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1970년의 죽음
2. 무너앉는 소리 3. 퇴역 선임하사 4. 판문점 5. 1기 졸업생(1) 6. 1기 졸업생(2) 7. 1기 졸업생(3) 8. 자유만복 9. 비껴 부는 바람 10. 어떤 부자 이야기 11. 천상천하 12. 덫 13. 밀려나는 사람들 14. 타인의 땅 |
李浩哲
이호철의 다른 상품
|
결국 이 집안 사람들은 무슨 일이건 처리하고 치러낸다는 것에 이미 절망하고 있는 셈이었다. 바깥은 바람이 세고 노상 소용돌이가 친다. 그러나 시간은 이 집채에 닿아서는 서서히 굼벵이 걸음을 걷다가 무참히도 정지되어 물큰물큰 열기를 뿜는다. 시간은 그렇게 살이 찌고 부어오르고, 그리고 이 집안 사람들은 지치고, 어떤 사소한 일이건 무겁게 감당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애는 알고 있었다. 영희가 자기와 단둘이만 마주 앉으면 말할 수 없이 약해지고 따뜻하게 감상적으로 부드러워지고 감미롭게 슬픈 모습을 지니는 것을. 정애는 또 눈물을 글썽였다. 아득한 2층에서 따르르따르르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성식의 방일 것이었다. 하루 한 번을 쓰기가 힘든 전화기는 성식의 방에서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을 것이다. 부연 먼지를 쓰고 따르르따르르 첨예한 금속성 소리를 지른다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실은 식모가 아침마다 빤질빤질하게 닦아두었다. 전화기는 텅 빈 큰 방에 까맣게 윤기를 내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먼지가 부옇게 앉아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어인 까닭일까. ---p.1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