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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인생을 이해하기 위한 재회
읽기 전에 어른을 위한 어린이 이야기 1부 어른이 된다는 것 헌사 l 한때는 소년이었을 어른들에게 21 1장 l 어른은 보지 못하는 보아뱀 27 2장 l 상자 속 양을 살필 눈이 있다면 37 3장 l 네가 누구든 어느 별에서 왔든 52 4장 l 숫자에 갇힌 어른들: 소행성 B612 60 5장 l 바오밥나무가 씨앗이던 시절 71 2부 마음을 준다는 것 6장 l 하루 마흔네 번의 석양과 멜랑콜리 87 7장 l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눈물의 나라 96 8장 l 어렵고 서툰 첫사랑, 장미 106 9장 l 장미의 고백: 작별의 아이러니 111 3부 나만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 10장 l 첫 번째, 이치와 권력과 늙은 왕 125 11장 l 두 번째, 허영의 공허함 133 12장 l 세 번째, 부끄러움에 취한 술꾼 137 13장 l 네 번째, 탐욕에 매몰된 사업가 141 14장 l 다섯 번째, 번아웃 점등인 150 4부 고독을 마주한다는 것 15장 l 여섯 번째, 실체를 잊어버린 지리학자 158 16장 l 마침내, 빛으로 화려한 지구로 164 17장 l 황색 뱀과 죽음, 사막과 고독 173 18장 l 뿌리 없이 바람 따라 떠도는 삶이란 182 19장 l 바위산 정상에 온전히 홀로서기 186 5부 진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 20장 l 환상의 붕괴로부터, 성장통 195 21장 l 기꺼이 길들겠다는 말 198 22장 l 만족: 찾는 일 때문에 찾지 못하는 것 225 23장 l 알약을 뒤로하고 샘을 향해 천천히 230 6부 만남과 이별이 가르쳐주는 것 24장 l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237 25장 l 우물을 감추고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252 26장 l 웃을 줄 아는 별과의 이별 271 27장 l 삶이 주는 신비로운 처방, 시간 298 후기 l 언제 보아도 가장 아름답고 슬픈 풍경 3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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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를 먹고직업을 가지면 어른이 될까?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처세술을 익히면 어른인 걸까? 내가 선택한 직업, 내가 맡은 업무는 과연 내가 꿈꾸던 삶의 희망과 닿아 있을까?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나는 과연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의 어른이 된다.
--- pp.9-10 『어린 왕자』는 단지 레옹 베르트만을 위로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프랑스인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는 책이다. 요컨대 어린 왕자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위로를 담고 있다. --- p.24 『어린 왕자』의 주제 중 한 줄기는 바로 이성적 사고방식에 물든 어른들의 한계를 끊임없이 지적하는 것이다. 만약 어린이를 최초의 진리를 깨달은 존재로 인식한다면 인간은 어른이 됨으로써 어린이가 지니고 있던 ‘삶을 이해하는 능력’을 망각하고 이성적 사유에 물들어 버린 셈이 된다. 그 결과, 인간은 질적으로 체험하는 마음의 세계가 아니라, 양적으로 체험하고 숫자로 계산하는 물질의 세계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생텍스는 다시 어린이의 세계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 p.35 장미의 말은 자꾸만 독자의 귓가를 맴돈다. “나비를 보려면 벌레 두세 마리쯤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장미가 진작에 그런 태도로 사랑을 대할 줄 알았다면 사랑이 괴로운 숨바꼭질로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 결국 장미의 말은 장미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말인 동시에 어린 왕자가 자신에게 던지는 자책의 말도 된다. 결국 사랑은 서로의 책임인 것이다. --- p.121 현대의 직장인이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몰두하며 여유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또 다른 점등인을 보는 듯하다. 그들이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별빛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주는 일이다. 노동자들이 열악한 업무 조건 속에서 좀처럼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노동은 삶에 꼭 필요한 것이고 타인과 함께하는 노동은 거룩한 삶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노동은 과잉 노동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다. 어린 왕자는 바로 그러한 현대 사회의 노동 소외를 안타까워한다. --- p.154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아름답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막 풍경과 모래 언덕을 줄지어 넘어가는 카라반의 모습이 떠오른다.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터벅터벅 모래밭을 걷는 낙타들과 하얀 터번을 두른 베두인족도 떠오른다. 그토록 먼 길을 걸어가 오아시스 마을에 도착하고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할 것이다. 연과 인간이 행복한 조화를 이루는 낭만적인 풍경이다. --- p.244 어린 왕자는 조종사가 자기 내면에서 다시 만난 유년의 분신이다. 하지만 동심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순수한 마음도 인간관계의 원리를 깨달으며 성장하지 않으면 유치한 자기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린 왕자도 성숙해져야 한다. 스승이 필요하다. 이때 어린 왕자의 스승으로 나타나는 존재가 여우다. 물론 이것은 문학적 장치다. 어린 왕자가 여우의 가르침을 받으며 길들임의 이치를 배워 갈 때 독자도 성장한다. 길들임의 의미가 깊어질수록 『어린 왕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어른을 위한 동화를 넘어 서술 방식에서도 본격적인 소설이 된다. 어른을 위한 소설이다. --- p.2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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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릴 적 그렸던 어른의 모습에 한참 못 미치는 채로, 불현듯 시작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자주 방황한다. 중요하게 여기던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스스로 갉아먹던 존재를 놓지 못한 미숙함을 자책하면서. 꼬여버린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모르는 어른들은 작은 희망이라도 찾으려 서가를 기웃거린다.
어디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까? 무작정 떠먹이는 위로의 말로도, 뼈를 때리는 따끔한 말로도 텅 빈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헤맨 끝에 서울대 불어교육과 김진하 교수가 고른 단 하나의 작품은 바로 『어린 왕자』였다. “나는 그때 너무 어려서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 서툴던 지난날의 기억 우연한 기회로 『어린 왕자』와 재회한 저자는 고백한다. 자신이 이 책을 그동안 간과해 왔다고, 제대로 읽어낼 줄 몰랐다고. 이는 장미를 혼자 두고 별을 떠나와 후회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과 닮았다. 자신은 그때 너무 어려서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며, 어린 왕자 역시 자신의 미숙함을 고백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사랑에 어설펐던 지난 우리 모습을 자연스레 투영한다.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을 기억하는가? 우리는 모두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보채기만 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다. 끓어오르는 감정에 비해 이해는 부족했던 순간들,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관계들. 어린 왕자의 고백은 결국, 우리가 지나온 미숙한 사랑의 기록을 비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한 가치를 가려낼 수 있을까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고 믿지만, 정작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보는 눈은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사랑은 현실에 뒤처지고, 의미는 가치보다 평가절하된다. 본질에 관해 묻는 말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난다. 책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등장한다. 바로 어린 왕자가 여행하는 소행성 속 어른들의 이야기다. 숫자로만 세상을 파악하는 말들의 공허함, 부정적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 바삐 일하느라 삶을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 어린 왕자가 ‘바보’로 묘사하는 어른들이 우리와 너무 닮았다는 사실에 놀라다 보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따라온 세상의 지표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절감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라는 중의적인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세속적으로 변해버렸는가? 그렇다면 언제쯤 진정한 성숙을 맞이할 수 있을까? “누구든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지 못하는 거야”: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저자는 어린 왕자와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프랑스어 아프리부아제apprivoiser 이야기를 들려준다. ‘길들이다’라는 뜻으로, ‘사적인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프리바투스priva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에 대응하는 우리말 ‘길들이다’는, 각자의 마음에 길을 들인다는 풍부하고 아름다운 뉘앙스로 우리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여우가 설명하는 길들임의 의미를 곰곰 생각해보자. 어떤 것이라도 시간과 감각을 들여 서서히 길을 내면, 그것은 내 공간 속으로 들어와 나만의 것이 된다. 우리가 인생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본질을 제대로 길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진 사람도, 수많은 이력을 쌓은 사람도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자부하기 어려운 것은 그래서다. 만질 수도, 잴 수도, 매길 수도 없는 본질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만 발견된다. 이 책은 ‘완성된 어른’을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숙한 어른을 호명한다. 서른이 되어도 자기 삶을 확신하지 못하고, 관계와 감정 앞에서 여전히 서툰 사람들을 불러내어 어린 왕자와의 재회를 주선한다. 작품 속 27개의 장면을 따라가며 저자는 사랑과 관계의 본질, 고독과 이별의 의미, 삶의 덧없음 같은 질문들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그 모든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린 왕자』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결국 살아온 삶을 다시 읽는 일이다. 불멸의 순수를 간직한 어린 왕자, 그를 사랑한 섬세한 문학가와의 여정 끝에서 우리는 오래 잊고 살았던 자신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