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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발해 마지막 황제 대인선의 마지막 잔치
1장 - 카르텔의 정점 2장 - 신청사 기부 100억 원의 결정체 3장 - 38년 산악회의 마지막 산행 4장 - 손녀 이서진의 한마디 5장 - 한 카르텔 안의 첫 균열 6장 - 신도시의 균열 7장 - 한미신문의 응답 8장 - 카터 준장의 응시 9장 - 이혜진의 마지막 경고 10장 - 강하영의 봄날 11장 - 강민호의 평주 방문 12장 - 이은서의 발표 13장 - 카르텔의 마지막 응시 14장 - 윤정호의 마지막 기사 15장 - 이혜진의 경고 상향 16장 - 마지막 토요일 에필로그 - 마지막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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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에서는, 발밑이 보이지 않는다
「백두산, 천 년의 서사」 4권의 부제는 ‘마지막 잔치가 끝나다’이다. 3권이 카산드라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 권이었다면, 4권은 그 목소리가 향하던 카르텔이 정점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권이다. 4권의 프롤로그는 발해의 마지막 황제 대인선의 마지막 잔치다. 가장 화려한 밤이 가장 위태로운 밤이었다. 촛불이 가득한 선인전에서 음악이 흐르고, 그 음악이 서쪽 바람에 실려 온 풍경 소리를 덮는다. 작가는 이 잔치의 풍경을, 1,135년 뒤 운악산 소헌재에 앉은 세 사람의 잔치 위에 그대로 포개어 놓는다. 금잔과 태블릿, 산삼주와 숫자, 좌평의 소매 속 서찰과 비서실장의 서류 철. 천 년을 사이에 둔 두 잔치가 같은 거울에 비친다. 이 소설이 응시하는 것은 ‘정점의 역설’이다. 가장 높은 곳은 가장 멀리 보이는 곳이지만, 동시에 발밑이 가장 보이지 않는 곳이다. 대인선은 용상에서 가장 멀리 보았으나 발밑의 균열을 보지 못했고, 이재경은 27층에서 서울을 내려다보았으나 지하의 균열을 보지 못했다. 같은 건물 안에서 회장은 시세 하락 15퍼센트를 보고, 검사관은 0.78밀리미터를 본다. 27층과 지하 1층 사이의 28개 층이 곧 진실과 보고 사이의 거리였다. 작가는 이 수직의 거리를 4권 내내 천천히 좁혀 간다. 손녀의 한마디로, 권익위의 통보로, 기자의 기사로, 그리고 끝내 산으로. 4권에서 가장 단단하게 빛나는 장면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작은 균열의 순간들이다. 38년 산악회가 세 사람에서 두 사람으로 줄어드는 산행, 크리스마스이브에 손녀가 던진 열세 글자, 차관이 전화로 남긴 “38년인데 미안해” 한마디, 그리고 65세가 되어서야 떠올린 아버지의 유언 - “사람이 먼저야.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야.” 작가의 문장은 1권에서와 같이 짧고 단단하다. 한 문장이 한 호흡으로 끝나고, 그 호흡이 쌓여 거대한 압력을 만든다. 그 문장들은 이재경이라는 한 인간이 평생 쌓아 온 확신이 한 글자씩 금 가는 소리를 받아 적는다. 그리고 4권에는 카르텔의 잔치와 나란히, 또 하나의 잔치가 끝나 간다. 산의 잔치다. 강민호의 천 년의 벽 위에서 비대칭 융기 수치가 올라가고, 이혜진의 하모닉 트레머가 길어지고, 김도훈의 균열이 1.0밀리미터를 넘는다. 작가는 ‘곱하기’라는 단 하나의 개념으로 이 모든 선을 한 점에 모은다. 천재와 인재가 겹치면 위험은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곱해진다. 79퍼센트짜리 콘크리트 위에 천 년 만의 진동이 가해지는 새벽, 천 년 전 사신 김덕문이 죽간에 남긴 예언 - “산이 울린다. 호수가 끓는다. 하늘에서 돌이 내린다.” - 이 현실이 된다. 기록은 천 년을 건너 도착했으나, 잔치는 끝내 멈추지 않았다. 4권을 덮을 때 독자의 손에 남는 것은 한 장의 거울이다. 925년의 발해와 2062년의 평주가 같은 면에 비친다. 잔치가 끝나면 어둠이 온다. 발해의 잔치가 끝났을 때 거란이 왔다. 그렇다면 카르텔의 잔치가 끝났을 때 무엇이 오는가. 산이 온다. 그러나 작가가 진짜로 던지는 질문은 산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정점에 선 사람의 발밑에서 자라던 그 금을, 우리는 왜 끝까지 보지 못했는가. 그리고 지금 우리의 발밑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