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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浩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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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헌병이라는 직분의 사람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50년 10월 초 강원도 양양에서였다. 흰 바탕에 깜장 글씨의 꽤나 세련된 '헌병' 완장도 그때 처음 보았다. 아래위 산뜻한 새 카키복에다 선글라스 모습에 그 완장이 무척이나 어울렸었고, 첫인상부터 부티가 났다. 전혀 꾸정꾸정하거나 구질구질하지가 않았다. 그건 내가 대한민국이라는 것과 처음으로 대면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열아홉 살 적이었다.
나는 남대천 가에서 주황색 솜바지저고리 차림의, 그 지방 치안대라나 뭐래나, 마치 노동당 세포위원장 비스름하게도 생긴 꾸정꾸정한 완장을 찬 두엇 청년에게 이끌려, 마악 북상해 올라온 양양 주둔 헌벙분견대에 넘겨졌던 것이다. 인공치하에서 공공건물로 썼던 듯한 2층 양옥의, 바닥이 조금 꿀렁꿀렁거리는 좁은 마루방이었다.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이 허옇게 몸집 좋은 청년, 부티, 귀티가 듬뿍 풍기는 헌병이었다. 카키복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그 첫인상은 흔히 보는 조선 사람, 한국 사람 같지가 않게 늘씬했다. 결국은 신문이 시작되었는데, 생긴 데 비해서는 의외로 목소리가 애리애리하고 애송이 같아, 그 조금 무시무시한 외양으로 쳐서는 전혀 무시무시하지가 않았다. ---pp.189~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