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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묶음
나한테 너무 못되게 굴었다 거꾸로 말했다/ 우산을 쓰고 걸으면/ 참새 참견/ 미안해서 못 하겠다/ 3월 7일, 꽃샘바람/ 귓속말/ 안 가르쳐 줘/ 학교 간다/ 하울링 텀블링/ 사고 쳤다 두 번째 묶음 나뭇가지 어깨에 올라서서 내 친구 연두/ 민들레한테 팔 거야, 내 숨을/ 뭐라고 해야 할까, 눈을/ 고라니 똥/ 호박벌/ 비행기구름/ 겨울 능선/ 캠핑/ 오리온자리/ 나비는 꽃만 먹지 않아 세 번째 묶음 아침저녁으로 윙크해 줄게 반가운 누가/ 해거름/ 커다란 똥/ 쥐가 달걀 옮기는 시/ 내 참외/ 한가지다/ 달에 간 손/ 모른다/ 홍시/ 빨랫줄에 햇살이 앉았다 네 번째 묶음 목련이 시작했어, 춤을! 나팔꽃/ 마차푸차레/ 별똥별처럼/ 귀상한 일이야/ 손바닥 글씨/ 괜찮아, 찔레야/ 꼬리 잡고, 땡/ 목련이 하는 말이/ 전깃줄에 놀러 갔다/ 상괭이 수족관 해설 세계의 저쪽 테두리가 수평선 너머에 있어 _송선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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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세계에도 귀 기울이는 아이
『거꾸로 말했다』는 우리가 안다고 믿었던 세계를 다시 보게 만든다. 이미 익숙해지고, 이것과 저것의 경계를 분명히 세워 둔 게 어른의 세계라면, 아이들의 세계에는 그러한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는 말소리가 되고(「우산을 쓰고 걸으면」), 개구리 울음소리는 고니가 내는 울음과 겹쳐진다(「3월 7일, 꽃샘바람」). 정해진 게 없는 아이들의 세계이기에, 이 동시집의 화자들은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려 한다. 진솔하게 나를 마주보는 일 시인의 작은 존재들의 목소리를 넘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다. “괜찮아요”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마음에게 “어색할 때는 그냥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어린이 화자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 성장한다(「거꾸로 말했다」). 장철문 시인이 보여 주는 아이들은 말과 형식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상처 입은 자신을 보듬는 주체적인 존재다. 말의 테두리 너머, 더 넓은 곳으로 『거꾸로 말했다』의 어린이는 세상을 이미 정해진 이름과 의미로 바라보지 않는다. 시인은 목련이 “피었다고 하지 말고// 춘다고 하면 어”떠냐고 제안한다(「목련이 하는 말이」). “이상한 일”을 “귀상한 일”로 바꿔 “귀가 생글생글해”지는 느낌을 말에 담아낸다(「귀상한 일이야」). 이처럼 장철문 시인의 언어는 “솟구쳐 오르는” “상괭이”처럼 “가슴에서 솟구치”며 “수평선 너머”까지 뻗어 나간다(「상괭이 수족관」).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의 언어와 꼭 닮았다. 낡은 언어의 테두리를 넘어 멀리까지 바라보는 시인은,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존재들도 기꺼이 맞이한다. 순수한 환대 덕분에 세계는 끝없이 넓고 깊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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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의 시는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들을 향해 열린다. 존재와 존재가 연결되고 파문처럼 겹치며 세계의 테두리가 넓어진다. 작은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과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일은 결국 같은 일이다. - 송선미 (시인, 『동시마중』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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