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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감수자의 말

1부 대공황에 대한 대응
1장 건전한 국가 경제 확립: 대공황의 정치
2장 빈손: 1933년 세계통화경제회의
3장 근린 궁핍화: 1933~1939년의 세계 경제 실패
4장 후진성 탈피: 경제개발 전략들

2부 브레턴우즈 시대
5장 영국을 다루는 문제: 무기 대여, 상업 정책, 파운드화 잔고
6장 확고한 토대: 통화 체계 개혁
7장 통합 계획: 식량, 고용, 상품
8장 미래를 향해 가는 길목: 브레턴우즈 협정
9장 금융판 됭케르크, 금융 체계 구출 작전: 미국, 영국, 독일
10장 더 행복한 각국 관계: 국제무역기구의 실패
11장 자유 진영에서의 태환 통화: 파운드화와 유럽
12장 “젠장, 우리는 은행이라고!”: 다양한 개발 전망들의 경쟁
13장 식민주의에 대한 공통적 반감: 개발, 민족주의, 냉전
14장 경쟁적 협력: 케네디 라운드, 미국, 공동 시장
15장 자립적 성장을 향한 진보: 개발 10년

3부 워싱턴 합의
16장 변칙과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 브레턴우즈 체제의 한계
17장 선의의 방관: 금 창구 폐쇄
18장 중앙 ‘다’음이 없는 음악: 변동환율제를 향해
19장 빈곤국 노동조합: 신국제경제질서와 성장의 한계
20장 경제적 자유 확대: 시장 자유주의의 부상
21장 시장 근본주의: 워싱턴 합의와 금융 자유화
22장 규칙 기반 체계: 세계무역기구 창설
23장 새 놓아주기: 전환 경제
24장 유로 판타지: 경제통화동맹에서 유로화까지

4부 신자유주의를 넘어
25장 그릇된 행위: 세계 금융 위기
26장 다원적 다자주의: 국가주의 대 세계주의
27장 공정 자본주의와 세계화: 앞으로 나아갈 길

맺음말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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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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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

마틴 돈턴

관심작가 알림신청
 

Martin Daunton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사학과 명예교수. 영국 노팅엄대학교에서 경제사를 전공하고 켄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더럼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등을 거쳐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사 교수로 재직했다. 이외에도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장,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홀 칼리지 학장 및 인문사회과학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영국 최대 학술 교육 재단인 레버흄 트러스트 학술상 심사위원장, 영국 역사유적위원회 임원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현재는 그레셤 칼리지의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의 경제사, 국내외 경제 정책 사이의 관계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거나 정책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사학과 명예교수. 영국 노팅엄대학교에서 경제사를 전공하고 켄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더럼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등을 거쳐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사 교수로 재직했다. 이외에도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장,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홀 칼리지 학장 및 인문사회과학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영국 최대 학술 교육 재단인 레버흄 트러스트 학술상 심사위원장, 영국 역사유적위원회 임원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현재는 그레셤 칼리지의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의 경제사, 국내외 경제 정책 사이의 관계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거나 정책 입안자와 실무자를 대상으로 자문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 ‘영국과 세계화’라는 주제로 발표한 네 편의 논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2023년 드디어 끝이 났고, 그 성과를 묶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홈페이지: https://www.martindaunton.co.uk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통합 성장 이론》, 《벤저민 그레이엄 자서전》,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제시 리버모어의 주식투자 바이블》, 《투자의 미래》, 《불황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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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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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국제금융사를 전공했고, 제네바 국제연구대학원 국제역사학과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경제사학과의 연구원을 지냈다. 경북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세기 후반 지구적 금융 부활의 정치 문화와 남반부 권위주의 국가들과 국제은행의 관계를 연구했으며, 한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천 방식과 더불어 지구적 불평등과 전후 국제통화체제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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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6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508쪽 | 1915g | 150*220*68mm
ISBN13
9788925572840

책 속으로

19세기 말의 세계 경제는 완전히 뒤집혔다. 무엇보다 무역과 생산이 급감했다. 실업률은 높았고 물가는 하락했다.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웠고 국제적으로 자본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세계는 경제적 국가주의로 옮겨가는 중이었고 국제 경제 유지에서 국내 경제 회복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영국에서는 환율, 자본 이동, 국내 통화 정책 간의 ‘트릴레마’가 재편됐다. 국내 통화 정책을 등한시하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금본위제에 입각한 고정환율 대신에 이제 정부는 환율을 관리하고, 자본 이동을 제한하며, 경기회복 촉진을 위한 저금리 통화 정책을 채택했다. 더불어 영연방 특혜관세 제도까지 추가했다. 미국 과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다른 국가는 여전히 금본위제를 유지했다. 무역 전쟁, 통화 불안정, 제1차 세계대전이 초래한 과도한 부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벌어진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세계통화경제회의가 열렸다. 각 쟁점은 개별적으로는 해결이 요원한 사안이었다.
---pp.100-101

세계통화경제회의는 회의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본보기 같은 사례였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안건을 다뤘고, 참가자가 너무 많았으며, 우선순위도 없었고, 다양한 관점을 조율하자는 명확한 제안도 없었다. 각국은 자국 이익만을 추구했고 적대적 무역 권역과 경쟁적 통화가치 절하로 주변국을 궁핍하게 했다.
---p.126

학자 간에 이 같은 차이가 있음에도 이들 경제학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대항해 자유 자본주의를 구제할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열망’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에게 정책을 권고하거나 제안할 권한은 없었지만,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나 제안서를 보면 초국가적 이익이 개별 국가 이익에 우선한다는 쪽이었고 국제연맹 총회나 이사회 심의 내용과 별개로 국제 협력에 초점을 맞춘 의제를 개발했다.
---pp.184-185

1930년대에는 자본주의를 토대로 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연합 속에서 경제적 협력을 도모하는 조심스러운 시도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6월에 독일의 침공 이후 소련을 포함한 ‘국가 연합체’가 형성되면서 협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진전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1944년 7월에 열린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과 국제부흥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그리고 결국은 실패로 끝났지만, 종전 후에도 국제무역기구를 창설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가 계속 이어졌다. 브레턴우즈 회의는 ‘경제개발과 고용’을 추구하는 원대한 계획의 일부에 불과했다.
---p.241

런던 세계통화경제회의에서는 서로 연결된 수많은 쟁점을 동시에 다루려고 했다. 반면에 브레턴우즈에서는 한 가지 쟁점에 집중했고 그 결과 전후 통화 체계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할 당시 미국 재무부 고위 관리였던 폴 볼커는 전쟁 중에 정상적 통화 관계가 중단된 사실이 이 체제가 성공하는 데 한몫했다고 생각했다.
---p.374

1946년부터 1948년까지 회담은 계속됐지만, 결국 ITO 창설에는 실패했다. 그렇더라도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GATT는 “무역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관한 기준점”을 설정하고 전후 문제에 대해 높은 관세와 경제적 국가주의로 대응하지 않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31년에 최고점을 기록했던 관세가 영국을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이 논의 과정에서 미국은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를 구축함으로써 불안정과 경제 전쟁이 난무하던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p.470

케네디 라운드는 그동안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국제기구에서 제한된 역할만 했던 저개발국의 상황도 반영했다. 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케네디가 추구하는 국제 경제 정책의 주요 관심사였다. 1961년에 케네디는 ‘중남미와 함께하는 진보 동맹’을 출범시켰고 냉전 상황과 공산주의의 도전에 대응하고 신생 독립국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유엔 개발 10년’을 촉구했다. 저개발국이 보기에 GATT와 IMF는 선진 부국의 모임에 불과했고 그들은 선진국에 착취당하던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세계 경제 질서에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대안적 의제를 천명했다.
---pp.665-666

성장 추구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고 환경 파괴로 인한 재앙과 맬서스 위기, 즉 인구 증가로 인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NIEO와 OPEC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인구 증가와 출산율 제한 정책에 관한 논쟁, GDP보다 삶의 질을 더 폭넓게 정의하는 경제 지표를 고안하려는 시도, 세계은행의 소규모 차관 계획에 대한 재검토, 1930년대에 시도했던 식량·영양·보건에 관한 포괄적 계획 부활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낙관적 기술주의자 쪽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다면서 세계 인구 수용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pp.903-904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자유화를 부르짖었다. 신자유주의 대신 굳이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인간관계 자체가 사고파는 매매 행위에 바탕을 두며 개인의 이기심이 집단의 안녕과 복지를 극대화한다는 이른바 “시장 자유주의”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974년에 하이에크 그리고 1976년에는 프리드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 자유화를 지향하는 쪽으로 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했다. 이런 변화의 주된 동력은 경제 구조와 상황, 대중의 태도, 정치적·선거공학적 계산 등에서의 변화이지만, 경제학자가 쓴 이론적 연구 성과물이 이런 변화에 학문적 신뢰와 권위를 부여했다.
---pp.932-933

사실 GATT는 1948년 당시 이미 합의가 이뤄진 국제 무역기구 창설이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임시 해법이었는데 예상외로 수차례에 걸친 라운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무역 장벽을 축소하는 데 실질적인 공헌을 했다. 반면에 WTO는 출범 이후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된 라운드(도하 라운드)를 완료하지 못했다.
---p.1044

IMF, 세계은행, WTO 등의 설립 목적은 금융, 개발, 무역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이들 기구가 다양하고 긴급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효용성과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렇듯 미덥지 않은 성과를 냈음에도 이런 기구들은 다른 국제기구보다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나 기후변화, 식량 안보, 팬데믹 재발처럼 이 지구를 위협하는 문제와 더 관련성이 높아 보이는 세계보건기구나 식량농업기구 등 전후 세계 질서 속에 탄생한 국제기구보다 영향력이 훨씬 강했다.
---p.1277

“국제주의적이면서도 개인주의적인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시정하고 새로운 포용적 자본주의와 더 실용적인 세계 경제 통치 방식을 창조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바람직하리라 본다. 질병, 환경, 기후변화 등 ‘세계 공유지’에서 발생하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이 중차대한 시기에는 파괴적 충돌을 피해야만 한다.
---p.1339

출판사 리뷰

브레턴우즈 이후 80년,
세계 경제는 왜 다시 흔들리는가?

더 공정한 자본주의를 위한 경제사학자의 날카로운 제언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포한 초고율의 상호관세 조치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30년에 이루어진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인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10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내 제조업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 무역 적자 축소, 국가 안보 산업의 보호 등을 목표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WTO로 상징되는 세계 자유무역 질서 체계를 뒤흔들었다. EU, 캐나다,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보복 조치를 시사하며 세계 경제 전반에 긴장감과 불확실성을 더했다. 이후 상호관세 유예 조치 및 국가별 협상이 이루어지며 초반의 충격이 가시는 듯했지만, 강화된 품목별 관세 부과로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 기조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특정 국가의 초강력 보호무역 조치로 국제적 긴장감이 형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33년,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67개국이 런던에 모였던 당시에도 국제적 협력을 이루어내고자 했던 처음의 의도와 달리, 각국은 자국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고 어떠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가령, 영국은 파운드화를 평가절하 하고 보호관세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달러화를 평가절하 했다. 협력이 좌초된 이후 각국의 정책은 경제적 국수주의로 향했고,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쯤에서 ‘과거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두 세기에 걸쳐 위기와 변화를 거듭해온 세계 경제는 이제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그 답은 그리 멀지 않은 데 있다. 역사는 늘 반복되기에 지난 세계 경제의 흐름을 되돌아봄으로써 우리는 다가올 미래에 대응할 힘을 갖출 수 있다.

협력과 견제를 오가며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해온
세계 각국의 분투와 첨예한 대응의 역사

기술과 통신, 교통의 발달로 상품·서비스·자본·노동 등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지며 고도로 세계화된 환경에서는 무역 정책이나 통화 정책 등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이 필연적으로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세계는 패권 국가인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이와 같은 흐름을 두고 일각에서는 1930년대의 ‘근린 궁핍화 정책’을 상기하기도 한다. 이는 관세를 인상하고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등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경제를 악화시키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가리킨다. 당시 경제적 국가주의가 위세를 떨친 결과,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경제 권역은 블록화되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은 팽창적이고 군국주의적인 자급자족적 경제체제로 치달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세계 각국은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다양한 국제기구를 창설함으로써 근린 궁핍화 정책을 극복하고 국가주의와 국제주의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 시기의 국제주의는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국익 추구나 다름없었다. 이른바 ‘피상적 다자주의’ 혹은 ‘내재적 자유주의’의 부상이다. 이에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 산업국의 이익에 기반한 세계 경제 체제에 불만을 터뜨리며 자신들만의 경제 권역 설립을 도모하기도 했다. 공식적 국제기구의 설립과 이들에 의한 중재, 다자화된 국제 교역 관계를 추구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선진 산업국 이익에 복무했던 세계 경제 체제는 근린 궁핍화 정책의 한계를 일정 부분 해결했으나 1차 산품 생산국 및 저개발국들 입장에서는 구조적으로 편향된 기울어진 운동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1970년대 들어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중지로 인한 통화 정책 혼란과 석유 파동 등으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세계는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다. 이후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경쟁과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로 대두된다. 이 무렵 국가 간의 자본 이동은 한층 자유로워졌으며, 개방적 국제무역과 금융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초세계화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신자유주의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그 정당성에 도전을 받는다. 과도한 금융 자유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남용 및 부실자산 팽창으로 이어졌는데, 경제가 긴밀하게 연동된 상황에서 전 세계에 유통된 부실한 대출 채권은 세계 금융 위기를 초래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등 긴급하게 실시된 유동성 확대 조치 덕분에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제2의 대공황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세 번째 경제 주기에 돌입한 지금, 한계를 노출한 신자유주의의 질서가 여전히 깨지지 않은 상태이며 향후 어떠한 대안적 체제가 제시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국가 간 충돌과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세계,
‘더 포용적이고 더 공정한 자본주의’를 위하여

다만, 분명한 사실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중국의 부상이다. 세계 금융 위기를 연구 분석한 영국의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는 “세계 경제 활동의 균형추가 동아시아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각국의 세계사적 역할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은 현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 경제가 전 세계 경제를 견인한 역사적인 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문제는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부채 증가와 민족주의적 지정학을 기반으로 한 긴장 상태 유발 가능성(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실존적 위기를 통과하는 중이다. 과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 달성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그리고 종전 이후 1930년대에 촉발된 갈등을 해소하고 자유민주적 자본주의 사회를 결집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IMF, 세계은행, IBRD와 같은 다자간 기구를 창설했다. 이와 같은 국제기구들은 저개발 국가에 차관을 제공하거나 국가 간 분쟁 상황을 조율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긴 했지만 서구 중심 기구라는 비판, 법적 강제력의 결여 등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세계 경제 기구는 세계 금융 위기를 막지 못했다. 고도로 다극화된 세계에서 국가 간 경제적·군사적 충돌의 잠재적 위험성과 불안정성은 필연적이다. 저자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또 다른 금융 위기를 방지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의 공유지’에서 벌어지는 비극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형태의 세계 경제 통치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각국이 채택하기 쉬운 반응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과 같은 경제적 국가주의로의 회귀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는 이보다 더 나은 대안적인 방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과도한 금융화와 이로부터 야기된 경제적 불평등에서 벗어나 더 포용적이고 더 공정한 자본주의를 토대로 하는 진보적 경제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각국의 이해가 얽히고설킨 한층 더 다극화된 세계에서 인류의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한 공통의 방법론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위반 시 제재가 따르는 엄격한 규칙 적용 등을 통해 모든 국제사회의 일원이 경제적 불안정과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참여할 때, 세계 경제는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두 세기를 아우르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정교한 시선으로 톺아보는 이 책은 100년의 세계 경제사를 한눈에 조망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충만감을 가져다줄 것이다.

추천평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 주도의 통치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돈턴의 저서는 폭넓고 시의적절하다. 영웅주의를 벗고 환멸을 직시하는, 우리 시대를 위한 역사서다. -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학교 역사학 교수)
국제 경제 기구들을 폭넓게 조망한 대작. 단순하지 않은 주제와 방대한 자료를 명료하고 우아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세계 경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엘리트적인 목표와 평등, 안정적인 일자리, 복지 지출에 대한 대중의 요구 사이에 존재하는 끊임없는 긴장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세계 무역과 금융이 어떻게 역사를 바꿔왔는지 그 본질을 꿰뚫는 탁월한 역사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압도적인 역작. 지난 100년 동안 세계 경제 통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왔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어떤 설계자들이 어떤 청사진을 구상했는지, 구조물이 어떻게 세워지고 또 무너졌는지, 그 체제를 실제로 구축하고 운영한 기술자들은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 벽과 토대에 어떤 균열이 생겨났는지까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라는 건축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장구한 연대적 고찰로 보나 폭넓은 주제로 보나 이에 견줄 만한 책은 본 적이 없다. - 프랭크 트렌트만 Frank Trentmann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 역사학 교수)
마틴 돈턴이 그려낸 세계 경제 통치의 역사는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이 책은 국제 경제 체계에 관한 합의가 항상 정치적 타협을 수반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며, 현재 세계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방안으로 ‘다원적 다자주의’를 제시하는 너무나도 탁월한 책이다. - 수닐 암리스Sunil Amrith (예일대학교 역사학 교수)
이 책은 경제·금융 질서의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되며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날카롭게 일깨운다. 무역, 화폐, 인구, 개발 간의 상호 연결성과 주요 자본주의 민주국가의 고군분투를 통해 경제 및 금융 혼란의 위험을 상기시킨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해 있는지를 일깨우는 한편, 나아갈 길을 긍정적으로 제시한다. - 퍼트리샤 클래빈Patricia Clavin (옥스퍼드대학교 근현대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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