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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相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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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역사와 삶을 보는 또 하나의 거울이 된다!
스물둘, 매서운 추위 속에 언 발을 동동 구르며 매국적신 이완용을 기다리다 마음 졸였을 이재명 의사. 그의 품에서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을 이재명의 칼. 『칼』은 수표교 어느 대장간에서 연마석에 갈리고 물과 불 사이에서 수차례 담금질 끝에 탄생한 ‘칼’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칼’은 자신의 탄생에서부터 이재명 의사의 마지막 순간까지에 관한 일화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감정의 개입 없이 담담히 풀어나간다. 책 속에는 이재명 의사에 관한 석연치 않은 의문점들과 그의 삶을 재구성한 연대기가 백 년 가까이 된 그의 오래된 흑백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이재명, 그는 뜻으로 칼을 쓰고 칼로써 뜻을 펼친 아름다운 열혈청년이었다. 작가는 이재명이란 이름을 마음속에 품고 얼마나 많은 시간 아파하며 안타까워했을까. 『칼』은 이름 석 자 기억해줄 혈연조차 없이 싸늘히 죽어간 애국 청년의 삶을 조심스레 쓰다듬은 작가의 손길로 부활시킨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까마귀떼 그림자』에서도 칼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했다. 그는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관념적 위안 대신 펜을 칼처럼 사용하며 냉정한 검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헛것과 망령된 것들을 베기 위한 칼. 그 칼이 이번에는 무너져가는 세상을 바로잡으려 단호히 칼을 든 이재명 의사의 정신으로 거듭난 것이다. 야무지게 앙다문 입술에서 굽힐 줄 모르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이재명 의사의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백 년 가까이 된 그의 사진을 복사해 벽에 붙여놓고 작업했다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소설은 작가 자신에게 끝끝내 오락일 수 없다고 밝힌 것과 달리, 그는 열혈남아 이재명과 함께 보낸 시간을 행복의 시간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칼』은 그간 실존의 인물을 다루지 않았던 작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스물둘, 매국적신 이완용을 처단하려 거사를 일으키고, 다음 해 스물셋의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이재명의 군더더기 없는 삶을 작가는 가감 없이 그려내려 가급적 작가적 상상력을 자 제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재명 의사에 관한 기록은 너무도 부족하고 심지어 불명확하기까지 하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빈약한 자료를 움켜쥔 채 백 년 가까운 시간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은, 짐짓 숨 막힐 듯 버거운 고통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이재명 의사의 삶에 행여 누를 끼칠까 염려되어 수많은 상황을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작품 속 문단마다 행갈이가 되어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여백은 감히 미루어 예측할 수 없는 이재명 의사의 조국과 민족에 대한 마음을 나타낸다.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업적에 대한 역사의 평가에 견주어볼 때, 역사가 기억하는, 역사가 증언하는 이재명 의사의 모습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스물셋,‘죽음’이라는 극한의 두려움 앞에서도 꼿꼿이 고개를 든 채 초연함을 잃지 않았던 이재명 의사의 정신은 작은 난관에도 주저앉기 십상인 나약한 요즈음 사람들과 비교하여볼 때 부끄러움마저 일게 한다. 작가 역시 비록 거사에 실패하여 사형당한 이재명 의사의 삶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일 게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박상우의 소설세계를 건축하는 문장들은 무겁고도 진지하다. 『칼』은 그 무거운 문장의 물음이 올올이 되살아나 우리에게 날카롭게 묻는다. 자기 안위에 혈안 되어 주위를 살펴볼 겨를조차 없이 각박하게 살아가는 삶과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던진 이재명 의사의 삶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