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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리스는 소리 내어 비문을 읽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아직도 음악적이어서, 귀족과 장군들 뒤에 서 있는 나한테도 또렷이 들렸다.
“이집트의 섭정이며 마모세 8세 파라오의 미망인이며 나를 뒤이어 두 왕국을 다스릴 멤논 왕세자의 어머니인 나 로스트리스 여왕은 이 기념비의 건립을 명령했노라.” 낭독을 끝내자, 그녀는 돌아서서 백성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우리는 마침내 조국을 눈앞에 두고 있도다.” 그녀의 목소리는 옛날의 기력을 얼마간 되찾고 있었다. “그대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돌아왔으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끝낸 것이 아니겠는가. 임무를 끝낸 마당에 선언하노니, 나는 오늘 섭정에서 물러나고자 하노라.” 그녀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녀의 눈이 귀족들 머리 위에서 내 눈과 마주쳤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녀를 격려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백성들아, 조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길목에 이르렀으니, 그대들에게는 이 길을 이끌고 갈 진정한 파라오가 필요할 것이다. 멤논 왕자를 거룩한 타모세 파라오로 명명하노니, 그를 따라 조국 광복의 위업을 이룩하라. 타모세 파라오 만세!” “만세!” “만세!” 온 나라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타모세 파라오가 앞으로 걸어 나와 백성들과 마주섰다. “만세!” 백성들이 세 번째로 외쳤다. 파라오는 보석을 박은 칼집에서 은빛 칼을 빼들어 백성들의 환호에 답했다. 뒤이은 침묵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황량한 언덕의 붉은 바위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나는 이 거룩한 의무를 받아들인다. 백성과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쳐 봉사할 것임을 맹세하노라. 이 의무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모든 신들 앞에 분명히 고하노라.”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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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윌버 스미스의 ‘이집트 시리즈’ 중 그 첫 번째 작품인 '나일강의 여신'. 이 작품은 기원전 18세기 고대 이집트 역사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힉소스족의 이집트 침공을 무대로 그들과 싸우는 이집트인들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잃어버린 이집트 역사의 한 부분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당장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빠르게 전개되는 속도감은 마치 우리가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여기에 사건에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또 다른 미스터리와 겹쳐진다.
이 소설은 흥미진진한 사건 묘사로 시작된다. 나일 강에서 벌어지는 하마 사냥이 그것. 이집트의 젊은 귀족 타누스가 연출하는 피비린내나는 장면 옆에서 여주인공 로스트리스의 눈부신 자태는 광채를 발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재다능하고 박식한 노예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타이타의 붓으로 파피루스에 옮겨진다. 타이타가 전하는 입담은 혀를 내두를 정도. 때론 그가 전하는 장광설에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그가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비록 거세된 노예 신분이지만 그 누구보다 명석한 인물로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타이타는 이 소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 그는 단순한 전달자에 그치지 않고 두 주인공인 타누스, 로스트리스와 함께 이집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18세기 이집트 역사의 잃어버린 기록을 새롭게 재현해 낸 이 소설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이들이 이집트를 침공한 힉소스족과 전쟁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한편의 거대한 전쟁소설을 읽는 듯하고, 두 주인공인 타누스와 로스트리스가 펼치는 안타까운 사랑은 한편의 슬픈 로맨스를 보는 듯하다. 또한 이들을 모함하는 무리들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한편의 스릴러를 보는 듯하다. 또한 이들이 망명길에 올라 폭포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한편의 엑설런트 어드벤처를 보는 듯하다. 이는 작가 윌버 스미스의 예리한 필력과 장인 정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 지은이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역사를 복원시킨 이 작품을 읽는 동안은 아마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