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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의 첫 번째 이야기 - 나의 백설 공주
루시아의 첫 번째 이야기 - 거울 놀이 여름이의 두 번째 이야기 - 뜻밖의 초대 루시아의 두 번째 이야기 - 마녀의 딸 여름이의 세 번째 이야기 - 너, 어디에 숨었니? 루시아의 세 번째 이야기 - 어디쯤 가셨나요? 여름이의 네 번째 이야기 - 진짜 친구 루시아의 네 번째 이야기 - 검은 마녀 여름이의 다섯 번째 이야기 - 가장행렬 루시아의 다섯 번째 이야기 - 은빛 산 여름이의 여섯 번째 이야기 - 꽃의 요정 루시아의 여섯 번째 이야기 - 새 왕비의 방 여름이의 일곱 번째 이야기 - 출렁, 출렁, 출렁, 출렁 루시아의 일곱 번째 이야기 - 떠도는 소문 여름이의 여덟 번째 이야기 - 깨진 심장 루시아의 여덟 번째 이야기 - 거울의 속삭임 여름이의 아홉 번째 이야기 - 붉은 물, 붉은 피 루시아의 아홉 번째 이야기 - 대축제 날 여름이의 열 번째 이야기 -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일까? 루시아의 열 번째 이야기 - 너는 서쪽으로 가라 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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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Ju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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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을 안 보면 단 10분도 견딜 수가 없었다.
---「첫 문장」중에서 *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얀 점은 복사뼈 위로 퍼져 갔다. 여름이는 무서워서 고모에게 보여 줬다. 고모는 놀라며 여름이를 데리고 피부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백반증이라고 했다. ---p.8~9 * ‘햇빛이 싫어.’ 루시아 공주는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렸다. 지금까지는 햇빛을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햇빛은 자신의 목을 찌르는 창끝 같았다. 공주는 다리에 번진 하얀 얼룩을 보았다. 얼룩은 다른 살갗보다 더 하얗고 윤기가 없었다. 자기 살갗인데도 자기 것 같지 않았다. 조금만 건드려도 크기를 불려 나가 몸을 뒤덮을 것만 같았다. ---p.39 * 그 ‘무엇’ 같은 ‘행복’이 자신에게도 오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성준이 생각만 해도 입에서 굴려 먹는 막대 사탕처럼 달콤함에 빠졌다. 그리고 행복은 특별한 능력도 생기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행복은 자꾸자꾸 잊게 해 주었다. 떠나 버린 엄마, 떠나 버린 아빠, 언제라도 백발 마녀로 변할 수 있다는 공포…. ---p.44 * 유모는 루시아 공주에게 더 열심히 화장술을 알려 주었다. 루시아 공주도 점점 화장하는 게 좋아졌다. 화장을 하면 두려움조차 가려지는 것 같았다. 화장이 다 끝나면 유모가 거울을 보며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유모는 거울의 목소리를 흉내 내듯 말했다. “루시아 공주님이 가장 예쁘지요.” ---p.58~59 * “정말? 보여줘 봐.” 여름이는 웃옷을 살짝 걷어 올렸다. 배꼽 주변에 있는 하얀 얼룩은 지도에 없는 작고 차가운 나라 같았다. “아아, 정말이구나. 왜 이런 거야?” “멜라닌 색소 때문이래. 그게 피부색을 안 만들어서.” “어, 나도 그런데. 나도 멜라닌 색소 때문에 눈동자가 초록색인데.” 여름이는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유나는 초록색, 자기는 흰색. ---p.70~71 * ‘저 앞에 보이는 하얀 여자는 루시아 공주인가? 아니면 하얀 마녀인가?’ 루시아 공주의 방은 천장이며 벽이며 온통 거울이라서 하얀 머리카락의 루시아 공주가 곳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p.79 * “백설 공주…, 왜 산에 갔느냐?” “성에서 나가 조금만 걸으면 은빛 산에 도착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었어요. 눈 속에 피어 있다는 그 노란 꽃을 꺾어 오고 싶었어요. 그 꽃을 왕비님의 머리에 꽂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생각이 멈춰지지 않았어요.”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그럼요. 왕비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요.” 백설 공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p.105 * 새 왕비에게 백설 공주는 자기를 비추는 또 다른 거울이었다. 백설 공주를 보면 어린 날의 자기 모습이 보였다. 사악한 거울은 그런 왕비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깨뜨려요, 백설 공주를요. 그 거울은 가짜예요. 그렇지 않으면 백설 공주가 왕이 되어, 왕비님의 하얀 몸을 저 찬란한 태양 아래 드러나게 할 거예요. 그건 너무 추악해요. 그렇지 않나요? ---p.134 * 여름이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분노는 몸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때 한 아이가 소리쳤다. “쟤, 쟤 좀 봐. 속눈썹이 하얘졌어!” “저, 정말이야.” “…유나가 말한 그대로야.” ---p.147~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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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는 바닷가에서 주운 거울을 가지고 놀다가 복사뼈에 난 흰 얼룩을 발견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겼지만 흰 얼룩은 날이 갈수록 점점 퍼져 갔다. 오토 왕국의 공주 루시아는 거울 놀이가 가장 재밌는 놀이다. 늘 공주 곁을 지키던 유모는 어느 날, 루시아 공주의 복사뼈에서 하얀 얼룩을 발견한다. 루시아 공주의 어머니인 헤로나 왕비와 똑같은 거라는 걸 알고는 소스라치고 놀란다.
여름이와 루시아는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서로 같은 병에 걸렸다. 몸이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여름이와 루시아는 늘 거울로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둘은 백반증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긴소매 옷을 입고, 짙은 화장으로 자기 모습을 감춘다. 그렇게 점점 ‘나’를 잃어 가고 있던 때에 여름이에겐 유나가, 루시아에겐 백설 공주가 운명처럼 다가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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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거울 속 세상과 거울 밖 세상의 진실 이 책에서 ‘거울’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더욱 남들과 같아지려고 애쓰는 여름이와 루시아에게 거울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자기 모습을 자꾸 들여다보며 변한 게 없는지 확인하고, 진짜 표정과 얼굴을 가리기 위해 화장에 몰두한다. 그러면서 점점 거울의 목소리가 내면을 잠식한다. 그리고 계속 묻는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더 사랑받을 수는 없는지. 좀 더 들여다보면, 거울 속 세상에선 미움과 질투, 분노가 싹을 틔운다. 거울 속 목소리는 사실 자신의 또 다른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럼 거울 밖 세상은 어떤가. 더 냉혹하다. 거울 속 목소리가 뒤틀리는 건 바로 거울 밖 세상이 두렵고 불안해서다. 따가운 시선과 편견이 넘실대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거울 속 목소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울 속 목소리에서 벗어나는 건 결국 스스로의 몫이다. 나를 비추던 거울의 목소리가 진실이 아님을 깨달은 순간, 여름이와 루시아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여정을 따라가는 게 이 책의 묘미다. 〈백설 공주〉 이야기에서 왕비가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라고 묻던 질문들은, 이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몰라 외친 절규일지도 모른다. 옛이야기 속 왕비와 달리, 이 작품 속 루시아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어떤 이야기는 작별을 해야 비로소 완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현재와 판타지 세계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나’를 찾아가는 눈부신 여정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이야기 구성’에 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여름이와, 가상의 어느 왕국에 살고 있는 루시아 이야기의 교차 편집은,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호기심과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반면, 옛날 옛적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루시아와 현재의 여름이는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 서로 다른 인물이 같은 백반증에 걸리게 함으로써, 여름이와 루시아의 고통과 아픔이 시대와 나라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시공간이 전혀 다른 배치로 이야기의 흥미를 한껏 돋우고, 보편적인 주제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이야기가 가져야 할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남들과 같아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두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을 받아들인다.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더 이상 남들과 다른 자기를 감추지 않게 된다. 유순희 작가는 이 과정에 독자들을 온 마음으로 초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콤플렉스를 고백한 ‘작가의 말’을 읽으면, 어린 독자들을 향한 작가의 진심에 뭉클해진다. ‘나’를 찾아야 비로소 세상으로, 거울 밖으로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세상 모든 여름이와 루시아 들에게 이 책은 더욱 특별히 가닿을 것이다. 재해석 동화의 정수, 아름다운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나다 책의 얼굴인 표지만 봐도 탄성이 나온다. 앞표지엔 길고 흰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걸어가는 여름이와, 노란 버스를 탄 채 여름이를 지켜보고 있는 한 아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뒤표지엔 루시아 왕비의 얼굴이 담긴 거울이 그려져 있다.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상징적인 묘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책을 펼치면 아름다운 그림의 향연이 시작된다. 직접 손으로 그린 수채화는 여름이와 루시아의 섬세한 마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은 이야기의 결에 맞게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현재와 판타지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인 만큼, 색감과 묘사에도 환상성을 부여했다. 거울이라는 모티프, 외모에 집착하는 모습 등이 다채로운 빛깔로 영롱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과 집착이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는 내용과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은 화려하고 밝고 아름답다. 이런 대비는, 새로운 시선으로 글과 그림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작가의 말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여름이와 루시아는 백반증에 걸렸어요. 자신의 외모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불안에 떨고, 다른 이들과 같은 외모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여름이와 루시아는 외모보다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눈뜨게 됩니다. 비로소 ‘나’를 제대로 바라보게 되지요. 생명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듯 우리에게도 이런 힘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수, 실패, 절망을 겪지만 결국은 미움보다는 사랑을, 질투보다는 이해와 존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요? -유순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