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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메갈로폴리스 소돔-고모라-고담-씬 시티
나의 사랑하는 탈근대 도시 어둠과 설탕 내리막길의 푸른 습기 143번 버스 모노폴리 근미래의 서울 정육점의 예수 아이콘 드라이브 바이 슈팅 재퍼니즈맨 인 서울 가상 자아의 세계적 유형 1978년 6월 서울역 H 明 暗 흡수 완전자살 매뉴얼 탈출 고통의 집 푸른 수염 우회도로 핏빛 인생 제2부 MC S1과 폭음반도 자기소개서 Real Rhyme MC S1 폭음반도 빛의 제국 반포 제이케이 감성적 독재 파란색과 흰색 그리고 빨간색 지뢰 정릉천변풍경 달리는 관에 실린 사탕 괴담 저주 기관원 본드 씨 VS 카낭가 박사 기관원 본드 씨 VS 스카라망가 선생 기관원 본드 씨 VS 죠스 군 인어 1965년 해리홀트기념고아원 원숭이의 해 반영 생활의 지혜 제3부 청춘의 다항식 1981년 자갈치시장 1985년 1988년 80년대 동자동 소극장 박물지 다항식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창신동 타자 아비투스 힙스의 끝 동부 해안의 공장 날씨와 생활 과수원 어린이 슬픔의 제국 Pax Winterna 생일 좀비 압생트 감각의 깊이와 가치 워너형제 활극 미니멀리즘의 후예 126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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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에서 나는 냄새 술 냄새 그리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지는 모르겠고 꽃보다 강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은 희망이 아니고 욕망 덩어리다 ― 「정릉천변풍경」 부분 니혼진을 환영하는 음식점은 즐겁고 니혼진을 환영하는 의류점은 더욱 즐겁다 니혼진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즐겁고 니혼진의 물받이가 되는 여자는 더욱 즐겁다 우리는 정신대 노파의 한 따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으니 니혼진의 현지처가 행복하고 한국관광공사는 더욱 행복하다 ― 「재퍼니즈맨 인 서울」 부분 이 거대도시는 “탈근대”라는 특징을 갖는다. 시인은 시집을 여는 서시 「나의 사랑하는 탈근대 도시」에서부터 이 세계의 탈근대적 전환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내놓는다. 탈근대 도시에 ‘존재한다’고 칭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텅 비어”(「143번 버스」) 있을 뿐이다. 이 도시에서 전 시대 최고의 무기였던 인간의 자발성은 거세당한다. 인간의 모든 삶의 행위들은 이미 계측되어 조립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심지어 최고의 절실성이 발휘되는 행위라 할 수 있는 자살까지도 매뉴얼(「완전자살 매뉴얼」)에 따라서 해야 한다. 이 세계는 이미 만들어진 세상이어서 어떤 격렬하고 충동적인 행위들도 실은 규격화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원 시의 시적 자아는 ‘인간’을 보기가 힘들다. 그의 눈에 포착된 것은 “죽은 자들”이거나 “시체” 혹은 “좀비”(「좀비」)이다. 교수 희고 부드러운 목 위에 검붉은 경계선을 치는 것이 취지다 동거인 들에게 최초로 발견되기 싫다면 등산가는 것을 권장한다 추천: 관악산 (수도권 거주자에 한한다) 아파트 투신 여자 고등학생들에 의해 유행되었다 적합한 장소: 서빙고 신동아 신사동 미성 구의동 현대 서초동 우성 대현동 럭키 ― 「완전자살 매뉴얼」 부분 쥐색 하늘의 오후 국립묘지의 표층을 뚫고 1979년형 시신이 걸어 나온다 초코와 바닐라가 섞여서 녹은 아이스크림 눈동자를 굴리며 물어뜯는다 연인도 친구도 혈육도 동일화되어 비칠거리며 시가지를 배회한다 신촌에서 강남역까지 청량리에서 영등포까지 살아난 시체들의 밤이다 ― 「좀비」 부분 이러한 주제는 이미 상투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승원의 시들을 진부한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승원이 표출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에 기반한 잔혹성의 스펙터클은 그의 시를 현실에 대한 ‘리얼한’ 문학적 조망으로 읽히게 만든다. 이승원은 래퍼처럼 잔혹성을 그대로 발성하는 기법을 채용함으로써 현대성 전체를 조롱하려는 욕망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선남선녀 미남미녀 방아찧는 밤에 겨울에도 모기 나는 지저분한 방에 노예들과 진배없는 너와 나의 생애 [……] 눈감고 꿈꾸는 건 백만장자 영화배우 인기가수 잠에서 깨어나니 요리사 웨이터 옷장수 정신을 차려보니 경비원 주유원 운전수 [……] 죽으면 사라질 힘 헬스는 왜하는지 어차피 병 걸릴 몸 웰빙은 염불인지 배울 것 없는데 참 학교는 왜 가는지 외롭고 괴로운 삶 결혼은 안 하든지 ― 「Real Rhyme」 부분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강계숙은 시인 이승원을 가리켜 “냉염(冷焰/冷念)의 시인”이라 칭하고 있다. 시인이 “차가운 관념[冷念]”으로 “대면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세상을 향해 사제 폭발물을 투척”하려는 “차가운 불꽃[冷焰]”의 테러리스트라는 것이다. 시인 스스로도 자신을 “Diss의 천재 MC S1”(「MC S1」)이라고 자처하고 있다―여기서 ‘Diss’란 상대방의 허점을 랩으로 공격하는 힙합 음악의 한 스타일이고, ‘MC’란 래퍼들이 자신을 전문적인 랩 가수로 지칭할 때 쓰는 약어이다. 이렇듯 ‘비판적 성찰’을 기본 방법론으로 채택하여 잔혹성의 현장인 이 거대도시에 독설을 내뱉는 그의 이번 시집은 이제 막 첫 시집을 낸 신인의 문학답게 시단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