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y Liao,廖福彬, 幾米
지미 리아오의 다른 상품
권애영의 다른 상품
|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책에 삽화 작업을 해온 작가 지미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장르를 개척, 발전시킨 대만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다. 지미의 작품은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면서 서사 속 공간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 작법이 동화적 상상력을 펼쳐 준다.
『미소 짓는 물고기』는 4년 여의 암투병 치료 과정에서 느낀 개인의 고독과 내면의 소리를 물고기와 사람의 교감 과정으로 은유한 지미의 첫 작품이다. 꿈 속에서 주인공 남자는 어항 속 물고기가 결국 자신의 모습임을 알게 되고, 숲속에서의 춤, 숨바꼭질과 아침 이슬, 곤충들, 바다 등을 기억하며 잃어버렸던 순수와 꿈 그리고 자유를 되찾아간다. 단절된 인간 관계와 도시의 적막함은 물고기를 본향인 바다에 돌려보내는 행위를 통해 주인공 즉 작가 스스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는다. 작가의 말 강연에서 내 작품을 소개할 때, 나는 『미소 짓는 물고기』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못했다.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던 시절, 의사는 감염을 걱정해 되도록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했다. 친구들이 병문안을 오면 나는 커튼을 걷고 유리창 너머에서 손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 투명한 창문은 마치 수족관의 유리처럼 두 개의 세계를 갈라놓았다. 나는 마치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외로운 어항 속에 갇힌 채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 내 머릿속에는 거대한 수족관 하나가 자주 떠올랐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어항 속에서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외롭게 이리저리 헤엄치고, 어항 밖에는 한 남자가 조용히 서서 물고기를 한없이 바라보는 그런 모습이었다. 화면은 어둡고 분위기는 무거웠다. 또 하나의 장면도 있었다. 빛나는 어항 하나가 밤의 도시를 떠다니고, 외로운 남자가 그 뒤를 바짝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미소 짓는 물고기』는 바로 이 두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암에 걸리기 전의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삶에는 무게가 없었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세상에 대해 깊이 느끼지도 않았고, 연민도 없었다. 하지만 큰 병을 앓고 난 뒤에는 오히려 지나치게 예민하고 위축되었다. 모든 것이 두려웠고, 사소한 일에도 이유 없이 슬퍼졌다. 책 속 중년 남자는 매일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한다.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예전의 나처럼.) 그는 소극적으로 삶을 대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예전의 나처럼.)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수족관 앞에서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물고기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는 그 물고기에게 매혹되는 동시에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물고기를 집으로 데려와 매일 그 미소와 함께 지낸다. 이 책이 인쇄소에 들어갔을 무렵, 친구와 함께 고래를 보러 화롄에 갔다. 암에 걸린 뒤 4년 만에 처음으로 멀리 떠난 여행이었고, 처음으로 집을 떠났으며, 처음으로 바다를 본 순간이었다. 배에 앉아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고래와 돌고래의 모습을 열심히 찾고 있을 때, 선글라스 뒤의 두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그 순간의 감정은 무척 복잡했다. 내가 그림 속에서 그려왔던 세계가 그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다니······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한 마리의 물고기를 보았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물고기 한 마리를. 책 속 주인공은 물고기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 뒤에야 자신이 처한 곤경을 깨닫는다.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 놓아 주어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