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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Young Mi,崔泳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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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위선적인 한국 사회에 던지는 불온한 시들의 잔치!
1990년대를 대표했던 시인 최영미가 2005년 겨울,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두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 이후 7년 만이다. 거침없이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는 당당한 목소리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아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신선한 열정으로 가득 찬 시편들을 선보인다. 최영미의 신작 『돼지들에게』에 나타나는 가장 독특한 특징은, 육체와 영혼에 대한 시인 특유의 정열적인 탐구가 풍자의 형식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펴내는 시집마다에서 대담하고 거침없는 언어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위선적인 한국 사회에 표창을 던지듯 불온한 시들의 잔치를 펼쳐 보인다. 날카로운 풍자와 서정적인 감성, 그리고 세련된 농담으로 다채롭게 변주되는 시들은, 한 편의 황홀한 교향악처럼 우리를 매혹시킨다. 일상과 밀착된 살아 있는 비유, 노래처럼 흐르는 자연스런 운율,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언어를 통해 펼쳐지는 최영미의 시들은 또 한 번 우리를 새로운 시의 진경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날카로운 공격 신작 『돼지들에게』는, 크게 나누어보면, 풍자의 형식을 구현하고 있는 ‘돼지들에게’ 연작과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시편, 그리고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고 있는 서정시편 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시집에서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1부 ‘순진의 시련’에 담긴 ‘돼지들에게’ 연작이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을 정직한 언어로 풀어내는 시인이 이 시대의 우화로 선택한 「돼지들에게」를 읽다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한편 뜨끔하기도 한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하나 그건 금이 간 진주./그는 모른다./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돼지들에게」 부분) ‘돼지’와 ‘여우’, 그리고 ‘진주’로 비유되는 탐욕과 교활, 그리고 숨겨진 순수의 구조는 돼지와 여우, 진주의 러브 스토리로 풍자된다(「비극의 시작」, 「여우와 진주의 러브스토리」). 진주를 탐내는 돼지와 여우의 탐욕스러움과 교활함은 진주를 은근히 유혹하는 대목에서 극에 달한다. 무서울 정도로 솔직하고 당당한 그녀의 풍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우리 시대의 속물성이 결코 타인의 삶을 겨냥한 비판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이 우화는 나와 그들, 즉 우리 시대의 어긋난 모럴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된다.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에 실린 일련의 시들도 독특하다. 그녀에게 축구는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어느 선수가 심판의 눈을 속였는지,/수천만의 눈이 지켜보는/운동장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으며/위선은 숨을 구석이 없”(「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는 신선한 발견이며, 이미 너무 많은 위선과 거짓으로 덧칠된 세상에서 오로지 축구만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떤 소년도 총을 내려놓고/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순결하고 공정한 장이다. 기꺼이 이 시집의 한 부가 바쳐진 ‘축구’란 장르는 어쩌면 관습을 파괴하고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그녀의 위험스런 모험과 닮은 듯 보이기도 한다. 피와 땀이 밴 진실한 시 최영미 시인의 시가 읽는 이에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강렬하게 흡입되는 것은, 그의 시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일상의 진솔함에서 솟구쳐나온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사랑과 운명, 그리고 근원에 대한 질문은 최영미 시의 근간을 이루며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왔다. 어느덧 사십대에 접어든 그녀의 이번 시집에서 이 궤적은 어떤 형태로 그려지고 있을까. 지난한 일상은 굳은살처럼 더욱 딱딱해지고 몸의 일부가 되어 배겨오지만 그것을 응시하는 시선 또한 더욱 단련돼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고백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강렬한 파문을 일으킨다. 제대로 묻지 않아 비만 오면 파헤쳐지는 과거를,/유해들을 수습해 검은 보자기에 싸서 다시 매장했다./양지 바른 언덕에, 예의를 다해./무덤 위에 고맙게도/파릇파릇 잔디가 돋아/어머니의 눈물을 덮어주었다(「이장(移葬)」 전문) “한 끼의 밥을 위해 건들건들 건널목을 건너”(「건널목을 건너며」) 가는 사십대의 생활이 엄연한 현실로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44년 동안 미역국을 끓여주시는 어머니의 성가신 애정에 콧날이 시큰해지는(「44년 전의 오늘,」) 그런 일상의 힘들이 절망에서 우리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된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시인은 이야기한다. 때문에 “배반당하더라도/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런던의 실비아 플래스」)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열려진 창./바람에 날리는 책장, 남겨진 유고를/그녀인 듯 만지던 남자의 건강한 손./생활의 승리를 목격하고 나는 일어났다.//배반당하더라도/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 (「런던의 실비아 플래스」 부분) 실비아 플래스의 자살로 자신의 죽음을 대속하고 이제 시인은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일상의 여행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삶의 다양한 양식들을 발견해내고 그 속에서 숨쉬는 도덕적 경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앞으로의 최영미 시가 될 것이라고 예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영미 시인에게는 ‘차가우면서 들끓는 시인’, ‘그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시인’ 등등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이 시집 『돼지들에게』의 시들을 읽다가 나는 자칫 그 원고를 떨어트릴 뻔했다”는 신경림 시인의 말처럼, 그의 불온하며 강철처럼 단련된 시들이 이번엔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