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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가 선사하는 위로의 언어
아픈 이별을 겪은 적 있는 이 세상 모두에게, 요시모토 바나나가 선사하는 위로의 언어. 목숨보다 사랑하던 사람을 영원히 떠나보낸 한 여자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 나의 비밀스러운 아픔까지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고요하게 반짝이는 소설..
2015.05.12.
소설/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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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히어애프터
작가의 말 |
Banana Yoshimoto,よしもと ばなな,吉本 眞秀子,본명:요시모토 마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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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쇠막대기가 푹 꽂혀 있는 것을 봤을 때, 이런 틀렸네, 이제 죽겠어, 하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아직 스물여덟 살, 인생이 거의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심정이었는데, 그 압도적인 광경은 모든 것의 기본에 있는 ‘죽음은 바로 가까이에 있다.’라는 진실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뭐야, 바로 코앞에 있었잖아, 그렇게 느꼈다. --- p.12 절망에 빠져 있지는 않았다. 그럴 수가 없는 나날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백지가 되는 기회를 얻는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그가 없다는 사실은 물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다. 하지만 그 슬픔의 시기를 지나자 돌연, 투명하고 텅빈 느낌이 찾아온 것은 예상 밖이었다. --- p.33 그 아침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나와 그, 둘 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것은 늘 맞이하는 아침, 지금까지도 늘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아침이었다. 이제 곧 그가 일어나 커피를 끓이겠지, 하는 데까지 여느 때와 똑같은. 창밖의 미니 장미에 그 계절답지 않게 꽃이 소복하게 피어 있었다. 파란 하늘에 그 빨강이 유난히 또렷하게 비쳐, 나는 분명하게 생각했다. 이 세상의 끝 같다고. --- p.53 아타루 씨가 컵도 두 개 들고 있기에, 우리 둘은 그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어제 먹고 남은 마늘 바게트를 조금씩 먹으면서. 아침 해는 어느 거리에도 고루 아름답고 하얀 빛을 뿌리고, 온갖 것을 싹 쓸어 어제의 세계로 가져갔다. 또 아침이 왔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 p.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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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에게 주고 싶어.’ 무엇보다 사랑하던 그가 죽음을 맞는 순간, 불현듯 떠올린 그 간절한 소원은 혼자 살아남아 버린 나에게 오래도록 희망의 증표로 남았다…….
조형 예술가인 남자 친구 요이치와 온천 여행에서 돌아오는 차 안, 반대편 차선의 트럭이 덮쳐들면서 혼자만 배에 쇠막대기가 꽂힌 채 살아남은 사요코, 그녀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돌아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버린다. 그녀의 눈에는 이제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이 보이고 삶보다는 죽음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남자 친구가 죽은 후 처음으로 사요코를 설레게 한 단골 바 ‘시리시리’의 신키치 씨, 아들을 잃고 사요코를 새로운 딸로 맞이해 준 남자 친구의 부모님, 어머니의 유령이 보인다는 사요코를 친구로 받아들인 아타루 씨까지. 삶을 향해 사요코를 이끌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다. 예기치 못한 슬픈 헤어짐과 그 아픔을 극복하게 해 주는 삶의 빛나는 힘을 그린 요시모토 바나나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별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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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이여, 내게 돌아오기를……
지금 내게 목숨이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마저 전부 그에게 줄게요. 이 목숨으로, 이 눈으로 많은 것을 보아 왔어요.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요이치는 살아 있기를. ― 본문 중에서 미래를 약속한 사랑하는 사람과 온천 여행을 즐기고 돌아가던 차 안, 그날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고 레너드 코헨의 「Lover, Lover, Lover」가 감미롭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차가 교각 아래로 전복하면서 사랑하던 이와 함께 내장의 일부를 영원히 잃은 사요코는 온통 무지갯빛으로 가득한 세계를 떠돌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다. 기묘한 임사 체험 후 이 세상으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는 원래라면 보여서는 안 될, 조금 곤란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는 유령들의 모습이 단골 술집에서, 빵가게 가는 길가 아파트 창문에서 불쑥불쑥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보고 싶은 연인만은 야속하게도 꿈에서조차 모습을 나타내 주지 않는다. 상실,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상실은 한 사람을 순식간에 180도로 바꾸어 버리곤 한다. 디저트 카페와 극장과 갤러리를 좋아하던 평범한 미대생 사요코는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죽음 너머를 보고 죽음보다도 적막한 고독을 경험한 뒤 몸과 마음에 뚫린 ‘공동’을 느낀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만 같고 다시는 되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삶의 의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게 해 준 것은 다만 일상이라는 소박한 축복이다. 지금의 내 눈에는 약간 다른 것이 보인다. 옛날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요이치의 조그만 작품에 촛불처럼 예쁜 빛이 뽀얗게 깃들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와 오자키 씨의 가슴 언저리에도 같은 빛이 빛난다. 다만 그 빛은 녹색이고 아주 연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무언가의 생명임에 분명하다. ― 본문 중에서 새로운 방을 빌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옛날 추억을 조금씩 치우고, 닦고, 정리하며 사요코는 그렇게 조금씩 이 세상의 빛을 되찾아 간다. 세상의 끝에 선 듯한 아픔을 겪고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한 그녀가 본 녹색의 아름다운 빛, 그것은 책을 읽는 우리의 아픔까지 낫게 해 줄 ‘생’의 빛일 것이다. ■ 사랑을 위하여,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하다 이 작품에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강렬한 개인적 체험이 담겨 있다. 첫 페이지를 여는 갑작스럽고 참혹한 전락 사고, 그에 따른 상실과 살아남은 자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은 바로 그녀가 지난 도호쿠 대지진에서 느낀 단상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어린 아들과 남편과 함께 마침 차를 타고 가다가 격심한 진동을 느낀 그녀는 그 순간 이 작품을 써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지진은 피해 지역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쿄에 사는 나의 인생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감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 소설은 온갖 장소에서 이번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를 향해 쓴 것입니다. 만약 이 소설이 마음에 와 닿아,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었다는 사람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본문 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엄습해 온 지진처럼, 죽음은 그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슬픔은 남은 사람 모두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하지만 그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살며 사랑한 그 모든 추억의 가능성, 앞으로도 추억을 쌓아 나갈 수 있으리라는 빛나는 희망일 것이다. 잊고 싶은 추억이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이건, 당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비밀스러운 이별의 순간을 영원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하고 싶다면, 이 봄 이토록 ‘달콤한 앞으로의 시간’을 이 책과 함께 꿈꾸어 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