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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토끼는 바닷가에 놀러 왔어요. 그런데 돼지는 악어가 한 말이 자꾸 떠올라서 표정이 어두워져요. 그 말이 돼지의 귀에 계속 들리고, 돼지를 작아지게 만들고, 가슴에 깊이 박혀 쿡쿡 찔러요. 그때 토끼가 말해요. “내 귀를 빌려줄게.” 토끼는 특별한 귀를 쫑긋 세우고, 돼지를 아프게 하는 말을 찾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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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라는 아이, “귀를 막아도 계속 들리는 것 같아.”
상처받았다고 해서 약한 게 아니에요 돼지는 악어의 어떤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아요. 그 말은 이미 지나갔지만, 돼지는 여전히 그 말과 마주하고 있어요. 말이 돼지의 귀에 계속 들리고, 돼지를 작아지게 만들고, 가슴에 깊이 박혀 쿡쿡 찔러요. 이 그림책은 상처받은 아이의 불안한 감정과 아린 감각을 세심하게 공감해 줘요. 그리고 상처받았다고 해서 약하게 표현하지 않아요. 돼지는 “큰일 났어.”라고 첫마디를 내뱉으면서 상처를 숨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돼지는 토끼와 함께 상처를 찾아내고 나서 이렇게 말해요. “생각보다 작은 것 같아.” 처음에는 돼지를 작게 만들던 상처였는데, 막상 꺼내고 보니 작아 보여요. 상처를 품고 있으면 그 상처는 결국 내 것이 돼요. 꺼내서 떠나보내는 법을 배울 시간이에요. ‘토끼’라는 친구, “내 귀를 빌려줄게.” 들어 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상처받은 돼지에게 토끼가 말해요. “내 귀를 빌려줄게.” 토끼는 ‘특별한 귀’를 통해 상처를 찾고, 꺼내고, 바다에 던져 버리는 ‘회복 놀이’를 만들어 내면서 돼지를 달래 주는 다정한 친구예요. 무엇보다 토끼가 상처를 찾으면서 돼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데, 그 과정에서 돼지는 토끼와 재미있게 놀았던 일들을 떠올려요.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요. 돼지의 마음속에는 악어의 나쁜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토끼와 함께한 좋은 기억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요. “옷을 벗었는데 입은 것 같아.” “우리가 신나게 놀았다는 표시야.” 햇볕에 그을려서 수영복 자국이 생긴 돼지는 이제 아픈 말이 남긴 흔적이 아니라, 좋은 시간이 남긴 흔적을 바라보게 돼요. ‘악어’라는 상처, “툭 던진 말 한마디가 마음에 쿡!” 누구나 악어가 될 수 있어요 이 그림책은 악어를 혼내지 않아요. 그랬다면 악어는 단순히 상처를 준 나쁜 아이가 되어 독자들의 눈 밖에 났을 거예요. 악어의 구체적인 말을 비워서 돼지가 받은 상처의 깊이를 각자가 가늠해 보도록 하면서, 더불어 악어의 말에 스스로의 말을 넣어 보게 해요. 장난처럼 뱉은 말, 무심코 비교한 말, 상대방을 깎아내린 말 등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아프게 한 말들을 떠올리면서 악어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내가 될 거예요. 악어는 말의 무게를 배워 가는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