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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물었어요.
“네 진짜 이름은 뭐야?” 배가 자랑스럽게 대답했어요. “바다의 여왕.” ---p.23 곰들이 물었어요. “너는 이름이 뭐니?” 곰이 대답했어요. “곰이야.” 곰들이 웃었어요. “곰 이름이 곰이라고? 깔깔깔.” ---p.51 “그런데 넌 이름이 뭐야? “이름?” 사람 여자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얘.” “얘?” “응.” ---p.73 곰은 자기가 지어 준 이름을 은빛달달이 좋아하니까 기뻤어요. 조금은, 아주 조금은 슬펐고요. ‘이제는 나만 이름이 없구나.’ 은빛달달이 곰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곰아, 너 지금 금빛이야.” 정말 곰의 온몸이 은빛 달 아래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어요. 바다의 여왕이 “오호호!” 웃었어요. “곰아, 네 이름으로 금빛곰곰 어때?” 곰이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좋아, 좋아! 마음에 쏙 들어! 금빛곰곰! 금빛곰곰!” ---p.76 나는야 바다의 여왕 곰곰 생각 많은 금빛곰곰이랑 달달 말 많은 은빛달달이랑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나는야 바다의 여왕. ---p.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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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줄 아는 당당한 배, 순하고 배려심 많은 이름 없는 곰과 여자아이의 만남
작고 빼빼 마른 배고픈 곰은 사람들에게 늘 “곰 맞아?” 소리를 듣는다. 곰이 인간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그날그날 먹고살 궁리를 하던 어느 날, 물고기가 잡히지 않고 지저분해서 아무도 타지 않으려는 낡은 배가 곰에게만 살짝 속삭인다. “나 한번 타 봐.” 주인이 아무렇게나 지은 엉터리 이름 말고 자기 스스로 이름을 지은 이 배는 ‘바다의 여왕’이다. 이름 없는 곰은 조금씩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곰이 된다. 여전히 선하고 배려심 가득한 상태로 말이다. 둘의 여정에서 자기와 비슷하게 곤경에 처한 여자아이를 만나 도움을 주고 셋은 편견과 놀림과 압박을 벗어나 떠나기로 한다.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지은 배, 이름 없는 곰, 이름을 잃어버린 아이. 이렇게 셋은 함께 폭풍우도, 놀림도 이겨 내며 진짜 자기 이름을 가슴에 안고 인생의 다음 항해를 나선다. 누군가가 나를 제대로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름 없이 살아가는 존재를 무심히 지나친다. 곰과 배와 아이, 그 셋의 이야기는 우리가 놓친 이름들에 관한 것이다. 세상은, 또 우리는 늘 그것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부터 정해 놓는다. “곰이 이렇게 작을 리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세상이 정한 모습을 벗어난 존재들이 스스로 이름을 짓고 세상으로 당당히 나아가는 이야기가 『바다의 여왕』이다.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놓치기 흔한 시내와 강과 산, 우리의 이름도 새롭게 떠올릴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용기와 따뜻한 우정을 심어 줄 인생 그림책! 바다의 여왕은 일차적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동화라고 해서 결코 가볍거나 단순하지 않다. 아니, 동화라서 더 정직하고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존감, 소속, 연대, 다름의 수용 등, 어른의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것들을 곰 한 마리와 낡은 배가 서로를 챙기며 떠나는 모험 이야기로 대신 말해 준다. 작가가 수십 년 동안 품어 온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출발한 이 책은, 이름 없이 서로를 알아본 존재들의 연대로 완성되었다. 책 속에는 ‘배려’가 무엇인지 보여 주는 정 많은 곰,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용기 있게 말하는 소녀가 등장한다. 또한 현재 처한 상황에 갇히지 않고 꿈꾸는 자화상을 품은 채 스스로 이름을 짓고, 친구들에게도 이름 짓기를 제안하는 ‘바다의 여왕’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긴다.특히 ‘바다의 여왕’과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의성어와 운율(라임)이 살아 있는 반복구가 많다. 소리 내어 읽기에 최적인 윤여림 작가의 글에 이소영 작가의 거침없고 자유로운 붓질이 더해져, 독자에게 ‘바다의 여왕’에 올라타 설렘 가득한 항해를 함께 떠나자고 손짓한다.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용기와 따뜻한 우정을 심어 줄 이 책을 잠자리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감상을 나누어 보길 권한다. 하루치 물고기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원래 다 다르게 생겼다. 고양이도, 소나무도, 사람도 저마다 다른 크기와 모양, 다른 생각을 갖고 태어난다. 그런데도 세상은 자꾸만 “이건 왜 이렇게 생겼어?” 하고 정해진 틀을 들이민다. 『바다의 여왕』 에서 꼬마 곰들이 작은 여자아이를 ‘너는 너는 못난이 사람이지롱.’ 하고 놀리듯 말이다. 세상의 기준과 달라도 좋은, 아니 달라서 더 좋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넌지시 시사한다. 지금도 바다의 여왕과 금빛곰곰, 은빛달달은 어느 바다 위에서 하루치 물고기를 잡고, 배불리 먹은 뒤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 것이다. 세 친구에게 필요한 건 많은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 만큼의 양식과 그것을 나눌 친구였다.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밀려났던 존재들이 결국 증명하는 건, 다름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며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와 이야기에서 온다는 사실이다. 적은 것에 만족하며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삶,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다정한 이야기 한 편.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바로 그런 하루다. 작가의 말 “안녕? 내 이름은 바다의 여왕이야. 내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어린 나는 바다의 여왕이 들려주는 여러 풍경, 선원들 이야기에 푹 빠졌어요. 이야기를 다 마치고 바다의 여왕이 말했어요. “지금은 나 혼자 바다를 떠돌고 있어. 네가 나랑 평생 함께할 친구를 만들어 줄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상상으로 친구 만드는 일쯤은 쉽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내 생각은 틀렸어요. 웬만한 친구는 바다의 여왕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몇 번 거절당하고 나니 뿔이 났어요. 까탈스러운 바다의 여왕 같으니라고. “나 안 해!” 바다의 여왕은 풀 죽은 얼굴이 되었어요. 미안했지만, 다시 해 보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어요.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거든요. 그때였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꼭 사람이랑 친구가 되란 법이 있어? 곰이랑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 사람들 사이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곰과 바다의 여왕. 이야기 속에서 둘은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하나하나 헤쳐나갔어요. 이야기는 점점 풍성해지더니 외로운 사람 여자아이라는 친구도 나타났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바다의 여왕이 빙긋 웃었어요.“마음에 들어.” _ 윤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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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여왕 덕분에 곰은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되었어요. 바다의 여왕은 곰에게 물고기를 잡게 해주었고, 곰은 바다의 여왕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지요. 이건 거래나 교환이 아니라 선물이었어요. 곰이 배고픈 여자아이에게 물고기를 기꺼이 나눠 준 것도 선물의 기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들 하지요? 물건이나 노동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남의 것을 거저 가지려고 하는 마음은 나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진 것이 없고 힘이 약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이들도 있어요. 배고픈 곰이나 망가진 고깃배,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여자아이처럼요. 그런데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이들도 나눌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여자아이가 없었다면 이상하고 엉뚱한 바다고양이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을 수 있었겠어요? 섬에서 쫓겨났을 때 옆에 친구가 없었다면 어떻게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겠어요? 곰과 여자아이는 친구가 생긴 덕분에 금빛곰곰, 은빛달달이라는 이름도 갖게 되었어요. 이름이란 누군가 불러 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 김민령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