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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에 세상을 구하라니
김온
책이라는신화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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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7

1 가시 돋친 아이들 11
2 마법의 구슬 25
3 미리의 정체 44
4 서천꽃밭 옥탑 지점 61
5 구슬이 없으면 78
6 작은 꽃의 기적 92
7 봄바람이 불어와 105
8 이 세상에 온 이유 122
9 위험한 게임 135
10 보름달이 뜨는 밤 142

에필로그 165
작가의 말 175
작품 이해를 돕는 어휘 풀이 179

저자 소개 1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던 어른들의 말이 무섭지 않았다. 뒤늦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오랫동안 독자의 가슴에 남을 이야기를 찾아 오늘도 자판 위를 걸어가고 있다. 농민신문사 주최 제24회 「어린이동산」 중편 동화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뻥침대』 『나의 슈퍼걸(공저)』 『요리하는 이순신』 『그래도 우리는 형제』 『연두 안에 보라』 『모기는 어떻게 똥꼬를 물었을까?』 『어서 와! 귀신 캠프(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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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52g | 140*205*13mm
ISBN13
9791199580978

책 속으로

검은 구름이 보름달을 삼키고 있었다. 보주도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그림자 하나가 샘물 속으로 풍덩 떨어졌다.
까만 어둠 속에서 부엉이가 나타났다. 먹이를 놓친 듯 한참이나 샘물 위를 맴돌더니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마음밭 위를 날아다녔다. 날개가 쓸고 간 꽃들에 굵은 가시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 p.9

“미리야, 너 그렇게 자꾸 흥분하고 화내다가 진짜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래? 그 구슬이 너를 지켜 주겠지만, 너 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돼. 몽고반족을 그렇게 만든 게 누군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어. 그자가 너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해. 가슴이 다 벌벌 떨린다고. 그리고 걔들은 도망가느라 못 봤다고 치자. 대한이는 어쩔 뻔했어?”
“그래서 이모가 왔잖아. 그럼 된 거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던 그때, 빗줄기 사이로 붉은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나비는 대한이 머리 위에 내려앉아 날갯짓을 세 번 했다. 순간 대한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방금 본 일이 대한이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없다는 뜻이었다.
--- p.43

검은 꽃을 받은 아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래 살라고 빨간 꽃, 높이 오르라고 노란 꽃, 씩씩하라고 파란 꽃, 어여쁜 얼굴로 태어나라고 하얀 꽃. 저마다 다른 색 꽃을 쥐여 주며 행복과 건강을 빌었건만, 어찌 된 일인지 수많은 아기가 한 줄기 빛도 보지 못한 채 스러져 가고 있었다.
삼이는 지켜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떠올라 가슴이 턱 막혔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던 아기들의 비명이 또다시 가슴을 파고들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과 짧은 인사만 나눈 채 병실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천 리처럼 멀고 길게 느껴졌다.
--- p.76

어느새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얼굴 위로 검은 점이 춤추는 게 느껴졌다. 그때처럼 구름을 불러 비를 퍼붓고 녀석들을 쫓아 버리고 싶었다. 삼이에게 또 혼이 나겠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이었다. 새싹이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 삼이도 그 정도는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미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구름을 불러올 수도,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없었다. 보주가 없는 미리를 지켜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미리 자신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보다 더 지켜야 할 새싹이가 품에 있었다.
--- p.87

“너 처음 전학 왔을 때 기억나? 현재 운동화가 네 사물함에서 발견됐을 때 말이야.”
“다 지난 일은 와 꺼내는데? 생각도 하기 싫다.”
“그때, 아무 말도 못 하고 맞고만 있는 너를 보는데 가슴이 이상하게 아프더라.”
대한이도 그날이 떠올랐는지 가만히 듣기만 했다. 빨랫줄 올 끝이 다 삭아 대한이 손끝에서 부스스 가루가 되어 떨어졌다.
“근데 마음속에서 자꾸 그런 소리가 들리는 거야. ‘네가 믿어 줘. 친구가 돼 줘.’ 너도 알다시피 내가 마음이 하는 말을 좀 잘 듣냐? 그 바람에 오지라퍼라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어쨌든 난 그날 너를 무조건 믿기로 했어.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믿어 주고 한편이 되어 주자고. 만난 지 며칠 안 됐으니까 의심하자면 충분히 나도 그럴 수 있었거든. 근데 봐 봐. 그 덕분에 우리 지금 이렇게 진짜 친구가 됐잖아. 신기하지 않냐? 지금도 마음이 자꾸 그래. 금도에게도 친구가 되어 주라고. 믿어 주라고. 그럼 우리, 언젠가 또 진짜 친구가 되어 있지 않을까?”

--- pp.119-120

출판사 리뷰

마음이 무너져 위태롭게 변하는 교실
열네 살 삼미리,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가 되다!


주인공인 열네 살 삼미리가 다니는 숨탄중학교 1학년 2반 교실은 위태롭기만 하다. 아이들은 사소한 말다툼에도 쉽게 분노를 터뜨리고, 친구를 향해 모욕적인 말을 퍼붓거나 집단으로 따돌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대한이가 금도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미리는 그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고 대한이를 감싸 준다. 이 일로 인해 미리와 대한이는 절친이 되지만, 미리는 자연스럽게 금도 무리와 부딪치며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한편, 그 과정에서 미리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상한 변화를 감지한다. 약한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부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오른쪽 눈을 덮은 큰 검은 점이 꿈틀대며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다가 비가 쏟아지는 것이다. 또한 머리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혹이 돋아나면서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게 하는 근원, 곧 사랑을 담고 있는 ‘불타는샘물밭’이 점차 잿빛으로 변해 그 영향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미치게 되었고 결국 삼이 이모(삼승할망)가 아이들 마음을 구할 ‘마지막 씨앗’인 미리를 데리고 인간 세계로 데려온 것이었다.

처음에 미리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흔들린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절친인 대한이가 다른 아이들처럼 험악하게 변해 가고 금도 무리와의 충돌이 깊어지며 상황은 더 어렵게 흘러간다. 과연 미리는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는 어둠의 존재를 눈치채고, 무너져 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되살릴 수 있을까.

“애초에 정해진 건 없었던 거야.
……누구라도 가능한 거였다니까. 마음만 있다면.”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힘, 사랑


『열네 살에 세상을 구하라니』는 열네 살 삼미리가 점점 변해 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제주 신화 <삼승할망본풀이>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 및 육아를 관장하는 신(神)인 삼승할망의 등장으로 신화적 의미를 끌어와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소설에서 삼승할망은 ‘태아를 싸고 있는 막과 태반’을 뜻하는 ‘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인간 세계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지켜 주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주인공 아이들이 다니는 ‘숨탄중학교’는 ‘숨탄’이라는 단어처럼 ‘숨을 쉬는’ 곳, ‘살아 움직이는’ 세계를 의미한다. 이는 인간 세계가 본래 생명이 보호받는 공간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타는샘물밭이 망가지며 인간 세계에 어둠이 스며들고 아이들 마음속에는 가시가 생겨나고 만다.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에 돋아난 ‘가시’라는 상징을 통해, 소설은 타인을 향한 공격성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가 어떻게 서로를 무너뜨리는지를 섬세하게 그려 낸다. 이 과정은 결국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 한 생명의 근본을 흔드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준다.

이때 세상의 위험을 눈치채고 ‘이 일이 생기기 전에’ 준비된 자가 있었으니, 바로 주인공 ‘미리’다. 삼미리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즉 아이들의 마음을 구하기 위해 인간 세계로 왔고, 실제로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 하나, 소설은 아이들을 단순히 구제해야 할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애초에 정해진 건 없었던 거야. 누구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라도 가능한 거였다니까. 마음만 있다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더 이상 신들이 인간을 지키려고 하지 마. 인간들 스스로가 지킬 수 있어야 해. 그리고 난, 그 가능성을 봤어.” (168쪽)

미리가 아이들과 부딪치고 흔들리는 시간을 지나는 과정에서 희망을 품듯, 마음속 가시가 점점 더 날카로워질지라도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세상을 지키는 일이 특정한 존재에게만 주어진 사명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 낼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이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그 바탕에 놓인 ‘사랑’의 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힘이야말로, 무너져 가는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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