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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bo Abe,あべ こうぼう,安部 公房,본명 : 아베 기미후사
郭炯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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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묘한 남자는 5월 어느 맑은 날 정오를 조금 지난 무렵, 재봉틀 외판원 같은 한가로운 발걸음으로 나타났다.
---p.5 사실을 말하자면 모 라디오 방송국에서 매주 일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부터 30분 동안 ‘안녕하세요 화성인’이라는 제목으로 평론 풍 사회극의 정규 프로그램의 각본 구성을 맡고 있고, 그것이 우리 집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만큼 나도 힘을 쏟아서 소박하지만 독자 투고도 하루에 스무 통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끔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 덕분에 2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 화성 로켓이 발사된 후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p.12 “여보세요, 지금 화성인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고 싶다면서 선생님 댁에 방문한 사람이 있나요? 네, 남자입니다. 제 남편인데요.” 아무래도 무언가 이상하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비했지만, 그런 자세는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러면 방송국 분인가요?” “아닙니다. 제 남편이에요. 말씀드리기 어려운데, 제 남편은 사실 정신분열증이 있어요.” “분열…… 이라면,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가요?” “그러니까 선생님의 라디오 프로 ‘안녕하세요 화성인’의 엄청난 팬이에요. 물론 그것만이 원인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요. 여하튼 그 프로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단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오늘 아침 화성 로켓 뉴스까지 겹쳤고요. 완전히 흥분해서 꼭 선생님께 상의드려야 한다고 아침부터 줄곧 그 이야기만 하더니…….” ---p.32 “이야, 선생님 기쁩니다.” 남자가 갑자기 상기된 양 작은 목소리로 외치듯이 말하며 상반신을 비틀더니 낄낄 웃어댔다. 어쩐지 남자의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잠깐 주춤대는 틈을 타서 더욱 다그치듯 말을 잇는다. “저는 선생님 라디오 프로의 팬입니다. 이렇게 뵈니 참으로 유쾌하군요. 방송을 듣고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은 선생님께 엄청난 소스를 제공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정말 엄청난 특종입니다.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p.38 “괜찮아. 이래 보여도 이런저런 경험만은 풍부한 편이라서 웬만한 일로는 놀랄 리가 없어.”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큰맘 먹고 말씀드립니다만…….” 혀끝으로 입술을 한 번 핥더니 수줍은 듯이 가방을 다시 끌어안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보통의 인간이 아닙니다. 화성인입니다.” ---p.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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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거짓말쟁이인가, 미치광이인가, 아니면 진짜 화성인인가? ‘나’는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화성인’의 작가다. 화성 로켓 발사가 보도된 이후 프로그램은 허황된 이야기를 꾸며내는 방송이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이고, 결국 폐지 위기에 몰린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세일즈맨처럼 보이는 낯선 남자가 찾아와 자신을 화성인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남자를 방송국에서 보낸 사람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곧 남자의 아내라고 밝힌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그녀는 남자가 ‘안녕하세요 화성인’의 열성 팬이자 정신분열증 환자이며, 폭력 성향까지 있으니 함부로 쫓아내지 말라고 경고한다. 믿을 수도, 쫓아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결국 남자를 집 안으로 들인다. 남자는 자신이 화성의 토지를 알선하는 중개업자라고 말하며, 자신을 모델로 한 소설을 써보라고 제안한다. 얼핏 허무맹랑한 궤변처럼 들리지만, 남자의 말은 이상할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다. ‘나’는 남자를 단순한 미치광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만, 남자가 내놓는 주장과 논리는 쉽게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현실의 빈틈을 파고든다. 남자는 화성인과 꼭 닮은 인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인간과 꼭 닮은 화성인일지도. 남자의 주장을 반박하면 할수록 ‘나’는 사실과 우화, 논리와 망상,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더 깊은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내가 꿈꾸는 것은 문학 속에서 SF 정신이 복권되는 것” 아베 고보가 SF로 되찾고자 한 가설문학의 영토 “그래서 나는 SF의 유행 따위는 믿지 않는다. SF가 SF 전용 우리 안에서 아무리 돼지처럼 번식한다 한들, 그것은 아무 자랑거리도 되지 못한다. 내가 꿈꾸는 것은 문학 속에서 SF 정신이 복권되는 것이다. 자연주의 문학에 점령당한 가설문학의 영토를 되찾는 일이다.” ─ 아베 고보 아베 고보에게 SF는 유행하는 장르가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가정하고 검증하는 문학적 태도였다. 『인간 판박이』에 등장하는 화성인이나 화성에 대한 허황된 이야기들은 독자를 우주적 모험으로 이끌기보다, 한 평범한 가정집 안에서 현실의 기준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 자신을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말은 처음에는 황당한 망상처럼 들리지만, ‘나’가 그를 부정하려 하면 할수록 인간을 전제하는 기준이 흔들리며 혼란에 빠지게 된다. 평론가 후쿠시마 마사미는 『인간 판박이』 가 “거의 대부분이 대화와 지문에 가까운 상황 설명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임에도 독자에게 “현기증과도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한다. 그 현기증은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대화가 이어질수록 현실이라 믿어온 언어의 질서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사실과 허구를 가르는 기준이 불안정해지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 판박이』에서 SF는 현실을 벗어나는 장르가 아닌, 현실의 균열을 끝까지 드러내는 방식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일 수 있는가. 현실은 무엇으로 현실일 수 있는가. 이 작품은 그 질문을 기이하고도 밀도 높은 대화의 형식으로 밀어붙이며, 아베 고보 문학의 핵심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베 고보의 가장 치열한 문학적 실험을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