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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연대를 구하여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물결 200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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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옮긴이 서문

1부 미시마 유키오 對동경대 전공투 1969

[토론]
눈동자 속의 불안 | 자아와 육체 | 타자의 존재란? | 자연 대 인간 | 계급 투쟁과 '자연'으로 돌아가는 투쟁 | 게임 또는 유희의 시간과 공간 | 지속과 관계 맺기의 논리 | 천황과 민중을 잇는 멘털리티 |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사유 방식 | 관념과 현실에서의 '미' | 천황과 프리섹스와 신인 분리 사상 | 사물과 말과 예술의 세계 | '천황·미시마·전공투'라는 이름에 대해 | 우리는 역시 적대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을 마치고 I]
사막의 주민들에게 보내는 논리적 조사 - 미시마 유키오

[토론을 마치고 II]
미시마 유키오와 우리의 입장: 금기와의 결별 - 전공투H | 어떤 데마고고스의 패배 - 전공투C | 시간의 지속과 공간의 창출 - 전공투A

2부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1막 근대 비판 I] 좌우 대립을 넘어서
근대의 초극 ― 미시마 유키오 대 동경대 전공투 | 바리케이드의 명랑함과 '파리 5월 혁명' | '민족적 시간'과 '혁명 공간' | 전공투와 3파 전학련 ― 무상성과 스탈린주의 | 『풍요의 바다』 | 일본적 시스템과 불교 | 공동체 닻올림과 메이지 국가 | 해방구와 아나키즘 | 미시마 유키오와 전황 | 일본어의 신체 ― 히로마츠 와타루와 '근대의 초극' 사상 | 국어의 성립과 여성성 | 일본과 유럽의 근대 과학 | 히로마츠 와타루의 '유서' ― 일본과 아시아 | 국가와 네이션 | 『금각사』·하이데거·죽음 | 신체·일본인이라는 것 | 세계 경제 시스템과 일본

[2막 근대 비판 II] 기술=예술에 대한 물음
'공간'의 이념과 '공동체 | '미와 공동체와 동경대 투쟁'이라는 네이밍 | 모델로서의 결사(結社) ― 프랑스 혁명과 공희성 | 기계론적 사회관·기술·전공투 | 우애·목소리·전공투 | 총력전·원폭·전공투 | 전공투는 패배했는가? | 전공투의 '의미' | 기술과 현대의 '국가' | 기술에 대한 물음과 경제 시스템 | 생명 과학의 현 상태 ― 과학 기술과 존재론 | 기술의 시스템성 | 인구 문제

[토론 후기]
토론을 마치고 1 - 기무라 오사무 | 토론을 마치고 2 - 고사카 슈헤이 | 토론을 마치고 3 -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 토론을 마치고 4 - 아사리 마코토 | 토론을 마치고 5 - 고마츠 요시히코 | 토론을 마치고 6 - 『주간독서인』 편집부 아카시 겐고

[후기]

저자 소개 2

미시마 유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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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kio Mishima,みしま ゆきお ,三島 由紀夫,본명 : 平岡 公威(히라오카 기미타케)

전후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다. 미시마 유키오는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다케平岡公威이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엘리트 관료 집안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도쿄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1941년 「꽃이 한창인 숲」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도쿄 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1947년 대학 졸업 후 대장성의 관료가 되었지만 이듬해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했다. 열세 살 때부터 필명을 만들
전후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다. 미시마 유키오는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다케平岡公威이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엘리트 관료 집안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도쿄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1941년 「꽃이 한창인 숲」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도쿄 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1947년 대학 졸업 후 대장성의 관료가 되었지만 이듬해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했다. 열세 살 때부터 필명을 만들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미시마가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46년에 쓴 단편 「담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인간』지에 실리면서부터이다.

1949년 대학을 졸업한 미시마는 대장성 금융국에서 근무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관료주의를 이기지 못한 채 일 년 만에 사표를 내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무렵에 쓴 장편 『가면의 고백』을 통해 일본 주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그는 화려한 문장과 미의식을 바탕으로 『사랑의 갈증』, 『푸른 시절』, 『금색』 등의 수작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1957년 『금각사』가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금각사』의 성공 이후 미시마 유키오는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61년에는 2·26 쿠데타 사건을 소설화한 단편 「우국」을 발표했는데, 이는 자신의 종말을 예언한 작품이기도 하다.

1970년 그의 마지막 작품이며,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4부작 장편소설 『풍요의 바다』 마지막 편을 출판사에 넘긴 미시마는 자신의 추종자를 데리고 1970년 11월 25일 일본 자위대 주둔지에 난입하여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후 대중 앞에서 할복하여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면서 45세의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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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ang,金 杭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와 표상문화론 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일본문화연구, 탈식민지론, 문화정치, 문화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저서로 『내전과 위생』 『종말론 연구소』 『제국일본의 사상』 『말하는 입과 먹는 입』 등이, 역서로 『중국의 체온』 『세계를 아는 힘』 『정치신학』 『예외상태』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근대초극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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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872g | 153*224*35mm
ISBN13
9788955592139

출판사 리뷰

『‘극우파’ 미시마 유키오와 ‘극좌파’ 동경대 전공투 점거된 동경대 강당에서 역사적인 전설의 격론을 벌이다』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 : 일본 최고 명문가 중의 하나에서 태어나 ?금각사? 등의 소설로 전후 일본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1970년 자위대 본부를 점거한 채 자위대의 총궐기와 일본의 재무장을 호소하면서 전통 무사 식으로 할복자살해 일본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준 ‘극우파.’
동경대 전공투 : 1960년대 말 자민당 체제만이 아니라 일본 공산당과 좌파의 각종 당파들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비판하면서 야스다 강당을 점거한 채 ‘미?일 제국주의 타도’와 ‘제국 대학 동경대 해체’를 위해 투쟁한 ‘극좌파.’

단순히 우파와 좌파와 아니라 ‘극우파’ 대 ‘극좌파.’ 얼핏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이 둘은 정치적 대극점에 선 채 평생 얼굴 한번 마주칠 일 없이 맞서 싸워야 할 불구대천의 적들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969년 이 둘은 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고 토론을, ‘전설의 격론’을 벌였다. 그것도 전공투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동경대 강의실에서 1,0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게다가 이러한 ‘극우파’와 ‘극좌파’가 격론을 벌인 후 내놓는 소회는 신묘막측하기까지 하다.

우선 미시마 유키오의 토론 평 : “그리고 나는 제군들의 열정을 믿습니다. 그것만은 믿습니다. 다른 것은 일절 믿지 않아도 그것만은 믿는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랍니다.”(97쪽) 그리고 30년 후 이 격론에 대한 전공투 쪽의 평가. “정말 근대를 둘러싼 중후하고 약동감 넘치는 활기찬 토의였다는 사실을 알고 전율했습니다. 아무튼 그 수준이 대단했습니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예의도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또한 정말 사람들의 얼굴이 살아있었습니다. 특히 미시마의 얼굴이 그랬죠. 너무 자의적일지 모르지만, 아마 미시마에게 그날은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149~150쪽)

이처럼 이 전설의 격론은 ‘극우파’ 소설가에게는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으며, 이 50대의 ‘극우파’도 극좌파 청년들에게 ‘여러분들의 열정을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끝난다. 게다가 미시마는 “여러분이 천황이라는 말만 해준다면 여러분과 공동으로 투쟁하겠습니다”라는 묘한 ‘꼬드김’까지 제시한다. 이에 대해 전공투 쪽에서도 “‘깊은 것일수록’, 지금 어법으로는 ‘유혹하는 것일수록’ 유혹하는 쪽이 훨씬 더 래디컬하다는 인식이 당연히 있었습니다. 미시마가 위험한 것은 전후 민주주의의 기만적 틀을 깨부수고, 그것의 근저에 있는 래디컬하다고 할까, 당시의 느낌으로 보자면 더욱 깊은 것, 더욱 유혹적인 것을 끄집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나치즘이 갖는 유혹의 본질은’ 정도까지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죠.”(198페이지) 이렇게까지 보면 이러한 만남은 우발적인 마주침이라보다는 차라리 필연적인 격돌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처럼 책은 20대의 청춘과 50대의 노회한 예술가의 사상적 격돌이라는 1막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러했다면 이 책은 단순한 자료나 역사적 기록으로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이 토론 이듬해인 1970년 미시마는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설적 격론 못지않게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이 20대의 청춘들이 세상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 30년을 견뎌내고 이제는 미시마처럼 50대가 되어 20대의 질풍노도기를 되돌아보면서 이 토론을 반추하고 평가하면서 자기들을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이 토론은 전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양 극단의 격론부터 그러한 만남에 대한 이외의 평가, 이러한 역사적 격론을 30년 후의 관점에서 조명한다는 점에서 ‘진보’파와 ‘보수파’가 마주침 없이 격돌하기만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식의 만남과 대화는 아마 이념의 대립과 대결이 물리적 충돌과 정치적 테러로 이어진 20세기에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진귀한 만남이지 않았을까? 특히 ‘보수파’와 ‘진보파’가 멀찍이 떨어진 채 단지 포즈로만, 때로는 비아냥거림으로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해온 듯한 우리에게 이들의 만남과 토론은 여전한 현재적 시사성을 갖고 있다.


『전후 민주주의에 대한 총괄 : 현대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러면 ‘극우파’ 미시마 유키오와 ‘극좌파’ 동경대 전공투는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둘은 어떤 지점에서 근본적으로 갈라지는가? 이러한 양 극단의 마주침이 가능했던 것은 양쪽 모두 자민당과 공산당이라는 ‘사이비’ 보수와 진보가 대변해온 ‘전후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전후 일본의 현대사를 철저하게 전복시키려는 근본주의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격론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을 비롯한 현대사 인식 논쟁과 동궤에 속해 있다. 이들이 근본주의라는 것은 양 쪽 모두 소위 좌파와 우파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좌파’와 ‘우파’를 뿌리부터 잘못된 근대(modernity)의 쌍둥이 질병으로 바라보면서 이러한 근대 자체를 넘어서려는, 즉 초극하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현재의 우리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면서,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다.

미시마 유키오가 토론 후기로 쓴 '사막의 주민들에게 보내는 논리적 조사'에 정리되어 있는 대로 1969년의 토론을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1. 폭력 부정은 올바른 일인가? 2. 시간은 연속적인가 비연속적인가? 3. 3파 전학련(실제로는 전공투)은 어떤 병에 걸려 있는가? 4. 정치와 문학의 관계는? 5. 천황 문제는? 이처럼 일본 현대사의 핵심 쟁점과 현안이 전부 토론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확한 의제 설정 이외에도 이러한 격돌의 형식과 격조도 ‘중후하고 약동감 넘치는 것’이었다. 특히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연속성 문제 그리고 전공투의 바리케이드라는 해방의 공간 또는 미시마의 창작의 공간이라는 공간 문제를 둘러싸고 양자가 벌이는 역사 논쟁이 직접적으로 현실 문제를 중심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초월성 대 관계성’이라는 추상적 범주를 통해 구체화되어나가는 모습은 이 토론의 격과 깊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한 전공투는 이 토론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시간의 지속에 맞서 공간에서의 해방이란 개념으로 토론했다는 의미에서, 이 토론은 결코 우익과 좌익 또는 혁명가와 보수파의 논쟁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183페이지) 즉 양자 모두 “일본을 근본적으로 사유한다”는 입장에서 일본 현대의 가지가 아니라 뿌리를 보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전후의 (사이비)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양자가 반체제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안은 당연히 양자가 ‘혁명’ 대 ‘천황’으로 갈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일본 현대 정치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천황제에 대한 미시마의 독특한 해석과 함께 왜 그것이 현대 일본 정치의 아포리아를 형성하는지를 비롯해 현대 일본의 이면에 대해 흥미진진한 논쟁의 한마당을 마주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1999년 토론 중의 한 대담자의 말을 들어보자. “전후 민주주의란 일본이 미소냉전을 교묘히 이용해 프래그머티즘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의미를 가질 뿐입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질문했더니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사실 일본이란 전후 50년 동안 어디에도 없는 채로 지나왔습니다. 그런 의미의 인식을 미시마씨와 우리가 공유했다고 봅니다.”(199쪽) “신화나 종교 빼고 일본에 국가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잖아요.”(327페이지). “좌익의 방식은 코스모폴리터니즘, 즉 세계 동시 혁명을 사유하고 일본보다 먼저 계급이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혁명을 과제로 삼으면 된다는 식이었죠. 이런 식으로 네이션을 건너뛰려고 한 겁니다. …… 우익의 경우 네이션을 보다 강력하게 형성하자는 방식입니다. 서구적인, 개인이 먼저 있다는 방식보다도 일본처럼 개인을 초월한 공동체가 있고, 그 안에 국가가 있다는 식으로 후발성을 뛰어넘으려 생각한 겁니다. 좌익도 우익도 모두 엉터리죠.”(323페이지) 미시마의 입장에서 볼 때 “전후에 천황은 그저 심벌로서 동원되었을 뿐 일본 천황 스스로가 맥아더를 쇼군으로 만들어 맥아더 막부 체제가 성립되었을 뿐인데도 국체(國體) 유지를 요구하는 종교적 퍼포먼스만 있었을 뿐 반(反)-맥아더 투쟁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죠.”(326페이지) “경제 장치란 의미에서는 일본이 성립하지. 하지만 경제 장치가 성립한다고 해서 국가가 성립되는 건 아니야.”(266쪽) “아시아에서는 국가는 만들어져본 적이 없다고. 권력은 있지만 국가는 아니지.” 그래서 “일본 경제는 돈은 있지만 공통 언어로서의 화폐는 없지.”(366페이지) 등

극과 극은 통한다는 통속적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통속적 의미를 넘어 양 극단에서 현대 일본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즉 일본에 대한 감정적 호불호를 넘어 일본의 모더니티의 근본적 아포리아가 무엇인지를 이러한 양 극단의 마주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1차 대전과 2차 대전으로 인해 제기된 문제를 끌어안고 간다는 역사가 있지만” 일본은 “2차 대전도 단순히 제국주의 원리의 충돌로만 이해했을 뿐 자연 대 악, 국가 대 네이션의 형성 문제, 절대 권력의 성립” 등은 거의 반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에는 다시 천황은 인간이 되고, 신민은 시민이 되어 달러 민주주의에 취한 전후의 경제 성장이 이어졌다. 이러한 일본에 역사의식이니 역사적 반성 운운은 언감생심일 뿐이지 아닐까?. 이처럼 이 책은 일본의 심부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일본의 역사와 한계를 극한으로 밀어붙인 양 극단에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현대사 교과서라고 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육성은 같은 근대를 동시대적으로 그리고 다른 공간에서 겪은 우리에게도 많은 울림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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