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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선제골 후반전 동점골 역전골 로스타임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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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공격적인 파울로 K리그에서 다섯 경기 징계를 받은 뒤 오랜만에 나선 경기였다. 몸은 풀렸으나 리듬이 아직 거칠었다. 게다가 콜롬비아 선수들은 경기 템포를 극도로 낮추기 시작했다. 공을 잡아도 설렁설렁 움직였고 가끔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그때 준우가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
“아빠,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저건 ‘파우사(PAUSA)’라는 거야.” “파우사?” “응, 파우사. 스페인어로 멈춘다는 뜻인데, 바로 패스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상대가 더 끌려오게 만드는 전술이야. 그럼 수비라인이 조금씩 벌어지거든. 그 틈으로 훨씬 위험한 패스를 넣는 거지.” ---「전반전」중에서 ‘그래, 난 평생을 NPC처럼 살았어.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주인공이 말 걸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조차 없는 배경으로.’ 그 순간, 앞쪽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바라보니 여고생 한 명이 핸드폰으로 자신을 찍고 있었다. “아까 그분 맞으시죠? 최강민 구해주신.” 명관은 잠시 소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움직임 하나로 지하철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카메라가, 웅성거림이 한꺼번에 그에게 몰려왔다. “아빠, 뭐 해. 브이 해야지.” “어, 그래.” 명관은 한 손으로 준우를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 어색하게 브이를 그렸다. “저랑도 사진 찍어주세요.” “저도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그는 반사된 유리창 속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조금 어색하면서도 조금 들뜬 얼굴. 그때 이상하리만큼 분명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도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다.’ 한 번뿐인 인생, 더는 누군가의 이정표로 살기 싫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자신도 ‘최강민’처럼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선제골」중에서 “너 혹시 저 자식한테 약점 잡힌 거 없지?” “없어.” 강민은 대답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약한 살만 계속 물어뜯어. 그러니 약점이 잡히면 당장은 아프더라도 무조건 빨리 끊어내야 해. 철 지난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고 싶지 않으면.” 강민은 별안간 캠핑장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텐트 안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던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너무도 분명한 기척에 재빨리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바깥 공기는 싸늘했고,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혹시 명관이 본 걸까? 봤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집으로 돌아온 그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명관을 영국에 데려가야 하나?’ 데려가면 편할 것 같았다. 군말 없이 일을 잘했고 여러모로 요긴한 존재였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이렇게나 유명해졌는데 영국까지 따라가겠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양 이사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약한 살만 계속 물어뜯어.’ 성공을 맛본 사람이 계속 자기 아래에 머물 수 있을까? 지금은 고개를 숙이겠지만, 나중에는 딴 마음을 품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갔다. ---「선제골」중에서 “너 기자들 믿냐? 누구보다 돈 냄새에 환장한 인간들인데.” 이삭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말없이 망치를 들었다. 쾅, 쾅, 쾅. 규칙적인 망치질 소리가 텁텁한 공기를 갈랐다. 몇 번 더 두드리다가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대로 그냥 있자고요? 형님은 열 안 받아요?” 명관은 대답 대신 손에 힘을 줬다. 사포가 나무를 갈 때 바스락거리는 진동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이삭은 그걸 대답이라고 받아들였는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못질을 시작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교도관 두 명이 작업장 안으로 들어왔다. “천명관 씨, 잠시 보시죠.” 순간, 작업장의 모든 소리가 뚝 끊긴 듯 정적이 흘렀다. 평소라면 ‘2307번’이라 불렸을 텐데,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명관은 사포를 천천히 내려놓고 교도관들을 따라나섰다. 문을 나서자 복도 끝에서 교도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명관의 물음에 교도소장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시선을 피했다. 무언가 삼키기 힘든 말을 고르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찰나의 침묵 사이로 명관의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후반전」중에서 [그러게. 그건 문제없어 보이는데?] 실제로 댓글을 단 사람은 이삭이었다. 그는 AI로 특정 댓글을 몇백 개로 불려놓았다. 여론이 비등비등해지자 네티즌들은 혼란스러워졌다. 자기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댓글을 쓰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실시간 영상의 링크는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 퍼지며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5만. 12만. 23만. 그리고 구독자 수 30만 명 돌파, 그것을 확인한 명관은 핸드폰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입술 끝이 바늘 끝처럼 가늘게 올라갔다. ---「동점골」중에서 “저는 과거에 최강민을 상대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 거대한 힘 앞에 무너지고 말았죠. 제 삶의 이유까지 잃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저도 그의 것을 빼앗을 겁니다. 하나하나 남김없이. 그가 끝내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눈물이 바닥에 고여 제 발밑을 적실 때까지 저는 절대 자살하지 않겠습니다. 그때까지 카메라를 절대로 끄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제가 끝까지 살아남는지, 또 어떻게 그를 파멸시키는지, 그 모든 과정을 여러분께 라이브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선언하듯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화면을 한참 동안 응시하였다. 잠시 후 그의 채널명은 ‘최강민을 잡아라!’로 수정되었다. ----「동점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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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 기다려야 해. 그들이 먼저 움직여야,
비로소 제대로 된 패스 길을 볼 수 있어.” 우상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한 남자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NPC의 치밀한 반격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저 사람의 삶을 살고 싶다고, 하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때 동경은 때때로 잔인해진다. 축구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던 명관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 스타 최강민에게 투영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강민의 세계 안으로 들어간 명관은 그의 신뢰를 얻으며 ‘무엇이든 해주는 그림자’가 된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마주한 우상의 세계는 찬란한 성공이 아니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명관은 점차 자신마저 잃어간다. 마침내 자신이 지켜왔던 우상의 세계를 무너뜨리려는 명관과, 진실을 끝내 감추고 완벽한 삶을 지키려는 강민의 욕망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이 거듭되고, 이야기는 끝을 향할수록 더욱 거대한 파국으로 치닫는다. 『파우사』는 작가가 실제로 어느 배우의 집에서 우연히 마주한 거대한 향수 방에서 출발했다. 그날 이후 “나도 참 치열하게 살았는데 내 전셋방은 왜 저 향수 방 하나보다 작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자가 그날 버스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삼킨 한마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이 문장은 그대로 소설 속 명관의 대사가 되었고, 타인의 빛나는 삶을 동경하다 무너지는 평범한 한 남자의 복수극으로 이어졌다. 제목인 ‘파우사(PAUSA)’는 상대가 먼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축구 전술을 뜻한다. 작품은 이 전술을 복수의 방식으로 변주한다.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고, 상대가 스스로 빈틈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린 뒤 가장 치명적인 한 수를 던지는 것이다. 초반에 흩뿌려진 복선은 후반부에서 놀라운 반전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이르러 제목의 의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며 독자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작품은 한 남자의 복수를 따라가면서도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우상으로 만들고, 왜 타인의 성공에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비추어보는가?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밖에 머물던 사람들은 정말 영원한 조연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파우사』는 인간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 치밀한 복선 회수와 거듭되는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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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에서 로스타임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개성 강한 두 캐릭터의 대치 또한 흥미롭다. 이 한판 승부의 결과가 궁금해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고 읽었다. 한번쯤 스스로가 세상의 NPC에 불과하다고 생각해본 이들에게 속 시원한 위로가 되어줄 이야기다. - 조예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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