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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흘러가면서도 남는 것들 5 1부 반반의 영혼 시가 된 윈더미어호 14 우는 벚나무 19 돈 콜 미 베이비 24 슬픈 목가와 스마트폰 사이 29 와인이 되려다 장미가 된 33 블루가 있는 그림 한 점 38 족발 권력 43 반반의 영혼 49 잃어버린 성(姓)을 찾아 54 2부 색으로 건너온 시간 파통가 증언 62 하나식품과 조선오이 66 시드니에서 부르는 靑山別曲 71 오차 안에 머물던 시간 81 보라 86 빌핀, 초록이 덮지 못한 것 95 카우라, 노랑이 덮은 것들 101 아웃백 개론 106 3부 DSA 사람들 회식 보고서 120 리카의 주근깨 128 소금 반, 후추 반, 설탕 한 스푼 133 넝과 20달러 138 98℃ 기류 143 에드나에게 바치는 항복 선언 148 뒷담화, 그 치명적인 달콤함에 대하여 153 그냥 158 12월이기 때문입니다 162 4부 돌아보니 거기 바다의 기척 168 다정한 유산 173 그 많던 오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78 굽을 내리다 183 잿빛 통증 188 중간 날들 192 굴뚝 197 5부 언어의 농도 언어의 농도 204 진실은 그런 거라네 208 죽음을 도모하고, 삶을 완성하다 213 이유가 있는 문학제 217 거리의 미학 222 패밀리 팩 226 하이게이트 플레이스 7번지 230 에필로그 성실한 실패작들에게 _나의 문학세계를 말한다 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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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의 푸른빛 아래, 끝내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시드니 블루』는 호주 시드니에 정착한 지 스물여섯 해가 된 수필가이자 시인 유금란의 두 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은 단순한 이민 체험담도, 이국의 풍경을 기록한 여행기도 아니다. 떠나온 땅과 살아가는 땅 사이, 어느 한 쪽에도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채 형성된 삶의 감각을 문학적으로 길어 올린 기록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들-언어, 사람, 노동, 기억, 감정-을 붙잡아낸 흔적이다. 유금란의 문장은 꾸미지 않는다. 대신 감각적이고 정확하다. 한 그루 벚나무를 바라보다 문득 늙음을 떠올리고, 오래된 시집 속에서 모국어의 숨결을 다시 듣고, 이름 하나를 통해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되묻는다. 그의 문장은 설명하기보다 체감하게 하고, 정리하기보다 흔들리게 한다.
그 솔직함이 이 책의 첫 번째 힘이다.이 책의 중심에는 ‘경계에 선 삶’이 놓여 있다. 그것은 단순히 국경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 노동과 일상, 소속과 비소속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존재의 방식이다.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 쪽을 떠났다는 의미라기보다, 어느 한 세계에도 완전히 고정되지 못한 채 두 개의 좌표를 동시에 감각하는 일에 가깝다. 파통가, 빌핀, 카우라, 아웃백, 블루마운틴으로 이어지는 호주의 지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며 새롭게 의미화되는 문학적 공간이다. 작가는 풍경을 소비하지 않고, 기억과 감정을 겹쳐 놓으며 삶의 좌표를 계속해서 미세하게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장소는 지명이 아니라 체험의 언어가 된다. 특히 3부 「DSA 사람들」은 이 책의 가장 생생한 결을 보여준다. 13년째 이어온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의 일상은 설명이나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내는 관계의 기록이다. 서로 다른 속도와 감각이 충돌하고 조율되는 현장은 때로는 불안정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생활의 윤리와 유머가 존재한다. 동료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매일의 노동 속에서 서로를 조정하며 균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은 점차 내면의 기록으로 이동한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사이의 거리, 시간이 만들어내는 균열, 그리고 끝내 놓지 못하는 모국어의 결이 겹치며 개인의 삶은 더 넓은 문화적 기억으로 확장된다. 이때 드러나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이다. 어디에 속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상태를 어떻게 견디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유금란의 산문에는 오래 버틴 사람의 단단한 담백함이 있다. 삶을 해석하기보다 통과시키는 문장들은, 우리에게 낯섦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시드니 블루』는 시드니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은 서로 다른 세계 사이를 건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 자리에서조차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언어로 세계를 견디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치열한 과정 속에서 피어난, 지극히 세련되고 활달한 목소리의 산문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