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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5
1부 갈망, 자유를 향한 8 2부 고독한 독주(獨奏)28 3부 또 하나의 선물100 4부 문밖의 행복158 에필로그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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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다용도실은 말 그대로 다용도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쓰임은 아마도 나를 가두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집이 내게 감옥이었다면, 다용도실은 감옥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차디찬 독방이었다. 어린 나는 그곳에 갇혀 학대받는 땅에서 자라나는 절망을 뜯어 먹으며 매일 불안한 꿈속에 살았다.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목이 졸렸던 여섯 살 그날 이후, 폭력은 지독하리만큼 성실하게 나를 찾아왔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두 번째로 맞이한 방학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늦은 저녁까지 집에 아버지와 나 둘뿐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또 다용도실에 갇혀 아버지에게 한참 동안 매를 맞았다. 기억이란 흘러가는 강물 위에 쓴 글자 같아서, 나는 어느새 목을 졸릴 때 느꼈던 그 공포는 잊고 늘 그렇듯 악을 쓰며 저항했다. 아버지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밖에서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 항복을 받아내지 못한 아버지는 다녀와서 보자고 소리치고는 다용도실을 나간 뒤 문을 잠갔다. 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불행한 내 삶을 응시했다. 돌아갈 수 없는 영혼의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그곳이 어디인지는 몰랐다. 내 안의 자유는 지쳐 쓰러졌고, 나는 기어가는 그 자유를 붙잡을 힘도 의지도 없었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잔인했고, 운명은 차가웠다. 공기 중에 단단히 굳어버린 적막을 깨뜨린 것은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였다. 한 방울이 떨어지자 또 한 방울이 곧바로 뒤따랐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나약한 내 심장 소리처럼 희미했지만 계속 이어졌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서서히 내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의 이름은 용기였다. 해방은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내가 투쟁으로 얻어야 한다는 어떤 자각이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머뭇거림은 뒤로 물러섰고, 의지가 일어섰다. ‘그래, 탈출하자!’ 다용도실에는 바로 옆의 작은 옷방과 이어져 있는 조그마한 창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나에게 그것은 닿을 수 없는 하늘처럼 멀기만 했다. 주위를 재빠르게 훑었다. 바가지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들을 뒤집어 하나씩 아슬아슬하게 겹쳐서 쌓은 뒤, 그 위태로운 발판을 딛고 간신히 창문 옆 세탁기 위로 올라섰다.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온몸에 힘을 주어 겨우 균형을 유지한 채 한 손으로 세탁기 가장자리를 붙잡고 다른 손을 뻗어 창문을 밀었다. 다행히 잠겨 있지 않았다. 말 없는 창문은 순순히 나를 받아들였다. 창턱 위로 조심스레 몸을 옮긴 나는 아래에 쌓여있는 옷더미 위로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나는 살며시 옷방 문을 열고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는 여전히 서재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아버지의 발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로 걸을 때 살짝 절뚝거렸다. 그래서 아버지 발소리에는 특이한 강약의 리듬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존이 키워낸 후천적 능력으로 아버지의 독특한 발소리를 정확하게 구별할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운 채 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그 발소리의 울림에 집중했다. 배부른 짐승처럼 느릿하면서 묵직했다. 방심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 미친 듯이 현관 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문을 밀어젖히고 밖으로 뛰쳐나가 그대로 길게 뻗은 복도를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아버지에게 잡힐까 봐 두려웠지만, 탈출을 향한 의지가 두려움을 앞섰다. 그러나 두려움은 어느새 나를 바짝 쫓아와 내 무릎에 달라붙고 내 뒤꿈치를 잡아당겼다. 다리가 납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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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무늬로 남았다
초상이 되어 그를 바라보며, 끝내 그를 다시 살게 했다 『떠난 것들의 초상(肖像)』은 한 사람이 오래 짊어진 상처와 그 상처 너머의 회복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그날 내가 자른 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라는 고백에서 시작된 삶은 폭력의 기억과 자기 부정 속을 오래 헤맨다. 그러나 “내 창백한 세상의 풍경에 색이 입혀지는 기적”처럼 찾아온 만남은 닫힌 마음에 작은 균열을 내고, 잿빛으로 굳어 있던 세계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 군대와 가족, 사랑과 이별, 먼 도시의 시간은 모두 주인공이 끝내 외면해온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기 위한 통과의례가 된다. 세상을 바꾸려 애쓰던 시간 끝에 그는 마침내 깨닫는다. “바꿔야 할 것은 오직 내 마음 하나였다.” 이 작품은 떠난 것들을 붙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초상 앞에 남겨진 사람이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가는 이야기다. -청어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