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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으로 족한가?'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 그들은 꽁무니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부지런히 깃을 다듬어야 한다. 잠시라도 깃을 고르지 않았다가는 젖은 걸레처럼 물 속에 가라앉어 버릴 것이다. 짝을 짓고, 알을 낳아 품는 일도 끝내 죽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자신을 닮은 새끼를 통해서 끝없이 살아보려는 집요한 발버둥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왜 사는데?'라고 묻지 않는다. 어쩌면, 그러한 의문이야말로 그나마 지금까지 누려온 어둠 속의 평온조차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리라 직감하고, 교묘하게 피해버리는 게 아닐까? 뭇 살아 있는 것들은, 너나없이, 그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잘 발달된 더듬이를 가졌거나, 바보로 위장한 천재들이다. 떠돌이 빼빼는 모든 걸 잊고 싶었다. 스스로 짊어지고 나선 외로움이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벗고 싶었다.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조차 떨어내려는 듯, 야윈 오리는 벌떡 풀밭에서 일어나 세차게 도리질을 하고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물 속에 뛰어들었다. 왕발이가 쫓아오며 소리친다. "야아, 빼빼 물 먹이자!" --- pp. 84-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