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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거란 장군 야율우지의 자리
1장 - 평주의 새 자리 2장 - 콘크리트의 진실 3장 - 첫 보고와 첫 박해 4장 - 가족의 자리 5장 - 카르텔의 짜임의 깊어짐 6장 - 양심의 발걸음 7장 - 미국에서 8장 - 강민호의 둘째 천지 9장 - 폭로의 결정 10장 - 언론으로의 자리 11장 - 박해의 자리 12장 - 어부의 자리의 사라짐 13장 - 첫 균열의 한 자리 에필로그 - 평주 신도시 첫 균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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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은, 화산보다 먼저 도착한다
「백두산, 천 년의 서사」 2권의 부제는 ‘균열이 말하기 시작하다’이다. 1권이 가문의 기억과 부패의 구조와 화산의 전조라는 세 개의 씨앗을 땅에 묻는 권이었다면, 2권은 그 씨앗들이 저마다 균열의 형태로 지표를 뚫고 올라오는 권이다. 벽이 갈라지고, 데이터가 어긋나고, 오래된 우정이 거래로 변질된다. 그러나 균열은 파괴의 증거이기 전에 하나의 언어다. 무언가가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신호이고, 보아야 할 사람에게 보내는 첫 마디다. 문제는 늘 같다. 누가 그 말을 듣는가. 2권의 프롤로그는 천 년의 구조를 여는 또 하나의 열쇠다. 1권의 프롤로그가 기록을 남기고 불타는 마을을 떠난 사신 김덕문의 이야기였다면, 2권의 프롤로그는 그 기록을 너무 늦게, 그리고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마주한 정복자 야율우지의 이야기다. 발해인 어머니에게서 백두산의 전설을 들으며 자란 거란 장수는 빈 마을의 벽에서 사신의 경고를 발견하지만, 글자를 읽지 못해 지나친다. 한 사람은 남겼고, 한 사람은 읽지 못했다. 그 사이에서 천 년의 잠이 시작된다. 작가는 천 년 전의 이 어긋남을, 위성 데이터와 콘크리트 강도표와 한 검사관의 수첩으로 가득한 2057년의 현재에 그대로 포개어 놓는다. 이 소설이 그려 내는 균열은 세 겹이다. 콘크리트의 금이라는 물리적 균열, 38년 우정 위에 세워진 카르텔의 거래라는 관계의 균열, 진실을 보고한 사람이 좌천되는 제도의 균열. 작가는 이 셋을 같은 자리에 세워, 결국 모두 천지 바닥의 비대칭 융기 - 산의 균열 - 와 한 뿌리에서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에서는 웃음소리가 나고 아래에서는 금이 자라고 있었다.” 표면이 평온할수록 심층의 균열은 더 조용히 자란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뿐이다. 작가 차재민의 문장은 1권에서와 같이 짧고 단단하다. 한 문장이 한 호흡으로 끝나고, 그 호흡이 쌓여 거대한 압력을 만든다. 그러나 2권에서 그 문장들은 단지 풍경을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인물의 결심이 굳어 가는 소리를 받아 적는다. 침묵과 보고 사이에서 흔들리던 검사관이 “어느 쪽이든 보복이 오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보고하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마음을 정하는 순간, 6년간 서랍에 잠들어 있던 USB가 가방으로 옮겨지는 순간, 부산 국밥집의 아버지가 “건설도 양심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작가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양심의 무게를 받아들이기로 하는 그 미세한 떨림을 응시한다. 그리고 2권에는 1권에 없던 움직임이 있다. 1권의 카산드라들이 저마다의 밤에서 홀로 깨어났다면, 2권에서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걸어간다. 데이터는 USB로, USB는 변호사의 책상으로, 책상은 기자의 손으로 이어진다. “아는 사람이 한 명이면 혼자였다. (...) 아는 사람이 다섯이면 움직임이었다.” 천 년 전 사신이 죽간에 남긴 경고가 마침내 후손의 손에 닿고, 침묵하던 사람이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열한 살 아이가 천 년 전 사신처럼 균열을 공책에 적는다. 무너지는 것들의 이야기 속에서, 듣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자란다. 2권을 덮을 때 독자의 손에 남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다. 부실이 자라나는 속도와 양심이 자라나는 속도,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빠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