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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7월 6일 2부 7월 17일 에필로그 그리고 7월 17일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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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용악산에서 죽을 거야. 절대 그 산에 가면 안 돼.”
산 둘레를 따라 세운 철조망 앞에 서자, 문득 겁에 질려 경고하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쳤다. 용악산에 가지 말라는 경고는 어 릴 때부터 수백 번은 들었다. 다만······그 목소리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의 것이었다. 꺼림칙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망상 때문에 야수를 잡을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한 경고와 등허리를 감싸오는 불안을 애써 뿌리치며, 강욱은 용악산에 발을 내디뎠다. ---p.10 “도와주세요.” 순간 해인은 머릿속이 멍해졌다. 어느 날 강욱이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요청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낯선 남자가 강욱의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거라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구세요? 어떻게 이 번호로 전화하신 거예요?” 아직도 해인은 강욱의 핸드폰을 해지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욱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면 당사자인 강욱이거나 강욱의 핸드폰을 손에 넣은 사람이어야 했다. 어느 쪽이든 강욱의 실종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되레 지난 15년 동안 입어온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p.39 이쯤 되니 지승이 어떤 방법으로 이 위기를 벗어나려는 건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분명 제가 겪은 일은 맞는데, 오늘 일은 아니었어요.” 지승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너무 터무니없어 오히려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날 일이 생겨서 갑자기 휴가를 냈기 때문에 날짜도 정확히 기억해요. 6월 27일.” 그게 어쨌다는 걸까. 해인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벽에 걸린 달력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유 기자님, 오늘은 7월 7일이잖아요.” ---p.69 이지승이라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제정신이라면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장난을 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지승의 정신 상태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틀 연속 그가 아빠의 번호로 오래전 해지한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왔다는 사실이었다. 재희도 말했었다. 다른 사람의 번호를 훔쳐 해지된 기계에 전화를 걸 수 있는 기술은 없다고. 백번 양보해 전화를 걸었다 해도 자동으로 통화 기록이 지워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p.77 어느 장소든 사람이 몇 명만 왔다 갔다 해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었다. 특히 산은 더 그랬다. 발에 밟힌 풀들이 누워 있다거나, 옷깃에 스쳐 잔가지가 부러진 흔적, 신발에 파인 흙이나 짓눌린 이끼라도 남아 있어야 했다. 산은 이질적인 존재의 흔적을 스스로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용악산은 아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도 발을 들인 적 없는 태초의 산처럼. ---p.104 무엇이 순규와 성호, 그리고 철기를 그토록 미치게 만들었던 건지 모르겠다. 성호를 따라 재미 삼아 시작했던 사냥은 어느새 그들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조준경을 통해 보는 생명체. 순규는 그 생명체를 고통 없이 보내줄 수도, 혹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게 만들 수도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자비를 베풀어줄 수도 있었다.생살여탈권을 손에 쥐었다는 느낌. 용악산에서 그들은 신이었다. 스스로가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착각은 마약에 버금가는 쾌락이었다. 1년 중 고작 4개월의 사냥 허가 기간은 세 사람의 욕망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p.132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많은 걸 해인이 알고 있는 건 분명했다. 기수가 집 앞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해인에게 몹시 화가 났었는데, 며칠 새 생각이 이렇게까지 바뀌다니. 최근 들어 지승은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차 안은 침묵에 잠겨 있었지만 두 사람은 각자 상념에 젖어 침묵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문득 해인이 지승을 바라봤다. 해인의 시선이 와닿자 그제야 지승은 침묵의 어색함을 느꼈다. “이지승 씨, 현성호 씨를 만나야겠어요.” ---p.176 지승은 이제 선택을 내려야 할 때라 생각했다. “생각해봤는데, 이제 더는 기자님한테 들려줄 정보가 없어요. 그러니까 내일부터는 전화를 걸지 않는 게 좋겠어요.” 매번 실패만을 상기시키는 통화는 해인에게 패배감과 절망만 새길 뿐이었다. 하지만 해인이 지승을 포기할 리 없었다. 지승이 전화를 거는 한 해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좌절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전화를 받는 해인이 아니라 전화를 거는 지승이었다. 그러니 지승이 그만 멈춰야 했다. ---p.180 “인간의 관점으로 산을 보지 마라. 산은 공평해. 너만을 위해서 환영을 보여주는 일은 없어. 산은 자기가 가진 기준으로 환영을 만든 거고, 우린 그걸 엿보는 것뿐이야.” 한때 성호는 용악산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특별한 산이라 착각했었다. 한창 사냥을 다닐 때는 산이 성호의 은밀한 갈망을 읽어내고 굶주린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존재라 믿었다. 그게 태완을 처형할 장소로 용악산을 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던 그날, 절벽에서 강욱의 환영을 목격하고 성호의 믿음은 깨졌다. 산은 잔인하고 공평했다. 누구 한 명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p.188 상황이 확실성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애매하게 돌아가니, 손을 털지 다른 놈들이 채가지 못하게 꽉 붙들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경훈에게 오늘의 만남이 중요했다. 이번 인터뷰가 취재를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정해줄 나침반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p.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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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산 절벽 아래에서
실종된 아버지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 경기도 인평시에 위치한 용악산. 굶주린 용이 아가리를 벌린 듯한 험준한 산세로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해 입산이 금지되었다. 15년 전, 용악산 일대를 피로 물들인 연쇄살인범 ‘야수’로 인해 22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실종되었다. 실종자 중 한 명은 야수를 추적하던 형사 ‘강욱’. 그는 딸에게 마지막 부재중 통화를 남긴 후 용악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야수는 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지만 강욱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리고 현재, 강욱의 딸 해인의 구형 핸드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아빠♥’. 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온 것은 아버지가 아닌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용악산에서 야수를 목격한 뒤 쫓기다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며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남자. 그는 다름 아닌 야수의 아들, 지승이다. 아버지의 무죄를 확인하고 싶었던 지승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용악산으로 향했다가 절벽 아래에 갇혀버리고 만다. 탈출구도, 희망도 없는 그곳에서 지승이 기댈 수 있는 건 단 하나. 매일 밤 11시 49분, 오직 해인과 연결되는 구형 핸드폰뿐이다. 통화를 이어가던 해인과 지승은 두 사람 사이에 열흘이라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깨닫는다. 허락된 시간은 단 11분. 서로 다른 시간 위에 선 두 사람은 과연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을 밝혀내고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운명에 맞서는 두 사람의 치열한 사투와 드러나는 진실 과연 진짜 야수는 누구인가 작가는 “정해진 운명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은, 최후까지 저항하는 자들의 숭고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절벽 아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지승과, 열흘 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의 해인. 코앞의 운명을 바꾸려는 두 사람의 사투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숨 돌릴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매일 밤 11시 49분, 현재와 미래를 잇는 11분간의 전화라는 독창적인 설정은 주어진 단 10일 안에 운명을 바꿔야 하는 절박함과 만나 극한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정교하게 짜여진 서사 속에서, 믿었던 진실은 하나씩 뒤집히고 독자는 끊임없이 진짜 야수가 누구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드러나는 진실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처음 읽을 때는 숨 가쁜 전개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면, 다시 읽을 때에는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암시를 발견하는 재미가 기다릴 것이다. 출판사 심사평 “코앞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는 긴박함에 저절로 끌려간다. 현재의 긴장감만큼 촘촘하게 구성된 과거의 진실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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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어느새 용악산의 어두운 절벽을 함께 기어오르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열흘간의 시간차가 왜 필요했는지 깨닫는 장면에서 제대로 전율을 느꼈다. 마을을 지배하는 용악산의 위용과 거기에 얽힌 인물들, 15년 동안 감춰온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이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한다. - 서미애 (소설가, 『잘 자요 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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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타임라인 속에서도, 인물들의 절박한 감정선과 팽팽한 서스펜스를 끝까지 잃지 않는 구조적 정교함이 돋보인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서사의 힘에 이끌려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도달했다. 카메라 앵글을 어디에 두어도 훌륭한 숏이 될, 괴물 같은 작품의 탄생을 반긴다. - 민규동 (영화감독, 〈파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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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악산의 ‘입산 통제 구역’ 경고문 앞에 섰을 때가 이 소설에서 빠져나갈 마지막 기회였다. 통제선을 넘는 순간, 매일 밤 걸려오는 11분간의 전화와 치밀하게 뒤엉키는 시간의 미로 속에서 야수의 진실이 궁금해 결코 책을 덮을 수 없었으니까. 나는 속수무책으로 작가가 놓아둔 정교한 플롯의 덫에 놓인 먹이를 홀린 듯 집어먹으며 용악산 안개 속에서 헤맸다. - 김슬기 (소설가,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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