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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오! 영산강 오! 영산강 침묵의 영산강 희망 영산강은 말한다 “다시 흐르고 싶다” 강 이름따라 물길따라 제2부 영산강의 전설 용소 죽림정 황룡강 드들낭자 신창동 합수머리 앙암바위 죽산 고막천 멍수등대 덕진만 제3부 영산강 팔경:물길과 삶 영산호 물 안개 속 여울 따라 흐르던 삶 돛배 위의 추억 흔들리는 물 줄기 다야뜰, 황금빛 강가의 노래 모래 언덕과 말조개의 염원 정자에서 흐르는 시간 습지에서 숲으로, 숲에서 고목으로 제4부 강가의 식물들 개구리발톱 꽃마리 노란 꽃창포 달맞이꽃 봄 까치꽃 삼색 제비꽃 샤스타데이지 수국 수레국화 수선화 앵초 어성초 제비꽃 털개구리미나리 댕가리 개구리자리 제5부 강변 들꽃 가족의 봄 애기똥풀 냉이 할머니 봄까치꽃 언니 민들레 누나 제비꽃 동생 쑥 이모 고들빼기 삼촌 광대나물 고모 찔레꽃 누이 달개비 동무 제6부 4대강 특명 대통령 공무원 공무원 포크레인 녹조 큰빗이끼벌레 계시왕과 손바닥왕 멍수등대의 외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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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영산강
물때 맞춰 그물 던지고 안개 속 숭어 떼를 기다리며 바다를 품고 바다를 안고 살았네 굵은 동아줄 같은 손가락을 마디 마디에 엮어 세월을 묶어내며 바다와 함께 살았던 우리 아버지 맨손으로 낙지를 캐고 젖은 발로 고동을 씻으며 물길 따라 살았네 손바닥엔 소금끼 마를 날 없이 갯물과 함께 한 평생을 살았던 우리 어머니 그믐밤엔 술 한 잔 올리고 바다의 평안을 빌던 기도 기도는 물결을 따라 흘렀고 물결은 아버지의 삶이었네 그 삶은 어머니의 숨결로 얽혔네 운저리는 얕은 갯물에서 재잘거리고 짱둥이는 갯벌에서 뛰놀고 농게는 집게 발 높이들고 갈매기는 물가를 날며 아버지의 결에서 어머니의 숨결로 이어지네 그러던 어느 날 하굿둑이 들어서고 강은 숨을 멈추었고 바다는 등을 돌렸네 오, 영산강 어머니의 손끝은 깊은 상처로 얼어붙었고 아버지의 마음은 바람 앞에 마른 갈대처럼 무너졌네 운저리는 길 잃은 그림자가 되고 짱둥이는 갯벌 속 어둠에 깊이 잠겼고 농게는 침묵을 품은 채 집게발을 감추고 갈매기는 부러진 날개를 접고 거센 폭풍 몰아치는 바다 깊이 잠기었네 오, 영산강 모든 생명이 잠긴 그 강에 울음만 남았네 침묵의 영산강 4년 전 가족을 잃고 혼자 사는 김씨 아저씨는 ‘아플 때가 제일 서럽다’고 오늘 아침에 기침이나 하셨는지 새벽 안개 틈 사이에 1톤도 못되는 고대고리 어선으로 강바닥을 긁어대며 자식 학비를 건졌던 한 평생을 주기만 한 아버지 같은 아저씨 안개는 비가 되고 비는 바람이 되어 폭풍우가 몰아 친 영산강 붉은 황토 빛 내며 강바닥이 뒤집혀져 폐렴을 앓는 영산강 너무 아파, 너무 아파 아들 한번 부르지 못하고 목포 앞바다도 못 간 채 썩어 문드러진 가슴을 영산호에 묻고 먹빛 하늘만 보고 겨우 숨만 쉬는 아버지 같은 영산강 희망 아파도 힘내고 병들어도 힘내는 쇠별꽃 동생에게 인사라도 해야지 찢어지고 깨졌어도 환하게 다가올 달맞이 꽃 누이에게 마중이라도 가야지 물 가장에 앉아 날갯짓을 준비하는 백로 놈에게도 노래 한자리 해줘야지 별과 달이 춤을 추는 봄이 온다고 이제, 강 언덕에 만나 안부 묻는 시간이라도 정해야지 영산강은 말한다 “다시 흐르고 싶다” 1. 나는 물이었다 버들잎을 흔들며, 아이들의 웃음을 실어 나르던 나는 흐르던 강이었다 황복 떼가 춤추고, 갈대가 노래하던 그 시절, 나는 당신들의 생명이었다 당신들은 내 곁에 살았다 논은 나를 마셨고, 우물은 내 숨결을 품었다 어머니는 나를 따라 빨래를 했고 아이들은 냇물가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1972년, 영산강 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도 위 선이 그어졌고, 나는 구획되었다 삽은 흐름을 끊었고, 숨은 눌렸다 그때부터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물이었다, 당신들의 삶이었다 당신들이 잊은 그 시절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2. 호수의 무덤 1970년대, 당신들은 나를 가두기 시작했다 장성댐은 고향을 삼켰고 담양댐은 조상의 무덤을 덮었다 광주댐은 논밭을 지웠고 나주댐은 아이들의 학교를 잠갔다 수몰된 마을은 지도에서 사라졌고 이주는 명령이었으며, 보상은 침묵이었다 당신들은 낯선 땅에서 다시 살아야 했고 나는 그 기억을 품은 채 물속에 잠겼다 돌담을 쓰다듬던 손길은 사라지고 논을 바라보던 눈물은 말라갔다 아이들은 이름을 잃었고 어른들은 고향을 잃은 채 침묵했다 호수는 저수지가 아니라 당신들의 잊힌 역사였다 그 물속엔 당신들의 뿌리가 잠겨 있다 나는 그것을 기억하는, 살아 있는 무덤이다 3. 닫힌 입, 막힌 숨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닫혔다 목포와 영암 사이, 나는 입을 잃었다 바다는 더 이상 나를 만나지 못했고 염수와 담수의 춤은 끝났다 은어는 길을 잃었고, 철새는 하늘을 떠났다 어민의 그물은 바람만 걸었고 기수역은 사라졌다, 생명의 교차점은 끊겼다 나는 입을 막힌 채, 침묵으로 울었다 당신들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던 사람들 그물은 텅 비었고, 갯벌은 말라갔다 수문은 닫혔고, 생계는 끊겼다 나는 더 이상 노래하지 못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그 둑은 물을 막은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삶을 막았다 나는 다시 숨 쉬고 싶다 4. 벽 너머의 침묵 1980년대, 금호·영암 방조제가 세워졌다 갯벌은 삼켜졌고, 바다는 밀려났다 간척지는 넓어졌지만, 씨앗은 뿌리내리지 못했다 농민은 염해에 울었고, 토지는 갈등에 휘말렸다 당신들은 그 땅을 믿고 씨를 뿌렸지만 소금기 어린 흙은 아무것도 키우지 못했다 지하수는 짠맛을 품었고, 논은 말랐다 나는 그 모든 실패를 지켜보았다 낙지는 사라지고, 갯벌의 숨결은 멎었다 “이 땅은 누구의 것인가” 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바다는 물러났다 방조제는 높았고, 그 너머엔 침묵뿐이었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그 벽은 국토가 아니라 당신들의 상처였다 나는 그 벽을 넘고 싶다 5. 보의 아픔, 흐름의 절규 2008년, 다시 삽이 들어왔다 죽산보와 승촌보, 또다시 내 몸에 박힌 못 물은 가두어졌고, 흐름은 멈췄다 나는 이름만 다른 감옥 속에 갇혔다 죽산보는 나주의 물길을 막았고 승촌보는 광주의 숨결을 눌렀다 보는 강을 나누었고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누군가는 물을 원했고 누군가는 흐름을 되찾고자 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침묵했고 숨결은 조용히 끊어져갔다 내 친구 은어는 죽고 새들은 떠났으며 어부는 그물을 접고 아이들은 물가를 잃었다 나는 다시 흐르고 싶었다 그러나 보는 나를 붙잡았다 숨은 눌렸고, 나는 병들어갔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그 보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흐름이다, 가둬질 수 없는 생명이다 죽산보와 승촌보는 고통이다 6. 다시 흐르리라 내 몸이 숨쉬는 날이 오리라 하굿둑이 열리고, 황복이 돌아오며 죽산보가 사라지고, 승촌보가 열리면 강과 바다가 다시 손을 잡으리라 그날, 나는 다시 노래하리라 “나는 영산이다, 당신들의 강이다” 그리고 당신들은 다시 나를 품고 살아가리라 그날이 오면, 나는 다시 숨을 쉬고 당신들은 다시 나를 마시며 삶은 다시 물처럼 흐르고 진실은 다시 바위처럼 단단해지리라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그 모든 아픔을 지나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시 흐를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