이 아프도록 보리방아를 찧어야 겨우 얻어먹게 되고, 종일 땀을 흘리고 남의 일을 해주어야 겨우 몇 푼돈이라도 얻어 보게 된다. 이르는 곳마다 천대뿐이오, 사랑의 맛은 꿈에도 맛보지 못할 터이다.
발부리에서 피가 흐르도록 험한 돌을 밟아야 한다. 그 길은 뚝 떨어지는 절벽도 있고 날카로운 산정도 있다. 물도 건너야 하고 언덕도 넘어야 하고 수없이 꼬부라진 길이요 갈수록 험하고 찾기 어려운 길이다. 경희의 앞에 있는 이 두 길 중에 하나를 오늘 택해야만 하고 지금 곡 정해야 한다. 오늘 택한 이상에는 내일 바꿀 수 없다. 지금 택한 마음이 이따가 급변할 리도 만무하다. 아아, 경희의 발은 이 두 길 중에 어느 길에 내놓아야 할까. 이것은 교사가 가르칠 것도 아니고 친구가 있어서 충고한데도 쓸데없다. 경희 제 몸이 제 갈 길을 택해야만 그것이 오래 유지할 것이고, 제 정신으로 한 것이라야 변경이 없을 터이다. 경희는 또 한 번 머리를 부딪고 “아이구 어찌하면 좋은가!” 한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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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의 대표주자로서 미술, 문학,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나혜석이 1918년 동경여자친목회가 펴낸 ≪여자계≫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작가의 분신과 다름없는 주인공 ‘경희’를 내세워 조선의 현실에서 신여성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겪는 갈등과 고뇌를 실감 있게 그린다. 1910년대 한국 근대소설에서 신여성을 등장시킨 작품은 많았으나, 이처럼 체험을 바탕으로 여성 주인공의 내면 깊이 들어가 그 이상과 갈등을 묘사한 작품은 드물다. 가족, 결혼, 여성 문제뿐 아니라 1910년대 조선 사회가 도달한 현대적인 세계상의 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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