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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빛나는 한국의 원형적 이미지
--- 허순용(blog.yes24.com/sellavy)
어린이 책은 예쁘고 재밌는 게 많아서 이 책 저 책 구경하다 보면 다 갖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돈만 많다면 조카한테도 사 주고 싶고, 친구의 딸애한테도 사 주고 싶고, 아는 사람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욕심이 물씬 물씬 솟는다. 이를테면 나는 김동성의 그림책을 볼 때도 그러하였다.
김동성의 그림은 무엇보다 진정한 한국인의 그림이다. 그의 그림에는 한국인만이 그릴 수 있는 하늘과 땅과 집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색채나 형태도 참 한국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걸작이라고 말하는 <메아리(길벗어린이)>를 보자. 원작 자체도 아름답지만, 김동성의 그림은 정말 그 분위기나 감정의 깊이를 잘 담아냈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엄마 마중(소년한길)>은 어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그림으로만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애절한 마음을 그려낸 이 작품은 작은 화폭 안에서 엄마-아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당시 시대상까지도 탁월하게 집어낸 수작이다. 그가 빚어내는 색채는 화려한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운 듯하면서도 예사롭지 않다. 그가 그려내는 인물들은 결코 과시하거나 파괴적이지 않으며, 소박한 가운데 안으로부터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준다. 인물들의 표정은 아직 우리가 땅을 떠나지 않고 살던 시절의 표정을 닮았으며, 따라서 우리 민족의 원형적 이미지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김동성의 그림을 하나의 패턴으로 고착화해서 이해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 이문열의 소설을 동화책으로 만든 <하늘길(다림)>에서는 그가 상상에도 매우 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렬한 색채는 신화적인 이미지들을 더욱 부각시키며, 거센 붓길은 이야기가 지닌 힘을 북돋운다. <나이팅게일(웅진닷컴)>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화려하고 도발적인 색채가 압권이다. 또 현대물에서도 그의 색채와 인물과 선은 주제를 부각시키고 담아내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김동성만이 최고의 화가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우리 아이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영상을 제공할 몇 안 되는 화가에 속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욱이 그 이미지들이 한국의 원형적 이미지들이라면 그의 공로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또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그림책에 굴하지 않고 아름답고 단단하게 빛나는 우리의 창작 그림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화가라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의 그림을 더 많이 보고 자랐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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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보는 하늘, 만날 보는 산, 만날 보는 나무, 만날 보는 짐승뿐이었지만, 돌이에게는 단 하나 사람의 말소리로 대해 주는 동무가 있었다.
그것은 메아리였다. "오-"하고 목을 뽑아 외쳐 보면, 산 저쪽에서도 "오-"하고 대답을 해 준다. "내 산아-"하고 부르면, "내 산아-"하고 대답해 준다. "잘 잤나-"하고 물으면, "잘 잤나-"하고 되물어 준다. "메아리는 흉내쟁이-"하면, "메아리는 흉내쟁이-"하고 고대로 또 흉내를 내면서 돌이하고 장난을 하는 것이다. ---p.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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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는 밥을 먹고 나서, 누나가 넘어가던 산마루로 올라가서 길게 소리를 질렀다.
'내 산아-' 한참 만에 메아리가 '내 산아-'하고 대답을 해 왔다. '우리 집엔 새끼소 한 마리가 났어-' '우리 집엔 새끼소 한 마리가 났어-' '내 동생야-' '내 동생야-' '허허허-' '허허허-' '너두 좋니-?' '너두 좋니-?' 메아리는 저도 반가운지 같이 흉내를 내어 장난한다. 돌이는 메아리가 누나 있는 곳에도 가서, 그대로 이 소식을 전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