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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에 맞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두물다리 위에서 남몰래 흐르는 눈물 민들레 홀씨 되어 함석지붕의 빗소리 검은 물 밑에서 청춘은 아름다워라 바람에 꽃잎은 지고 불온한 세월 작은 사랑의 멜로디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내 청춘 무릉도원의 여자 흘러간 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강산에 노동자로 태어나 추억의 시간 두 물줄기가 만나는 다리 |
Lee Soo-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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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받은 소시민의 자기 정체성 찾기
『두물다리』에는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7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 수배되어 사북 탄광으로 숨어들어온 남자, 부모를 잃고 정선 다방에서 일하는 여자, 집안 형편이 어려워 휴학하고 광부가 된 ?나?가 그들이다. 그런데 우리 현대소설사를 살펴보면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황석영 『삼포 가는 길』,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이 발표된 바 있다. 그리고 이 소설 『두물다리』 역시 그런 맥락의 작품이다. 『두물다리』는 70년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회에서 소외당한 이들의 아픔을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7, 80년대 현실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우리의 모습까지 그리고 있기에 새롭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과거 사북 탄광에서 광부로 일하고, 2005년 현재에는 근무하던 은행에서 명예퇴직을 권고받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현실을 통해 유신헌법과 80년의 봄, IMF의 그늘 등을 그리고 있기에, 한국현대사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사북광업소에는 4천여 명의 광부와 2백여 명의 관리직원이 있었다. 광부들과 부녀자들의 시위가 점점 커지자 관리직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광부들은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개사한 「광부의 노래」를 부르면서 시위에 들어갔다. 여자는 광부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1980년 봄, 세상이 광주를 주목할 때 사북 탄광에서도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광부들의 시위가 거세지고 사북은 광부들의 노래로 들끓었다. 그 시위에 가담한 운동권 출신인 남자와 살림을 차린 여자는 세월이 지나서도 가슴의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사북 사태 이후 남자는 계엄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철길을 헤매다 죽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휴학하고 탄광에 온 '나'와 새살림을 차리게 된다. 그러나 탄광이 폐광되자 '나'는 사북을 떠나고, 여자는 '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나'는 복학해 학업을 마치고 장가가서 단란한 가정을 일군다. 은행에서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명예퇴직을 권고받자 나는 비로소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여자가 감당해냈음직한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된다. '나'는 사북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아우라지 강물 따라 흘러간 사랑. 길고 긴 세월의 강물을 굽이굽이 거슬러 사랑을 이루다! 막장과 여자를 버리고 떠난 기억 때문에, '나'의 사북에 대한 기억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다. 탄광의 막장에서 일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리 노동이 신성하다고 해도 과도한 육체노동은 인간을 파괴하고 있었다. 나는 막장 일이 끝나 숙소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영어 단어를 외우려 노력했으나 어느새 그것은 덧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동의 강도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자를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나'가 첫 경험을 한 여자는 이웃에 살던 경주 누나였는데, 나는 경주 누나를 단순히 욕망을 배설하는 상대로만 대했고, 그런 경주 누나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살해당하게 된다. 그 기억 때문에 '나'는 이성에 대한 사랑에 눈을 못 뜨고, 사창가에서 욕망을 배설하는 관계만 가져오다, 비로소 다방에서 일하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눈뜨게 된다. 여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몸속으로 깊숙이 들어갔을 때 나는 어떤 감동을 느꼈다. 사창가에서 허겁지겁 욕망을 배설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여자는 끊임없이 몸을 떨었고, 나는 그러한 여자에게 몸을 싣고 여자의 젖가슴을 빨아댔다. 여자에게서는 아직도 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생명수를 마시듯이 여자의 유액을 빨았다. 사북에 당도한 '나'는 여자와의 추억이 깃든 곳들을 찾아 헤맨다. 여자의 집이 있던 여량리 매운탕집에 가보지만 집주인이 바뀌었고, 탄광 대신 카지노가 들어서자 정선 시가지도 많이 바뀌었다. 물론 여자도 이미 아우라지를 떠난 지 오래되었다. 서울로 돌아온 '나'는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청계천 두물다리로 나가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자와 해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