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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바닷가에서 바다표범이 사라지는 순서
정윤천
시와사람사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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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 서정시선

책소개

목차

그린란드 바닷가에서 바다표범이 사라지는 순서 / 차례

시인의 말 _ 5

제1부 햇볕이 쨍쨍한 날에 길고양이들이 태어난다

거리 _ 14
날씨 _ 15
유의 _ 16
은산철벽 _ 17
봄날의 점집 _ 18
감기 _ 19
적도 _ 20
햇볕이 쨍쨍한 날에 길 고양이들이 태어난다 _ 21
江 _ 22
카페의 사실 _ 23
바나나 _ 24
그린란드 바닷가에서
바다표범이 사라지는 순서 _ 25
이모는 사막에서 온 鹽夫처럼 _ 26
봄 _ 28
팔자가 제법 더러운 _ 29
遠景 _ 30
입술에 묻은 밥풀을 떼어 입 안으로 넣을 때
들었던 예순 다섯 가지 생각 _ 32
和順, 첫눈 _ 35
都市 _ 36
중독인 _ 38
봉선동에는 학원이 너무 많아 _ 39
임금 _ 40
방림동 _ 42
목포 2 _ 43
더 질긴 고무줄을 구해와야 하지 않겠는지요 _ 44

제2부 발해로 가는 저녁

우리는 모두 그 불빛 아래로 _ 48
不忍 _ 49
서정시가 아니어도 된다 _ 50
새들의 무렵 같은 _ 52
서정시 같았다 _ 53
저녁의 연극 _ 54
좋은 날 _ 55
발해로 가는 저녁 _ 56
내 마음의 서쪽 _ 58
마루 _ 60
사과를 깎았던 저녁 _ 61
와온에서 _ 62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_ 64
너라고 쓴다 _ 66
사랑의 일초 1 _ 68
십만 년의 사랑 _ 70
별 물 _ 73

제3부 천천히 와

콩잎은 바람결에 흔들렸던 거디었다 _ 76
하늘이처럼 시를 읽었다 _ 78
치욕에 대하여 _ 80
천천히 와 _ 81
저, 감옥 _ 82
저녁의 시 _ 83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_ 84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_ 86
은빛 비늘의 순간 _ 88
참, 작다 _ 89
구석 _ 90
토란잎 우산 같은 것에 대하여 _ 91
시에게 미안하다 _ 92
슬픈 일 앞에서는 _ 93
마흔 살 너머, 새벽 기차 _ 94
나는 아직 사랑의 시를 쓰지 못하였네 _ 96
호된 옛 노래 _ 98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_ 99

제4부 풍경은, 옛 연못을 지웠을지라도

순간의 和音 _ 100
그리움 _ 102
들쑥 향내는 바람에 날리고 _ 103
시는 쓰러지거라 _ 104
리발 황씨 _ 105
봄 밤 _ 106
저문 꽃 뒤에서야 _ 108
운주사 臥佛 _ 109
풍경은, 옛 연못을 지웠을지라도 _ 112
흰 길이 떠올랐다 _ 114
봉숭아 꽃물 _ 116
한평생 _ 118
궂은 날 _ 120
지난밤의 하느님 _ 122
먼 길 _ 123
옛집 마당에 _ 124
春陽行 _ 126

저자 소개 1

정윤천 시인은 1960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광주대학교를 졸업하였고,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1991년 『실천문학』 여름호에 신인 작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등이 있다. 계간 『시와사람』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제주도의 ‘제주유람선’에서 홍보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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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8g | 130*190*10mm
ISBN13
9788956657226

책 속으로

초록 털의 원숭이를 찾아 거리를 떠난 친구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일도 따라가보지 못한 엉덩이가
빨개졌다

나뭇가지 위에 사는 친구를 알아보게 되기까지
거리가 필요했다

몇 거리나 되었다.
--- 「거리」 중에서

시냇가에서 자랐으므로 손금이 파란 날이 많았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늘었고 혼자서 날씨를 헤아리는 일탈이 소중했다 교실 안에는 더러 시냇가에서 온 아이들이 티눈처럼 박혀 있었으나 좀처럼 서로에게 손금을 보여주지 않았다 함께 종이배를 접으러 갔던 어느 가을에 한 아이의 손바닥에서 나뭇잎 냄새가 났다

종이배에 담겨서는 멀리 갈 수 없었다 바닥에 물이 차는 꿈에서 깨면 손금들이 모두 드러나 버린 상한 날들이 흘러와서 고여 있었다 내일의 날씨를 미리 알아맞혀야 하는 계절도 찾아와 제 발등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던 것 같았다 시냇물처럼 어디론가 뿔뿔이 헤어져야 하였으나 시냇물은 어디선가 다시 모여도 종이배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을 날씨는 알고 있었다.
--- 「날씨」 중에서

버스에 가방을 두고 내렸습니다

한파가 길어질 거라는 뉴스를 듣다가 놓고 온 것들과 다가올 조짐들에 대하여 유의해 봅니다

일생 동안 내린 빗방울의 숫자를 헤아리는 일로 머리칼이 하얗게 변한 어떤 노인은 꼭 한번 자신의 유의가 빛이 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리에 누워 있던 병 든 아내에게 그동안 헤아려 놓았던 빗방울의 숫자를 들려주었더랍니다 아내도 그의 말에 한참이나 유의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어딘가에 무엇인가를 두고 온 일은 작지만 커다란 잘못입니다

상대방의 눈물방울을 헤아리는 마음도 버스 안에 가방을 두고 내리지 않는 유의와 같았습니다.
--- 「유의」 중에서

처마 끝에 떨어지는 눈 녹은 물방울들이 땅거죽을 들이 받다가 들이 받다가 잠자고 있었던 내 눈알들을 캐내어 사라졌다 구멍만 남겨놓고 갔다 어디에서 누구에게로 저 은산철벽의 마음을 여쭈어야 할까.
--- 「은산철벽」 중에서

어린 몸에 붙은 미상불의 병증은 어느 날의 환幻 속으로 나를 이끌고 갔나 점상에 펼쳐진 노파의 수작을 쌀점米占이라 배워주었나

어린 돼지 한 마리는 난데없이 불려와 채송화는 붉었던 화단가에 붉은 울음소리를 돋게 하였나 제단에 머리가 오르고 방울소리는 한참이나 담장 밖의 개여울까지 꿰어 주었나 머리통을 잃은 돼지의 풍신風神에게로 발병發病은 건너갔었나

면面도 모르는 조상에게서 내렸다던 까탈의 내용은 줄거리가 희미한 안개소설은 같아 주었나 봄날의 점집은 아득하였나 병색의 어린 걸음으로는 무섭도록 까마득했던 원족遠足이었나.
--- 「봄날의 점집」 중에서

너보다 내가 더 추운 저녁을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비가 그치자 채송화 꽃밭이 한층 붉어졌다 전투기가 지나간 가자지구의 노을 마냥

부서지기 쉬운 서랍을 들고 밤이 찾아왔던 날이 잦아진다 긴요한 일들이 얼른 생각나지 않던 날이 많아지고 있었다

눈 아래가 깊었던 미소를 주고 간 오래 전 누군가의 모습이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고 있었다.
--- 「감기」 중에서

키 큰 나무의 아래에서
떨어진 나뭇잎 한 장을 주워

나무의
이생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적도는 너무 먼 데에 있어
거기엔 한 번도 가본 적이라곤 없었는데도

나뭇잎들은
어떻게 적도를 알고 있을까

반半으로 접히는 지점에 실금으로
새겨져 있는
나뭇잎의 적도를 헤아려보면

서로의 반대편을 그리워하였거나
바라보면서 지낸 선명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 「적도」 중에서

누가 우산을 길에 내다버렸다

우산들이 홀쭉한 배를 흔들며
아무렇게나 거리를 걸어 다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손잡이를 애인처럼 감싸 쥐었던
누군가의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우산들이
무늬가 얼룩덜룩한 다리들로
함부로 도로를 건너고 있다.
--- 「햇볕이 쨍쨍한 날에 길 고양이들이 태어난다」 중에서

평화로워 보여야 하는 행사들이 많았다 .

목주름을 캐내어 처신에 보태기도 하였다

스승의 사진 앞에서 입술을 비틀었던 기억이 환했다

잿빛 볼레오를 걸친 저녁이 찾아오는 날이 미안했다

실수 했던 내용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기도 하였는데

하필이면 내게는 울음소리가 가장 긴 짐승의 이름이었다.

--- 「江」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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