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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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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그림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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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금강 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꾸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의 삶과 정신을 그림 속에 새로이 담아 어린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 그동안 『만년샤쓰』 『엄마 까투리』 『준치 가시』 『7년 동안의 잠』 『해룡이』 『빨간 호리병박』 등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김세현의 다른 상품

역자 : 이상희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재 시작활동 외에도 동화 창작과 동화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시집으로 『잘가라 내 청춘』『벼락무늬』가 있으며, 그림동화 『외딴 집의 꿩 손님』『내 친구 청둥오리』『토마토 씨앗』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31쪽 | 264g | 148*210*20mm
ISBN13
9788982813252

책 속으로

언제든 떠날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인류도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깡통이 사람으로서의 전생을 마감할 때 마침표를 찍듯이 한 생각이었다. 언제든 떠날 생각으로, 제 스스로 옮길 수 있는 양만큼의 음식과 옷과 책만 지니기로 한다면 모든 다툼은 저절로 없어질 텐데. 금방 세웠다가 허물 수 있는 천막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의 그토록 천진하고 풍요로운 표정이야말로 그가 깊이 간직한 지상의 아름다운 그림 중 하나였다.

이 겨울을 무사히 넘긴다면, 하고, 마지막 선물인 듯 초겨울의 숲에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낙엽 속에 자기를 묻고 누웠던 그는 영영 눈을 감을 때까지 몇 번이나 거듭 생각했다. 배낭여행 중에 만났던 몽골 북부 차탄족 남자 비트를 한 번 찾아가볼까. 전생의 마지막 꿈은 그래서 몽골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었다.

--- p.57-58

나무나 풀꽃이나 개울의 자갈이나 돌 같은 것이 되었더라면 좋을 텐데. 그가 이런 생각을 했더니 가게의 백열등 켜진 천장 대신 파란 하늘이 보였다. 풀꽃들이 도란거리는 낌새도 느꼈졌다. 개울물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가 깡통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고 그랬던 것처럼 잠깐 웃었다. 웃음 위로 우르르 쓰레기가 쏟아졌다. 하나같이 새카만 숯덩이였다. 아니, 새카맣게 그을린 깡통들과 과자봉지들이었다. 트럭운전사와 미화원 복장의 사내가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참 그 가게 주인 안됐네. 명예 퇴직하면서 받은 돈으로 차린거라는데 말야."

"뭘, 화재 보험에 들어놔서 보상을 확실하게 받는다던데."

"그래? 불행중 다행이구만. 도대체 왜 불이 난 거래?"

"감시 카메라 필름을 돌려봤더니, 쥐새끼가 있었는지 통조림 진열대에서 깡통 하나가 움직이더래. 그 바람에 쌓인 캉통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합선 되고 불이 났다는 거 같아."

"그나저나 이거, 너무 아까워서...... 통조림 깡통들은 속이 멀쩡할 텐데 말야."

"그런 걱정은 꽉 붙들어매두라구. 이 쓰레기장 뒤져서 먹고사는 이들만 해도 수백 명은 되니까."

---pp.14~15

......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은...... 그래, 거기야. 그전에 우리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던 집 주방! 우리집 식탁은 굉장히 컸어. 요리할 때 재료를 죽 늘어놓길 좋아하는 엄마가 앞집에서 공사할 때 내다버린 문짝을 다듬어 만든 거였어. 요리 재료를 늘어놓고도 한쪽에선 블록 장난감을다 펼쳐놓고 집을 지을 수가 있었어. 한켠에선 형이 숙제도 할 수 있었다니까! 엄만 답답하다고 책상에 가서 하라고 했지만 우린 늘 못 들은 척 했어. 내 영토를 침범하다니, 이 나쁜 녀석들! 엄만 화가 난 것처럼 크게 소리치면서 칼을 휘둘러 얍! 하고 홍당무랑 무를 썰어 하나씩 우리 입에다 물려줬어. 음식이 끓는 맛있는 냄새 속에서 아삭아삭 씹어먹던 야채 조각들이 얼마나 시원한 건지 아저씬 모를 거야......

친구들이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곧장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형이 투덜거릴 정도였지. 그리고 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구? 그전에 내가 말한 적 잇는 겨울 바닷가. 깡통 아저씨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아빠가 안 아플 때. 일요일 밤이었던 것 같아. 바다는 캄캄했어. 어디가 모래밭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가까이 가서 발을 디뎌봐야 알 수 있었거든. 다 늦은 저녁에 엄마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중얼거렸고, 아빠는 좋아! 지금 당장 바다를 보러 가는 거야! 이렇게 소리쳤지. 놀러 갔던 사람들이 줄줄이 돌아오는 고속도로를 거슬러 달리는 기분이 이상했던 기억이 나, 그리고 바닷가에선 넷이 꼬옥 붙어서 있었기 때문인지, 그 얼마 전에 새로 샀던 잠바 때문인지, 그 바닷가는 조금도 춥지 않았어. 지금도 난 누가 겨울 바닷가가 춥다고 말하면 아니라고 대답해.

--- p.79-80

"......괜찮아, 이제 봄이 오면 나비가 되거나 꽃이 될거야. 내가 잘 지켜줄게.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네겐 그저 복숭아 통조림으로 보이겠지만 난 말야, 사람으로 살았던 전생을 죄다 기억하고 있는 깡통이란다."

"깡통 아저씨와 내가 찾아 헤맨 그 하얀 꽃이 너희들에게서 피어날까? 부모를 잃고, 형제를 잃고, 깡통 아저씨를 잃고..... 내게는 말이다, 이 삶이 그저 열심히 날짜를 채워 살아내야 하는 숙제 같았어. 누구에게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난 바닥이 뻥 뚫린 항아리란다. 기후가 나빠서 아무것도 꽃피울수 없는 벌판 같은 사람. 아무것도 가질수 없고 소망할 수 없도록 운명지어진 사람..... 외로움이 일용할 양식으로 주어진 사람..... 너희가 깡통 아저씨의 그 하얀 꽃을 피운다면, 그래서 어딘가에 있을 깡통 아저씨에게 그 꽃을 꽂아줄 수 있다면, 나도 처음으로 내 가슴에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은...... 그래, 거기야. 그전에 우리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던 집 주방! 우리집 식탁은 굉장히 컸어. 요리할 때 재료를 죽 늘어놓길 좋아하는 엄마가 앞집에서 공사할 때 내다버린 문짝을 다듬어 만든 거였어. 요리 재료를 늘어놓고도 한쪽에선 블록 장난감을다 펼쳐놓고 집을 지을 수가 있었어. 한켠에선 형이 숙제도 할 수 있었다니까! 엄만 답답하다고 책상에 가서 하라고 했지만 우린 늘 못 들은 척 했어. 내 영토를 침범하다니, 이 나쁜 녀석들! 엄만 화가 난 것처럼 크게 소리치면서 칼을 휘둘러 얍! 하고 홍당무랑 무를 썰어 하나씩 우리 입에다 물려줬어. 음식이 끓는 맛있는 냄새 속에서 아삭아삭 씹어먹던 야채 조각들이 얼마나 시원한 건지 아저씬 모를 거야......

친구들이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 있다고 해도 곧장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형이 투덜거릴 정도였지. 그리고 또....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구? 그전에 내가 말한 적 잇는 겨울 바닷가. 깡통 아저씨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아빠가 안 아플 때. 일요일 밤이었던 것 같아. 바다는 캄캄했어. 어디가 모래밭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가까이 가서 발을 디뎌봐야 알 수 있었거든. 다 늦은 저녁에 엄마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중얼거렸고, 아빠는 좋아! 지금 당장 바다를 보러 가는 거야! 이렇게 소리쳤지. 놀러 갔던 사람들이 줄줄이 돌아오는 고속도로를 거슬러 달리는 기분이 이상했던 기억이 나, 그리고 바닷가에선 넷이 꼬옥 붙어서 있었기 때문인지, 그 얼마 전에 새로 샀던 잠바 때문인지, 그 바닷가는 조금도 춥지 않았어. 지금도 난 누가 겨울 바닷가가 춥다고 말하면 아니라고 대답해.

--- p.79-80

"......괜찮아, 이제 봄이 오면 나비가 되거나 꽃이 될거야. 내가 잘 지켜줄게.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네겐 그저 복숭아 통조림으로 보이겠지만 난 말야, 사람으로 살았던 전생을 죄다 기억하고 있는 깡통이란다."

"깡통 아저씨와 내가 찾아 헤맨 그 하얀 꽃이 너희들에게서 피어날까? 부모를 잃고, 형제를 잃고, 깡통 아저씨를 잃고..... 내게는 말이다, 이 삶이 그저 열심히 날짜를 채워 살아내야 하는 숙제 같았어. 누구에게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난 바닥이 뻥 뚫린 항아리란다. 기후가 나빠서 아무것도 꽃피울수 없는 벌판 같은 사람. 아무것도 가질수 없고 소망할 수 없도록 운명지어진 사람..... 외로움이 일용할 양식으로 주어진 사람..... 너희가 깡통 아저씨의 그 하얀 꽃을 피운다면, 그래서 어딘가에 있을 깡통 아저씨에게 그 꽃을 꽂아줄 수 있다면, 나도 처음으로 내 가슴에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깡통으로 다시 태어난 시인과 고아 소년이 전하는 사랑의 기적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바느질』『봉함엽서』가 당선되어 시단에 나온 이후 언어의 절제 속에서 고독과 허무의 시학을 일구어온 이상희 시인은 그간 두 권의 시집만을 상재했을 정도로 과작의 엄격함을 보여왔다. 그런만큼 '어른을 위한' 동화로의 외출은 다소 의외로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기실 이상희 시인은 동화 창작과 동화 번역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온 뛰어난 아동물 편집자이기도 하다. 시인의 그러한 관심과 이력이 '어른을 위한 동화'『깡통』의 집필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이성복 시인의 시『모래내,1978년』에서 상상력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시적 상상력과 동화의 꿈이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적 산문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 하는 이성복 시인의 싯구처럼 사물과 자연 만물에까지 사랑의 숨결을 드리우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람과 자연' 등 모든 관계의 참된 근거, 사랑을 찾아가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랑의 탐문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린 오늘의 현실을 되비추면서 잃어버린 사랑의 기적을 조용한 목소리로 일깨운다.

건축설계 사무실로 날마다 출근하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기도 했다. 경제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실직을 한 그에게는 아내의 어린 아들딸이 있지만 그는 날마다 달아나듯 교외선 기차를 타고 산과 들로 떠돌면서 개울물이나 나뭇가지에 시를 쓰며 자신만을 응시하고 지냈다.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들을 무거운 짐으로만 느끼던 차에 갑자기 닥친 홍수로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 만다. 집과 가족을 잃은 그는 점점 어둡고 창백한 얼굴로 객지를 떠돌다가 어느 산 속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그러한 그가 깡통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혼을 지니고 전생을 기억하는 특별한 깡통으로. 가난한 떠돌이 고아 소년과 버려진 깡통과의 만남은 우연이랄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깡통으로 다시 태어난 그에게는 그 우연이 자신밖에 몰랐던 전생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고된 축복이기도 했다. 부모를 잃고 험난한 세상에 내던져진 소년에게 깡통이 된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너무도 많았던 것이다. 잠자리를 마련하는 일부터 자신의 깡통 속에 든 복숭아 통조림을 굶주린 소년에게 나눠주는 일까지, 소년과의 만남은 깡통이 새로운 사랑에 눈뜨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고귀한 시간으로 다가왔다. 이와 함께 소년의 가난한 마음은 깡통의 사랑을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깡통의 전생과 영혼에 귀기울이게 된다.

깡통이 된 현재의 시점과 전생의 기억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은 전생의 그가 자신의 고독과 상처에만 눈을 돌리느라 보지 못했던 세상을 새롭게 발견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깡통과 헤어져 혼자 수도원에서 자라게 된 소년이, 고독과 아픔 속에서 헤어짐의 참된 의미를 발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사랑에 눈뜨는 과정 또한 이 작품의 소중한 지점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함께 찾았던 사랑의 상징, 하얀 무꽃이 마흔일곱 개의 깡통에서 일제히 흔들릴 때 우리는 잔잔한 사랑의 기적 앞에서 조용한 감동에 젖게 된다. 여기에 또 하나, 삽화가 김세현의 탁월한 붓놀림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감정의 골을 깊이 울리는 김세현의 서정적인 삽화는『깡통』곳곳에 숨어있는 이야기의 매듭들을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간결한 선과 효과적인 심상의 배치, 그리고 과감한 여백 처리는『깡통』의 아름다운 상상력에 충분히 답한다.

이성복 시인이 이 작품을 읽고 "사랑의 근본적인 속성은 전염이다. 사물에게서 사람이 듣는 이야기는 사랑이 전염되는 경로의 이야기다. 때로 그 경로는 꽉 막히고 뒤집히지만 어떤 절망의 이야기도 절망은 아니다. 애초에 사물이 사랑과 함께 있음을 믿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상희 시인은 절망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도 사랑을 전하는 많은 통로가 곳곳에 감추어져 있으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극단의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후기에서 이상희 시인은 이 작품의 모티프를 이성복 시인의 시에서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초라하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삶이나 사물에도 그들만의 사랑과 아름다운 기억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세상은 보다 풍부해지고 살만한 곳이 된다는 것을 시인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얼음 바람을 견디기 위해 엎드린 채 가지를 뻗는 북극버드나무처럼, 스스로 지혜를 얻으며 사랑의 여로에 오르는 깡통과 소년의 길은 고단하지만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 기억은 사물들 안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끌어내고, 잃어버린 사랑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잔잔한 사랑의 기적이 되어 읽는 이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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