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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다른 이도 - 06
2. 가족회의 - 17 3. 급수 왕이 될 이도 - 27 4. 칭찬 왕 이도 - 39 5. 급수 왕 이도 - 51 6. 반 대표 이도 - 63 7. 0급 이도 -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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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Ju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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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곱 번째 생일이었지.
"이도가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될 텐데,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책을 많이 보는 아빠가 말했어. 아빠는 책을 정말 많이 보는데 책을 보면서 글자도 꽤 읽는 것 같았지. 늘 회사 일로 바빴지만 엄마도 아빠랑 같은 생각이었나 봐. "제대로 회의를 하는 게 좋겠지요? 가족회의요." 회의라면 엄마가 잘하는 거잖아. 회사에서 작은 회의부터 큰 회의를 두루 거친 엄마니까. "그럽시다.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교육 전문가 얘기를 참고하는 게 좋겠지요?" 전문가는 804호에만 있는 건 아니었어. 아빠는 고모와 삼촌을 불렀지. --- p.20~21 첫 받아쓰기에서 백 점을 받았어. "우리 이도가 백 점이라니!" 아빠는 회사에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 고모와 삼촌에게 그리고 받아쓰기 선생님에게도. 804호 유아 교육 박사님에게도 아빠가 전화할까 봐 걱정이 됐지. 다행히 안 한 것 같아. 백점 받는 건 어렵지 않았어. 받아쓰기 문제가 너무 쉬웠거든. 앉아서 피자 먹기보다 쉬웠어. 아기, 우리, 아버지, 어머니, 코끼리, 우리나라 같은 받침이 없는 글자는 눈 감고도 쓸 수 있으니까. 나는 이미 2학년 국어책까지 다 마쳤는걸 뭐. --- p.39~41 “박이도. 너는 누가 일등 할 것 같냐? 나는 파란 형.” 민철이가 물었어. “달리기는 스타트가 중요해. 그런데 스타트하는 걸 못 봐서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어.” “스타트?” “응, 출발 말이야. 달리기에서는 빠르게 반응해서 출발하는 게 중요해. 그리고 몸은 앞으로 살짝 기울이고 팔을 90도 각도로 접어서 앞뒤로 힘차게 움직이는 게 좋아.” 내가 설명했어. 달리기 학원 선생님이 외우라고 한 내용 그대로였지. --- p.51~52 월요일 아침이야. 눈을 뜨자마자 배가 살살 아팠어. "이따가 이도 좀 병원에 데려가 줘요." 엄마가 출근하며 아빠에게 말했어.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하루쯤 푹 쉬게 해 보시죠."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이 말했어. 의사 선생님 덕분에 나는 학교도 학원도 방문 학습도 없이 하루를 쉬었지. 사실은 아빠가 오늘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할 때부터 배가 아프지 않았어. 하지만 아빠한테 말하지는 않고 그냥 누워 있었어. 아무것도 안 하니까 정말 심심했어. 아무것도 안 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났고 아무것도 안 하니까 별생각이 다 나기도 했어. --- p.63~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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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엇을 좋아하니?"
아무도 이도에게 묻지 않은 질문 "이건 꼭 해야 해." 이도는 어른들이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배웠습니다. 한자도, 한글도, 줄넘기도, 종이접기도, 영어도. 문화센터와 학원을 오가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급수를 쌓았고, 어느새 이도는 '급수 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급수가 하나씩 늘어난다고 해서, 무엇이든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급수는 있지만, 자신은 없는 아이 줄넘기 학원에서 미리 5급을 따 둔 이도.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런 이도를 반 대항 줄넘기 대회의 반 대표로 추천합니다. 급수가 있으니 당연히 잘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도에게 기쁨보다 걱정을 안겨 줍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마음은 무거워지고, 급기야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아파 옵니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대회 날, 급수까지 있다던 이도는 금세 탈락하고 맙니다. 사실 그 급수는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출석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날 처음으로, 이도는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는 어른들이 먼저 알려 줍니다. 아이들은 그 길을 성실하게 따라갑니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하나둘 늘어나지만, 정작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라는 질문은 늘 뒷전이 됩니다. 처음으로 학원에 가지 않은 날, 이도는 방에 앉아 작은 지우개 하나를 꺼냅니다. 급수도 없고, 시험도 없고, 정답도 없는 시간. 문구용 칼로 글자를 새기다 손가락이 빨개지고 물집이 잡혀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었습니다. 작가가 이도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 양연주 작가는 생일마다 취향대로 도장을 모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수많은 도장 어디에서도 ‘자기만의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 견본 중에서 고른 기성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직접 전각을 배우기 시작했고, 조금은 어설퍼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도장’을 얻었을 때, 작가는 흡족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그때의 그 도장을 다시 들여다보며 이도에게 지우개 도장을 파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급수와 자격증을 쌓느라 가져본 적 없던, 처음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기쁨을 만나는 시간 말입니다. 세상에는 급수나 자격증으로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친구와 마음껏 웃는 일. 엉뚱한 상상을 하는 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 보는 일.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 『급수 10개에 학원 7개 다니는 박이도 이야기』는 학원을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묻습니다. 급수를 하나 더 따기 전에, 우리 아이에게 "너는 무엇을 좋아하니?"라고 물어본 적 있으신가요? 어쩌면 그 질문 하나가 열 개의 급수보다 오래 남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