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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는 시간? 창의력이 샘솟는 시간!
지난해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려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흔히들 부정적으로만 여겨 오던 ‘멍 때리기’를 달리 바라보게 하는 좋은 계기였지요. 사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멍 때리는 시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멍 때리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지요.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멍 때리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요. 실제로 보통 사람들도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짤 때보다 멍하니 있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탐정 백봉달, 빨간 모자를 찾아라!》은 그렇게 멍 때리는 시간이 낳은 작품입니다. 방 안의 사물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뜻밖의 형상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지요. ‘어, 저 비닐 가방 구겨진 모양새가 꼭 사람 얼굴 같네! 책상 위에 쌓아 놓은 책이랑 책꽂이는 꼭 고층 건물 같아! 저 구두는 밑창이 쩍 벌어진 게 꼭 늑대 같잖아! 코트는 어쩌면 저렇게 벗어 놨지. 꼭 웅크린 사자 같아!’ 누구나 한 번쯤 해 보는 이런 몽상이 그림책이 되는 데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던 주변 사물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각각의 사물에 ‘그럴 법한’ 성격과 역할을 부여하고, ‘그럴 법한’ 이야기와 화면을 구성하는 일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았던 까닭이지요. 그런 시간과 노력 덕분인지 책 속에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장면이 적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토끼와 거북의 경주 장면에서는 재봉틀이 빠른 발을 자랑하는 토끼 역할을, 바느질하는 손(장갑)이 느림보 거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캐스팅(?)이지요. 두 친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를 벌이는 숲길은 바늘땀이 촘촘히 박힌 청바지이고, 숲길 위로 풀풀 날리는 흙먼지는 뽀얀 솜입니다. 아기 돼지들이 늑대를 피해 달아나는 장면은 또 어떻고요. 뜨거운 입김을 훅훅 뿜어 대는 늑대는 드라이어이고, 허둥지둥 달아나는 돼지들은 아이스크림콘입니다. 그럼 막내 돼지네 집은 어디일지 대충 짐작이 가지요? 등장인물과 생김새가 비슷한 사물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역할과 사물의 성질이나 쓰임을 절묘하게 매치한 아이디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혜윤 작가는 어린이가 인형 놀이나 소꿉장난에 빠져들듯 이 작업에 흠뻑 빠져들어 2년여를 보냈습니다. 모든 창작 과정이 그렇듯 힘겨운 순간도 없지 않았겠지만, 놀이하듯 즐기는 마음이 더 컸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지요. 작가가 이 책으로 어린이에게 전하고 싶은 것도 자신이 느꼈던 그런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익숙한 사물을 달리 보는 즐거움, 그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즐거움……. 모쪼록 이 책이 어린이에게 놀이에 대한 새로운 제안, 어린이 속에 잠든 창조성을 깨우는 즐거운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부모님들께 ‘멍 때리는 시간’이 지닌 잠재력을 눈으로 확인하는 증거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