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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사소한 것들의 진실
삶의 진실은 늘 곁에 있다 무심한 장면 속에 오래된 마음이 흔들리고 스쳐간 순간이 나를 깨운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14 한풀이 16 절규 17 퇴마 18 짝퉁1 19 짝퉁2 20 짝퉁3 21 덕혜옹주 22 영일만 눈물 23 걱정이 태산 24 어느 봄날의 중얼거림 25 두 별종 26 희야 27 떨림 28 사랑의 다른 결 29 속도의 배신 30 아 고운사 32 꽃과 사랑 34 삐짐 35 제2부 버티며 살아온 시간들 상처는 흔적이 아니라 버팀목 견딘 날들이 나를 만들고 흔들림 속에서 길이 열린다 참한 한국인 38 치통 39 타락과 용서 40 허상 41 허무42 요양병원의 하루 43 기준 44 버팀목 45 궁산의 봄 46 방관자 48 헛된 자만 49 사람이 왜 사는가 50 시인의 길 52 설레는 일 53 성공 한그루 허상 54 백수의 하루 55 쳐다보기(왓칭4) 57 담배 연기 58 그냥 60 어느 봄날의 미련 61 공평 63 제3부 흔들림과 깨달음 사이 흔들릴수록 또렷해지는 마음 삶은 현실과 꿈 사이 조용한 깨달음으로 자란다 노심초사 66 달리기(쫓음바리) 68 갈래길 69 요절한 예술혼 70 허튼소리72 현실 반 꿈 반 73 악마의 두 얼굴 74 학창시절 76 공허지대 78 남녀의 성벽 80 노림 82 거친 사랑 83 분신 84 자화상 86 선악의 갈래 88 30년 89 순수 젊음의 오월 91 세월 어찌합니까 93 밑천 94 만화의 수줍음 96 타이밍(Timing) 97 별의별 99 제4부 세월과 관계의 그늘 세월은 관계를 비추는 거울 잊힌 것과 남은 것이 다시 삶을 만든다 적막의 강 102 여름의 반항 103 자귀나무 104 스캔 105 멍 106 넋두리 107 충성 108 비무장지대 109 이사 110 파란만장 111 약발 112 행복 조건 113 땅굴 115 그날의 기억 116 가을 편지를 씁니다 117 나는 모른다 118 사랑 이야기 119 아름다운 사람 120 맹세(지게) 121 머슴의 눈물 123 팜므 파탈과 잔다르크 124 제5부 여전히 반복되는 삶의 무늬 떠남과 돌아옴 사랑과 실수 끝없이 반복되는 무늬 속에서 우리는 산다 가을의 춤사위 126 남 몰래 흘린 눈물 127 고독 열차 129 나 돌아가리다 130 궤도이탈 132 적막1 133 칼각 134 부촌 풍경 135 내 마음의 진달래 137 아마조네스 138 의리 139 시건방 141 가을 그 슬픈 그리움 143 이백세 144 백(白) 146 영화 속 바다 147 그림자 고독 148 재회 149 의식불명 150 해설_김영태 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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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된 나의 애마
올라타면 거렁거렁 신음을 내 뱉는다 외관이라도 좀 보살펴 주자고 닦아 준지 한 달 갑자기 부드러워진 시동 음 이게 무슨 일인가 껍데기하고 엔진은 아무 연관이 없는데 우연과 정성 사이에 숨 쉬는 미스테리 공부하기도 싫고 세상 살기도 싫어 자퇴하고 막 살겠다는 고등학생 보듬고 다듬어 주니 참하게 졸업하고 대학 간다 한 그릇 밥을 다 먹었을 때 즈음 가만히 보니 뚜껑을 열어 놓고 손도 안 댄 반찬 따돌림은 아닌데 숫기 잃은 아이처럼 보이는 건 내 잠재의식의 오버 액션 인생의 황금기 74세인 칠년 선배께서 나를 보고 하신 말 무슨 뜻인지 어슴프레 수긍이 잘 안되어 강변을 달려보고 샌드백을 두드리고 나발을 불어 보는데 아닌 건 분명 아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의 일상이 저 유명한 어떤 효과들에 취해서 오일 교환 사실이나 보약 효능을 잊어버린 거 아닌지 2막 연극에 도취되어 헛물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치원 간 손녀 돌아오면 알 수 있겠지 자꾸 대문을 쳐다본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중에서 수많은 궁중 여인내들 그들과 같이 생활한 내시 환관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아직도 잘 알지 못하는데 그러는 나는 지금 무슨 낙으로 사는가 서로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 두륜산 가련봉 노승봉 마이산 암마이봉 숫마이봉 멀리서 보면 다정스레 좋아 보여도 서로 오를 수 없는 허울 좋은 개살구 물안개 몰려오면 지척 간에 외면한다 유년시절 장미를 만나면 빨갛게 사랑하고 프리지어 속으로 노랗게 질식해 가는 스폰지 사랑 봄꽃처럼 퇴색의 운명을 비켜가지 못했다 총천연색 오물들로 칙칙해져 버린 육신 봄봄 들썩거려 봐야 무슨 소용 있을까 몸 따로 마음 따로 괜시리 잘못 흉내 내다가 망신살 뻐친다 서로 마주보는 남녀의 성벽 오르는 일 10대 인생 목표 90% 지금은 얼마일까 아직도 90% 마음만 젊어… 익어가는 봄이 무섭다 ---「남녀의 성벽」중에서 투수와 포수의 거리는 18.44m 던진 공의 도달시간은 0.5~1초 사이 부단한 훈련 및 천부적 감각의 타이밍이 관건 그래봐야 일등타자 타율은 3할대 살짝 타이밍을 가지고 노는 엇박자 밀당을 잘하면 노래도 연애도 짱 타이밍이 중요한 부부싸움 잘 맞추면 칼로 물 베기 잘못하면 맨땅에 헤딩 호주에 폭설 적도에 봄기운 세월에 허리를 삐끗한 타이밍의 귀재 계절 이제 와서 어떡해요 이미 사랑해 버린 걸 봄꽃 여인의 속삭임을 가로막는 소리 삐 삐 삐 삐 삐 이명(耳鳴) 하필 이때에 타이밍 못 맞추면 시가 희극 되고 누보로망이 누추한 노망된다 엇박자 인생 이미 엎질러 깨어진 누더기 사랑 다음 생에… ---「타이밍(Timing)」중에서 면밀하게 혹은 대충 훑어보는 것 다를 것 같으면서 비슷하다 헬스장 창으로 쏟아져 나오는 근육들 강변을 달리는 레깅스 행렬 그들은 타인의 스캔을 먹고 자란다 슬픈 가을 영화처럼 부작용도 한 다발 CCTV 감시의 눈초리 비교의 오류 공중을 휘젓던 젊은 날 눈은 주로 외면용 이제 땅바닥에서 올려보니 모든 것이 아름답다 빤히 쳐다봐서 죄송합니다 할머니 살아오신 세월이 번쩍 번쩍 이 밤 스캔하는 님의 글맥 속에서도 또 죄송합니다 비밀창고가 저어기 보인다 ---「스캔」중에서 추석 명절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추석 인사 메세지 보냈더니 체육 여선생님 대답이 시원하다 충성~ 그 한마디 오랜 세월 꾸겨진 뇌 화롯불에 인두 달궈 다린 한복 동전처럼 확 펴진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선생님 학교 전국대회 줄줄이 우승한다 올 여름 무더위 이 한마디로 끝이 났다 더위에 풍덩 던져진 너를 건져낸 게 천만다행이다 충성~ ---「충성」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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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학 시인의 시집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는 인생의 긴 여정을 지나온 이가 도달한 ‘유보와 경청’의 미학을 담아낸 생의 기록이다. 시인은 삶을 어떤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거나 거창한 지혜를 설파하려 하지 않고, 대신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라는 낮고 겸손한 어조로 운을 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일상의 풍경들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이 ‘혹시’라는 표현은 노시인이 세상을 대하는 가장 정직한 태도이자, 삶의 미세한 떨림조차 놓치지 않으려는 감각적 깨어있음의 산물이다.
시집은 비관과 절망, 고통의 기억들을 억지로 극복하거나 미화하는 대신, 몸속 깊이 박힌 그 상흔들이야말로 세찬 비바람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온 ‘버팀목’이었음을 담담히 인정하며 실패와 흔들림을 살아낸 증거로 재해석하는 단단한 위로를 건넨다. 여기에 신화적 상상력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위트와 노년에도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감정의 생동감이 더해져 시집 전체에 풍성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시인은 삶의 고단함을 유머로 풀어낼 줄 아는 여유를 보여주며, 인생의 후반부가 결코 소멸의 과정이 아닌 새로운 깨달음과 사랑의 확인이 이루어지는 축복된 시간임을 증명해낸다. 생과 사의 경계 앞에서도 끝내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 시인의 윤리적 자각은 확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망설임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삶의 불확실함을 존중할 때 비로소 인간은 삶 앞에서 정직해질 수 있다는 묵직한 전언을 남긴다. 결국 이 시집은 고압적인 훈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 버티고 견뎌온 이가 곁에서 조용히 들려주는 다정한 조언과 같아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에 숨겨진 작은 빛과 온기를 발견하게 하고 다시금 삶을 신뢰하며 사랑할 힘을 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