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고은주의 다른 상품
|
현재에도 과거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부유하는 현대인의 삶에 쉼표가 되어주는 소설!
『시간의 다리』는 작가가 청계천에 복원된 다리 중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인 광교를 보며 거기에 쓰인 신장석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600년 전 인물인 신덕왕후를 다루려고 보니, 부득이하게도 역사 소설의 형식을 취해야 했다. 그러나 자칫 역사 소설의 함정이 되기 쉬운 감정의 범람과 서사의 장황함을 피하고 싶어 옛이야기와 현실을 이우주기 위해 현재에 발을 딛고 서서 과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환생’의 장치를 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 곳곳에 남아 있는 옛 유적들을 보며, 작가는 이해하기 쉬운 과거와 현재의 서울 이야기를 담기 위해, 복원 공사 중인 청계천의 물길을 따라 걷는 것은 물론, 궁궐과 종묘, 왕후의 무덤을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 나서며 자료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세월이 내려앉은 박석과 시간을 끌어안은 돌담, 금강석처럼 굳어가는 목조 구조물을 보 며 무언가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의 모습이었다. 계비를 향한 태조 이성계의 사랑과 그리움이 돌에 새겨졌으나, 끝내는 광통교의 다리받침으로 박혀 있게 된 신장석. 마흔한 살의 은행원 이성계와 스무 살 나레이터 모델 강자영은 신장석이 박힌 다리 위에 마주 선다. 『시간의 다리』는 이 신장석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600년간 죽지 않고 이승에 머무르다 한 나레이터 모델의 몸에 깃든 신덕왕후를 통해 들려준다. 작품 속 이성계는 현재에 있으나 현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살아가는 마흔한 살의 평범한 은행원이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강자영을 알게 되고 그들은 한 달간 주말 데이트를 하게 된다. 신덕왕후의 영혼이 깃든 스무 살의 나레이터 모델 강자영은 그가 분명 자신을 지극히 사랑했던 이성계가 환생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성계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이성계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주려 그와 함께 서울 시내 곳곳의 조선시대 유적을 찾아다니며 설명해준다. 그러나 이성계에게 있어 지나간 옛이야기나 과거의 흔적은 그저 무감각하게 다가올 뿐이다. 곁에 있으면 절로 행복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강자영의 외모에 반했던 그였지만 그녀로부터 도통 알 수 없는 옛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에게 있어 과거의 흔적이란 그저 끊임없이 이어져온 삶의 궤적이며 특이한 모양의 장식품일 뿐이었다. 결국 이성계는 강자영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역사극조차 채널을 돌려버리기 일쑤였던 그에게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번 무심히 지나치는 남대문도 청계천 물길도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눈앞에 궁궐과 성곽이 배경처럼 펼쳐지면서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헝클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녀를 멀리하면 다시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생각과 달리 그의 삶은 기우뚱거리며 과거와 현재를 멋대로 드나들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정말 누구일까…….’ 지난 21년간의 서울 생활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게 그는 살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내달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는 지금도 자신이 무엇을 진정 좋아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조차 아는 것이 없었다. 이처럼 『시간의 다리』는 과거도 현재도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당신은 누구이며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