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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하여
작가 소개 버터밀크웨이 · 다희 1부 없는 세계 그날의 편지 · 강토 장례식의 맛 · 수현 수신처가 사라진 지구에서 · 다희 평범한 애도 · 다희 정장을 입고 달리던 사람 · 강토 거꾸로 가는 건 드문 일이니까요 · 다희 나의 안부 · 강토 나의 무니에게 · 수현 2부 슬픔 유예 꿈 · 강토 화면 조정 · 다희 세 번째 상담을 받고 · 강토 엄마가 울었으면 좋겠어 · 강토 맞아요? · 다희 사유의 종착지 · 수현 사라지지 않는 1에 관하여 · 다희 빈집 · 강토 이상한 체리 귀걸이 · 수현 헨리와 마이클 · 수현 3부 남겨진 세계 친구가 죽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 수현 나의 작은 망나니 · 다희 못생겨지는 건 다 골라서 해 · 수현 배우자나 가족의 병 · 강토 안 웃겨? 증후군 · 수현 부기 온앤온 · 다희 드라이브 마이 카 · 강토 나는 나는 나는 · 수현 두 번째 꿈 · 수현 늦은 도착 · 다희 4부 빛이 새 나오다 시키호르의 답장 · 강토 운이 좋은 날 · 수현 이름 모를 천사가 · 강토 내 생일 · 강토 내 생일 · 수현 내 생일 · 다희 향수병 · 강토 노을의 총량 · 다희 ‘벌써’와 ‘아직’ 사이 · 수현 최대치 8의 기쁨 · 수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다희 5부 다른 행성 네 계절이 지나고 · 강토 메리 고 라운드 · 다희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 수현 에필로그 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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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잃은 순간부터 나는 버터라는 애매한 고체가 되었고 그 버터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언니가 없는 세계가 남았다. 뿌옇고 희멀건 액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데도 사라지지는 않는 세계. 나는 이제 그 아이보리색 세계를 오랫동안 떠다니며 살아가야 한다.
---p.17 백다희 「버터밀크웨이」 중에서 웃긴 건 그러다 보니 실력은 본의 아니게 자꾸 늘고 사람들은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말한다는 거야. 나는 그냥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중인데 엄청 잘 뛴다고 모두 자꾸 손뼉을 쳐. 이런 아이러니를 느낄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외로움이 밀려와. ---p.47 김강토 「나의 안부」 중에서 젓가락 하나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시나요. 한 짝을 잃은 양말이나 슬리퍼는요. 버리거나 새로 사야겠죠. 그럼 헨리 없는 마이클은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 ---p.94 이수현 「헨리와 마이클」 중에서 ‘나 이제 잘 살 수 있어.’ ‘나 이제 잘 살 수 있어.’ ‘이제야 너 없는 세상을 시작해.’ ---pp.149-150 김강토 「시키호르의 답장」 중에서 언니의 물건을 작게 쪼개어 일상에 숨겨두면 온 세상이 조금씩 언니가 된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나를 일으킨 것들은 원래 항상 그렇게 별것 아닌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p.185 백다희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중에서 마구 무너지는 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나눴다. 날것의 마음과 꺼내지 못한 말을 담아 보내면 너를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서로의 고통도 가장 잘 이해할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서만 시간이 흐르는 걸까. 너와 관련 없는 일상을 살다가도 여기만 오면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p.199 이수현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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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연결되었던 우리가 네가 없어 다시 연결되고 있다.”
수신처를 잃은 서로의 글을 읽어 준 사람들 세희는 생전에 누군가 자신을 위한 글을 써 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 저자는 그 말을 오래 기억했다. 이렇게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것은 셋 모두에게 처음이었고,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이들에게 남은 일은 그저 쓰는 것뿐이었다. 전하지 못한 말과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글이 되었고, 세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모여 그 글을 서로에게 읽어 주었다. 받는 사람이 사라진 문장을, 그를 함께 사랑했던 사람들이 대신 받아 읽었다. 연인과 친구, 동생. 세 사람은 세희를 통하면 자연스럽지만 세희가 없으면 조금 어색한 사이였다. 이수현은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에서 ‘책’이라는 약속이 없었다면 셋이 각자의 슬픔 속에서 쉽게 흩어졌을 것이라고 쓴다. “마구 무너지는 법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이들은 서로가 몰랐던 세희를 만났고, 같은 사람을 잃었어도 슬픔의 모양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모임은 부재를 가장 또렷이 마주하는 자리이자,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 붙드는 자리였다. “나는 무척 사소하게 살아 있구나.” 통증이 된 일상 속에서, 여전히 쓴다는 것 영화 [벌새]에서 백다희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다. 언니가 떠난 뒤 그는 존재가 희미해질 때마다 손을 천천히 바라본다. 도무지 할 수 있는 게 없어도 손가락 마디는 저마다의 각도로 기울어지고 펴지기를 반복한다. 추운 날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비가 오면 민트색 우산을 챙기고, 마지막 통조림 뚜껑을 열며 다음 먹을 것을 넉넉히 사 둔다. 무의식처럼 흘러가던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작고 얇은 조각이 되어 그를 자꾸 찌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는 일상이 통증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찾아야 할 것은 치유나 회복이 아니라 고통에 익숙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처음 알게 된다. 돌이켜보면 자매는 말보다 정돈된 문장으로 마음을 적어 보내는 것이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사이였다. 취미는 ‘빛나는 문장 찾기’, 위로는 서로의 글을 보고 자주 울어 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세계에서는 그런 문법이 통했다. 「수신처가 사라진 지구에서」에서 백다희는 그 문법을 함께 쓰던 사람이 사라진 지금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글이라고 말한다. 부재를 통해 오히려 선명해지는 장면들을, 자신이 통과해 온 일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고. 무엇을 헤집고 무엇을 정돈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지만 그는 쓴다.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으니까. “나는 그냥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중인데 엄청 잘 뛴다고 모두 자꾸 손뼉을 쳐.” 잘 달리는 사람에게도 도망치는 중인 날이 있다 장례를 마친 이튿날, 김강토는 진작 신청해 둔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간다. 검은 정장에 검은 타이를 매고, 세희가 마지막으로 남긴 책을 한 손에 쥔 채였다. 가장 고통스럽게 달려 몸을 완전히 주저앉히고, 결승선에서 미뤄 온 눈물을 모두 쏟아 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축제를 즐기러 온 참가자로 보고 환호했고, 책을 홍보하는 거냐는 물음에 그는 “이 작가가 죽어서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행복한 결승선 앞에서 그의 눈물은 또 한 번 유예된다. 그 뒤로도 그는 달린다. 실력은 “본의 아니게 자꾸” 늘고 사람들은 그를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칭찬이 쌓일수록 그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느낀다. 이 책의 문장들은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생활과 실제 마음 사이의 거리를 드러낸다.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독자는 한 사람의 안부를 짐작하기 전에, 그가 자신의 시간을 설명하는 말에 조금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럼 헨리 없는 마이클은 어디에 두어야 하나요.” 짝을 잃은 것들, 그리고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 이수현과 세희는 오랫동안 서로를 ‘헨리’와 ‘마이클’이라는 이름으로 연락처에 저장해 두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이 그냥 웃겨서 붙인 애칭이었다. 그런데 헨리가 제멋대로 탈퇴해 버렸다. 이제 그에게 ‘둘’은 가장 먼저 자신을 혼자로 만드는 신호가 된다. 손잡고 걷는 초등학생 둘,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은 두 할머니 앞에서 그는 자꾸 걸음을 멈춘다. 한 짝을 잃은 양말은 버리거나 새로 사면 되지만, 짝을 잃은 채 남겨진 사람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백다희의 곁에는 언니가 키우던 강아지 부기가 있다. 부기는 매일 아침 그의 얼굴 위로 코를 들이밀며 산책을 가자고 조른다. 슬픔은 미뤄도 밥은 미룰 수 없고 산책은 가야 한다. “부기는 언니의 흔적이지만 흔적으로만 남기에는 너무 살아 있다.” 『버터밀크웨이』는 떠난 사람의 흔적을 박제하지 않는다. 남겨진 것들이 여전히 숨 쉬고 변해 가는 모습을,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기록한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영원히 이럴 것이다.” 슬픔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 책의 뒤표지를 맺는 이 문장은 좀처럼 위로처럼 들리지 않는다. 세희가 아끼던 강아지를 떠나보냈을 때 이수현이 건넨 말로, 한동안 두 사람만의 농담으로 남았던 문장이다. 그때는 설명할 언어가 없었지만,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슬픔은 끝나지 않지만 점점 드물게 찾아오고, 사람은 그 길어진 사이사이를 이어 살아가게 된다고. 이제 그 말은 그 자신에게 돌아왔다. 「최대치 8의 기쁨」에서 이수현은 맛있게 부친 전을 먹다가 무심코 세희에게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은 여전히 좋지만, 이제 무엇을 하더라도 딱 8점까지다. 그래도 그는 다시 냉장고 문을 연다. 양배추가 아직 남아 있다. 이 책은 웃음이 돌아왔다고 해서 애도가 끝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독자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볼 자리를, 곁에서 누군가의 슬픔을 지켜보는 독자에게는 서둘러 결론 내리지 않고 함께 머물 자리를 내어 준다. 글과 그림과 음악으로 지은 한 권 세희를 떠올릴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되기를 세 저자는 글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만드는 일에도 직접 참여했다. 백다희는 편집을, 이수현은 세희와 함께했던 공간의 기억을 바탕으로 직접 일러스트를 그렸다. 김강토는 음악을 맡았다. 책 말미의 QR코드로는 김강토가 세희에게 보내는 노래 「비체(非體)」를 들을 수 있다. 떠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남겨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다. 세 사람은 세희의 마음을 대신 설명하거나 그의 삶에 어떤 결론을 붙이려 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이 사라진 뒤 자신들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시간을 기록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세희를 떠올릴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고인의 유고나 미발표 원고가 실려 있지 않으며, 가족 모두의 동의를 얻어 출간되었다. 또한 한 권이 팔릴 때마다 정가의 5%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기부한다. |