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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화산재 속의 한 사진
1장 - 화산재의 아침 2장 - 삼지연의 침묵 3장 - A-7 블록의 잔해 4장 - 카터의 보고서 5장 - 수습과 수색 6장 - 옌지의 겨울 7장 - 윤정호의 후속 기사 8장 - 정혜원의 못 9장 - 이혜진의 데이터 이후 10장 - 이재경의 법정 11장 - 이은서의 공책 12장 - 평주의 첫 눈 13장 - 소은이의 겨울 14장 - 옌지의 아이 15장 - 데이터의 겨울 16장 - 첫 번째 겨울의 끝 17장 - 윤정호의 봄 에필로그 - 돌아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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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아니라 이름으로
「백두산, 천 년의 서사」 6권의 부제는 '무너진 것들의 이름'이다. 5권이 분화의 하루를 건넌 권이라면, 6권은 그 다음 날 아침부터 첫 봄까지의 계절을 건너는 권이다. 재난 서사는 대개 폭발과 붕괴에서 절정을 맞고 끝난다. 그러나 작가는 그 끝난 자리에서 여섯 번째 권을 시작한다. 잔해를 치우는 손, 명단을 적는 손, 보리차를 끓이는 손, 아기를 안는 팔. 이 권의 주인공은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를 살아 내는 사람들이다. 이 권을 관통하는 것은 '이름'이라는 한 단어다. 윤정호의 후속 기사는 사망자를 집계가 아니라 이름으로 적는다. 서른네 살 정소현에서 시작된 명단은, 20층 계단참에서 손을 잡은 채 발견된 일흔여덟, 일흔다섯 노부부의 이름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이 명단 앞에서 문장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그 부름이 곧 애도라는 것을,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몸으로 알게 된다. 이름의 서사는 국경 너머에서 한 번 더 뒤집힌다. 두만강 물속에서 태어난 이름 없는 아기에게 김응수가 "나루"라는 이름을 지어 주는 장면은, 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따뜻한 대목 가운데 하나다. 마을 사람들에게 "뛰어"라고 외쳤던 목소리가 아기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되기까지, 작가는 파괴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천천히 놓는다. 무너진 것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과 새로 온 것에게 이름을 주는 일이, 결국 같은 일이라는 듯이. 법정 장면들은 이 권의 무게 중심이다. 작가는 세 개의 법정을 나란히 세워 지시와 묵인과 방치를 하나의 구조로 보여 준다. 한 사람의 악인이 아니라 38년의 관계가 만든 구조적 재난. 그 구조를 논문으로 쓰려는 손녀 이서진이 검찰청 앞 벤치에서 마주하는 질문 - 할아버지를 적는 것은 배신인가 기록인가 - 은, 기록을 축으로 달려온 이 시리즈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아픈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봄이 온다. 작가는 회복을 크게 말하지 않는다. 첫 눈이 내리고, 부엌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건네지고, 기록하는 아이의 공책이 한 권에서 두 권으로 자라고, 강의 얼음이 풀린다. 그 작은 동사들이 쌓여 겨울의 끝이 된다. 6권을 덮으며 독자에게 남는 것은 잔해의 이미지가 아니라 이름들이다. 그 이름들을 품고 건넌 겨울의 끝에서, 두만강의 아기가 "나루"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사람이 모이는 넓은 자리라는 이름이다. 그 이름과 함께, 무너진 자리의 삶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