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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토스, 신들의 리얼 월드
굿바이, 리얼 월드!│아토스는 어떤 세계인가?│다프니에서 카리에로│카리에에서 스타브로니키타로│이비론 수도원│필로세우 수도원│카라칼르 수도원│라브라 수도원│프로드롬 스케티까지 캅소카리비아│아기아 안나-아토스여 안녕! 터키 차이와 군인과 양, 21일간의 터키 일주 군인│빵과 차이│터키│흑해│호파│반 고양이│하카리로 향하다│하카리 2│말보로 24번 국도의 악몽│24번 국도를 따라서 옮긴이의 말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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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여기에도 비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하자마자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황해서 서둘러 일어나 걷기 시작했지만 이삼십 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걷기도 힘든 길인데 비까지 내리다니,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흠뻑 젖어버렸다. (…) 큰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도 생활이 이루어지는 반도의 중앙부와는 달리 이 부근의 수도사들은 대부분 산속에서 거의 농부처럼 개인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 우리는 기운을 내서 점점 격렬해지는 빗속을 뚫고 계속 걷기로 했다.
--- p.123~124 며칠이 지나자 이상할 정도로 아토스가 그리워졌다. 사실을 말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왠지 모르게 그곳이 그립다. 그곳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과 그곳에서 본 풍경과 그곳에서 먹은 것들이 너무나 실감 나게 눈앞에 떠다닌다. 그곳의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조용하고, 농밀한 확신을 갖고 살고 있다. (…) 나는 처음에 쓴 것처럼 종교적인 관심이라고는 거의 없는 인간이고 그렇게 쉽사리 사물에 감동을 하지 않는, 굳이 말하자면 회의적인 타입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 그 수도사의 말에는 이상한 설득력이 있었다. 아마 그것은 종교를 운운하는 것보다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확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p.146~147 만약 내가 터키 말을 할 줄 알았다면 혹은 그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극히 단순한 터키 말과 영어로 아주 짧은 대화만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담배 한 개비, 껌 하나로 그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은 아시아의 군인이었다. (…) 그것은 같은 아시아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의 눈 속에 뭔가 순수한 것이─혹은 왜곡되지 않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p.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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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와 터키, 장대비와 폭염, 수도원과 도시, ‘성’과 ‘속’의 이야기
유명 관광지도 아닌 타국을 여행객으로서 돌아다니는 이상, 온갖 고생을 겪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다. 실제로 하루키는 그리스 아토스 섬에서는 대책 없는 장대비 때문에 내내 고초를 겪고, 터키에서는 불볕더위에 시달린다. 그의 표현대로 “길은 끝없이 험하고, 날씨는 끝없이 짓궂고, 식사는 끝없이 형편없”었다. 하루키는 해발 2000미터의 험준한 산이 치솟은 아토스 반도를, 수도원에 묵어가며 쉴 새 없이 걸어간다. 그리스정교의 땅인 그곳에서 하루키는 스타브로니키타, 이비론, 필로세우, 카라칼르, 라브라 수도원 등 여러 수도원을 거치며 현실 세계 너머의 성스러움을 경험한다. 터키에서는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갈 수 없었을 길을 통과하며 동부 국경지대를 지난다. 어딜 가나 군인으로 가득하고, 사진 한 장 마음대로 찍을 수 없는 삼엄한 위험과 먼지와 양 떼가 가득한 터키에서 하루키는 진실하고 깊은 인간 세상을 들여다본다. 사정없이 쏟아지는 비와 햇볕을 뚫고 그리스와 터키를 돌아다닌 하루키. 단순히 고된 여행에 대한 술회라고 보기에 이 책은 ‘재미’ 이상의 의미가 지그시 배어나온다. 세속적 쾌락과는 동떨어진, 그리스정교의 수도사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는 ‘성’에 대해 생각했다. 정반대로 터키에서는 공공연하게 담배를 뇌물로 요구하고, 호텔 직원조차 융단을 파는 데 혈안이 된 현실을 겪으며 ‘속’에 대해 떠올린다. 하루키는, 이토록 뚜렷한 ‘성과 속’의 대비와 거기서 자연스레 얻어지는 인생의 깨달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 에세이 3부작, 모두 새 단장! 미국 케임브리지에서 2년 동안 체류하며 고양이와 마라톤을 벗 삼은 이야기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구판:하루키 일상의 여백)》. 작가들의 성지 이스트햄프턴에서 일본의 무인도까지의 여행담과 여행 기록에 관한 개인적 술회가 담긴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구판: 하루키의 여행법)》. 이번에 《비 내리는 그리스에서 불볕천지 터키까지(구판: 우천염천)》가 출간됨으로써, 하루키 ‘여행 에세이’ 3부작의 신장판 출간이 완결되었다. 이번 신장판은 표지 디자인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문 이미지를 새로 다듬어 삽입하거나 내지 디자인까지 재구성함으로써, 독자들이 세 권을 모두 전혀 새로운 책으로 느껴지도록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