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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Crow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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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는 시간도 삶의 일부야
짧은 대화, 비슷하게 이어지는 장면, 봉제 인형이나 사람처럼 생긴 캐릭터들이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방……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고 별 변화 없는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은 분주히 움직입니다. 인형들은 “그래서?”라고 묻고는 각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데, 고양이 소녀는 처음에는 하얀 표지의 책을 읽었지만 어느 순간 노란 표지의 책을 들고 있습니다. 하얀 표지의 책은 바닥에 놓였지요. 블록 놀이를 하는 곰 인형과 토끼는 1, 2, 3 순서대로 쌓기 위해 고민하며 블록을 움직입니다. 탁자 위의 찻잔은 아마도 몸집이 큰 펭귄이 창가로 다가가다 건드렸는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 강아지는 찻잔을 제자리에 놓고 펭귄과 차를 마시는데, 어느새 강아지의 손에는 고양이 소녀가 내려놓은 하얀 책이 들려 있습니다. 마침내 아이가 나타난 순간, 덜컥 바닥에 쓰러진 의자나 와르르 흩어진 블록만으로도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지요! 사실 ‘기다림’은 어린이의 실존적 경험입니다. 실제 어린 시절은 갖가지 기다림의 연속이니까요. 아직 안 돼, 다음에, 조금만 기다려, 내일, 크면 알게 돼 등 모든 순간에 아이들은 ‘아직 아닌 시간’ 속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애태움 속에서도 기다리는 대상이 나타나는, 꼭 이루어지는 기다림은 어린이를 안심시킵니다. 그러면서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지금의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반복과 변화 속에 흐르는 시간이 삶의 일부임을 이해하는 순간, 어쩌면 성장은 천천히 다가오는 어떤 순간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키티 크라우더는 어린이들을 위한 희곡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래서?』를 창작했는데, 방은 마치 무대 세트처럼, 등장인물은 배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낮이 저녁으로 바뀌면서 길어지는 그림자, 살짝 돌린 고개, 집중하는 입매…… 색연필로 만들어 내는 하루 동안 시간이 서서히 흘러가는 모습은 부드럽고 따스하며 정교합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읽으면, 대답 이후의 침묵, 기다리는 표정, 자세의 변화 등 책 전체가 기다림의 감각으로 채워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원제 “Alors?”는 단순히 “그래서?”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럼? 자? 아직? 이제? 준비됐어? 다음은? 같은 여러 층위가 섞인 말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어느 단어도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키티 크라우더는 이런 “정확히 번역할 수 없는 감정의 틈”을 사랑하는 작가로, 이 간격은 작가가 의도한 공간입니다. 한국어 제목 『그래서?』는 짧고, 비어 있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그래서?”는 이유를 따지는 말이 아니라, 기다림, 기대감, 다정한 물음이 모두 담긴 말입니다. 작가가 무심하게 혹은 모호하게 담아낸 의미대로 한국어 역시 여러 의미를 담아 내용을 읽고 또 읽으며 여러 경험과 상황을 적용해 보는 것이 이 책에 가장 어울리는 책 읽기입니다. 본문 문장 또한 아직 종결되지 않고 나아가는 이야기라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담아내며 원문과 같이 마침표 없이 이어집니다. 저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주 어릴 적부터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살았거든요. 책은 저에게 피난처이자, 저만의 안식처였어요. _ 키티 크라우더 책 속 내용과 자신의 일상을 연결 지으며 함께 참여하는, 상호 작용적인 읽기에 가장 적합한 책 『그래서?』를 천천히 넘기면서 아이들과 수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나누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